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 4개월 만에 5268억원 이탈…신규 계좌 개설도 급감
증시 변동성·세제 혜택 축소 여파 속 7월 미 주식 46억4200만달러 순매수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출시 4개월 만에 자금 순유출로 돌아섰다.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데다 세제 혜택까지 축소되면서, 국내 장으로 눈길을 돌렸던 투자자들이 다시 미국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출시 4개월 만에 자금 순유출로 돌아섰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RIA 계좌의 총 잔고는 2조1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5268억원 순유출된 수치다. 지난 3월23일 제도 시행 이후 RIA 계좌 잔고가 월간 기준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국내 상장 주식에 1년 이상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특화 계좌다. 당초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월별 순유입액은 시행 첫 달인 3월 4140억원에서 4월 9249억원, 5월 1조2450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나며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한 6월 들어 순유입액이 721억원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지난달에는 큰 폭의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신규 투자자 유입 역시 빠르게 차가워지고 있다. 월별 신규 유입 계좌 수는 지난 3월 8만3035좌에서 4월 10만5383좌로 고점을 찍은 뒤 5월 8만8191좌, 6월 3만6985좌로 줄어들었다. 지난달에는 1만4479좌에 그치며 가입세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자금 유입과 신규 가입이 동시에 둔화함에 따라 RIA를 통한 국내 증시 복귀 동력도 사실상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의 가파른 하락세와 RIA 계좌 특유의 구조적 한계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RIA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최소 1년간 투자금을 묶어둬야 한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장기 보유 조건이 투자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6월22일 91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지난달에만 22.19% 급락하는 등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13%, 3.20% 하락하는 데 그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세제 혜택도 신규 유입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RIA 가입자가 해외 주식을 매도할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공제율은 지난 5월까지 100%에 달했으나, 6월 80%로 낮아진 데 이어 이달부터는 50%로 추가 축소됐다. 혜택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신규 유인 요소가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국내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자 해외 주식으로 향하는 투자자들의 발걸음은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지난 4월(-4억6900만달러)과 5월(-9억4000만달러) 순매도 우위를 나타냈으나, 6월 6억3300만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순매수 규모가 46억4200만달러로 대폭 늘어나며 미국 증시를 향한 서학개미의 자금 쏠림 현상이 다시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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