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직·기술사무직 아우른 새 노조 추진…설립 모임 사흘 만에 임직원 10% 참여
지난해 ‘영업익 10%’ PS 합의 다시 협상대상 올라…기존 노조 향한 불만도 확산
[미디어펜=조태민 기자]SK하이닉스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노조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회사가 올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린 데 대한 반발이 커진 데다 기존 노조의 교섭 방식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설립 준비 모임에 사흘 만에 전체 임직원의 10% 가량이 모였다.

   
▲ SK하이닉스 생산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노조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최근 만든 통합노조 설립 준비 모임에는 지난 5일 개설 이후 사흘 만에 3500명 이상이 참여했다. SK하이닉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의 10% 수준이다. 일부 구성원 사이에서는 기존 노조를 탈퇴한 뒤 새 노조로 옮기겠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노조 출범을 위한 행정 절차도 시작됐다. 임시위원장은 지난 8일 공지를 통해 노조 설립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이르면 다음 주 정식 노조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 노조가 주목받는 것은 현재 직군과 사업장별로 나뉜 교섭 구조를 하나로 묶겠다는 데 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이천·청주공장 전임직 노조가 각각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노조는 전임직과 기술사무직을 함께 포괄해 구성원들의 요구를 한 창구에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합 움직임에 불을 붙인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정하고 기존 지급 상한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해당 체계는 향후 10년간 유지하고, PS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되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올해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내부 반발이 다시 커졌다. 주가에 따라 실제 보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불과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다시 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시위원장도 새 노조의 최우선 과제로 기존 성과급 합의 이행을 내걸었다. 회사가 제시한 성과급 협상안을 철회시키고 성과급을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과 분리해 지난해 합의한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섭 장기화는 기존 노조에 대한 불만으로도 번지고 있다. 현재까지 5차 본교섭이 진행됐지만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하면서 일부 구성원들은 조합원 의견 반영과 교섭 과정 공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 노조를 단순히 직군 통합을 넘어 교섭력을 높일 새로운 창구로 보는 배경이다.

정부가 성과급 제도 손질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내부의 긴장감을 키우는 변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지급 방식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이달 중 성과급을 포함한 노사 교섭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한 지침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노조 사례도 SK하이닉스 내부에서 하나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한때 조합원 규모를 7만6000여명까지 키워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했고, 올해 임금 교섭에서는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을 이끌어냈다. 조합원 규모를 바탕으로 교섭력을 높인 사례인 만큼 SK하이닉스에서도 직군을 넘어선 통합노조 필요성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새 노조가 정식 출범하더라도 실제 교섭력을 갖추기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는다. 복수노조 체제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에 새 노조가 참여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합노조가 설립되더라도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에 곧바로 참여할 수 있을지, 내년부터 교섭에 나서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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