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2.5% 증가 그쳐… 지원금 경쟁 효과 제한적
반납·기기변경에 OTT·AI 결합… 장기 고객 확보 집중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동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은 당초 기대만큼 크게 확대되지 않은 모습이다. 대신 통신3사는 단말 반납과 기기변경, 콘텐츠·인공지능(AI) 서비스 등을 결합하며 가입자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신규 고객 확보뿐 아니라 기존 고객의 이용기간과 서비스 이용을 늘려 고객생애가치(LTV)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 단통법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통신3사는 단말 반납과 기기변경, 콘텐츠·AI 서비스 등을 결합하며 가입자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사진=AI 이미지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2일 단통법 폐지로 이동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점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진 지 1년이 지났다. 단통법 폐지 당시에는 규제 완화로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활발해지고 단말기 구매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신형 스마트폰 출시와 재고 소진 시기 등을 중심으로 지원금과 프로모션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의 가입자 이동을 크게 끌어내지는 못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번호이동은 761만3969건으로 폐지 전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통신사 침해사고에 따른 위약금 면제가 영향을 미쳤다. 올해 1월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에는 통신3사 간 번호이동이 54만5188건까지 급증했지만 해당 월을 제외하면 월평균 번호이동은 23만2565건 수준이었다.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족결합, OTT, 멤버십 등 여러 서비스가 통신상품과 연결된 점도 지원금만으로 가입자를 움직이기 어려워진 배경으로 꼽힌다. 자급제 단말 이용률도 지난해 32.6%로 단말기 3대 중 1대가량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유통됐다.

◆ 지원금보다 다음 교체까지…장기 고객 확보 경쟁

최근 갤럭시Z8 시리즈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책정한 공통지원금 최고액은 모두 50만 원으로 단통법 폐지 직전 출시된 갤럭시Z7 시리즈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 일부 모델의 출고가는 전작보다 약 20만 원 올랐다.

통신3사가 대신 강화한 것은 단말 반납과 기기변경 프로그램이다. 일정 기간 뒤 기존 단말을 반납하고 같은 통신사에서 새 기기로 바꾸는 조건으로 보상 혜택을 제공해 다음 스마트폰 교체 시점까지 고객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KT는 24개월 동안 월 7000원을 내고 기존 단말을 반납한 뒤 새 삼성전자 단말로 기기변경하면 출고가의 최대 50%를 보상한다. LG유플러스도 월 6000원의 24개월형 상품으로 최대 50%를 보장하며, SK텔레콤은 월 이용료 없이 2년 뒤 삼성전자 단말로 기기변경하는 고객에게 OK캐시백 20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요금제와 서비스 결합도 강화되고 있다. KT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등을 결합한 요금제를 내놨고, LG유플러스는 구글의 AI·클라우드 서비스와 단말 보상 프로그램을 묶었다. SK텔레콤도 넷플릭스 콘텐츠와 멤버십 혜택 등을 앞세우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포화된 만큼 통신사 입장에서는 신규 가입자 확보와 함께 기존 고객의 이탈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단말 교체와 요금제, 콘텐츠·AI 서비스까지 묶어 가입기간과 고객당 매출을 함께 높이는 LTV 전략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장기간 이용을 전제로 한 혜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가 실제 부담과 조건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반납 보상은 구매 시점에 받는 할인이 아니며, 이용기간이나 단말 상태 등 조건에 따라 예상했던 보상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향후 전체 가입자보다 고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부가가치 고객에게 집중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일회성 보조금을 늘리기보다 기기변경 시점까지 고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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