‘사법 리스크·공급 과잉’ 덮친 석화업계…생존 전략 마련 분주
수정 2026-08-06 14:51:02
입력 2026-08-06 14:51:11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검찰, 가성소다·PVC 등 7개 석화사 압수수색…정부 물가 관리 기조 정조준
중국발 물량 공세에 범용 제품 마진 추락…업계, 불황 속 수익성 방어 비상
LG화학 등 사업 구조재편 속도…스페셜티 전환 및 자산 효율화 사활
중국발 물량 공세에 범용 제품 마진 추락…업계, 불황 속 수익성 방어 비상
LG화학 등 사업 구조재편 속도…스페셜티 전환 및 자산 효율화 사활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다. 중국의 막대한 물량 밀어내기로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사정 당국의 고강도 수사까지 더해지며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가성소다와 폴리염화비닐(PVC)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해 국내 석유화학업체 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정 당국은 이들 업체가 수년간 가성소다와 PVC를 포함한 8개 기초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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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에 휩싸였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단지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이번 수사는 유가 상승 기조 속에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을 부당하게 끌어올리는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연쇄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사전 차단하려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적인 시황 악화로 한계에 다다른 석유화학 산업의 고충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 기업의 목을 더욱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벼랑 끝 밸류체인…중국발 덤핑에 수익성 직격탄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가성소다와 PVC는 건설, 전자, 섬유, 자동차 등 국내 핵심 산업 전반에 기초 원자재로 투입되는 대표적인 범용 화학물질이다. 이들 제품은 과거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인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으나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심각한 스프레드(원료가와 제품가의 차이) 축소를 겪고 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공급 과잉 현상이 지목된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증설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업체들은 자국 내 부동산 및 내수 경기 침체로 재고가 쌓이자 이 물량을 글로벌 시장에 저가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밸류체인은 심각한 교란을 겪게 됐고, 원가 경쟁력을 상실한 국내 기업들은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역마진 구조에 갇히게 됐다. 주요 석화사들의 범용 부문 적자가 누적되며 기초 체력이 급격히 소진된 상태다.
이처럼 극심한 구조적 불황 속에서 불거진 가격 담합 수사는 석화사들에게 재무적, 심리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수사 향방에 따라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장기적인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신규 투자 자금 조달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화솔루션·LG화학 등 스페셜티 체질 개선 박차
이 같은 악재 속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한계에 직면한 범용 제품 비중을 과감히 축소하고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한 공정 효율화나 원가 절감 수준으로는 중국의 압도적인 저가 공세를 방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가성소다와 PVC 밸류체인의 핵심 기업인 한화솔루션과 LG화학은 수익성이 떨어진 범용 석화 생산 라인의 비중을 축소하고 차세대 신소재 개발로 사업 무게중심을 빠르게 이동했다.
한화솔루션은 프리미엄 케미칼 라인업을 강화하며 한계 사업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스페셜티 고분자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투자 재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석유화학 업체들은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신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중국발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잃은 생산 라인을 정리하고 유휴 자산을 처분하는 등 재무 건전성 방어를 위한 고강도 자구책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덤핑 여파로 대다수 범용 생산 라인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여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대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향후 추진할 신사업 투자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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