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39개 정상화 과제 중 7개 가시적 성과 내”
불합리 관행·제도 사각지대 개선으로 현장 바꾼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정부가 농업·농촌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적 사각지대를 손질하는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선정한 39개 농업·농촌 분야 정상화 과제 가운데 7개 과제에서 제도 개선과 현장 조치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서다.

   
▲ 농식품부가 농업·농촌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적 사각지대를 손질하는 ‘정상화’ 작업에 나선 결과 7가지 과제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자료사진=농식품부


농식품부는 지난 4월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실무 워크숍과 국민제안 등을 통해 과제를 발굴하고, 6월 1차로 30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어 7월 9개 과제를 추가해 모두 39개 과제를 이행·관리하고 있다. 7월 말 기준 성과가 확인된 과제는 모두 7건이다.

이번 정상화의 특징은 행정절차 개선뿐 아니라 농업 현장에서 반복돼 온 불법·편법 행위를 차단하고, 현실과 맞지 않던 법령과 제도를 고치는 한편 정책 수요자의 불편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정체계를 손질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구거 불법 점·사용 3477건 적발…관리기준 통일

가장 눈에 띄는 분야 중 하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인 ‘구거’ 관리다. 구거는 농업용수의 배수나 공급 등을 위해 조성한 인공수로 등으로, 그동안 한국농어촌공사와 지방정부가 나눠 관리하면서 관리체계가 이원화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임의 경작이나 물건 적치 등 불법 점·사용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 구거 내 불법시설에 대한 통일된 정비기준을 마련해 지방정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 통보하고,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통해 이행상황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농어촌공사 관리지역을 대상으로 총 3477건의 불법사항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455건은 원상회복을 완료했고, 2949건은 계고장 부착과 원상회복 명령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조치하고 있다.

관리 주체가 달라 발생했던 행정 사각지대를 줄이고,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본래 목적에 맞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해외에서 산 곡물 ‘직접 생산’으로 둔갑…수입권공매 관리 강화

해외농업개발과 관련해서는 수입권공매 제도의 허점을 보완했다. 정부는 해외진출기업이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도록 WTO TRQ 해외농업개발용 수입권공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현지에서 구매한 곡물을 직접 생산한 것처럼 허위 신청하는 등 제도를 악용해 부적정하게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관련 고시를 제정해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곡물을 반입하는 기업만 공매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콩의 경우 WTO 양허관세가 487%인 반면 TRQ를 적용하면 5%의 저율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제도의 목적에 맞지 않는 편법 이용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광역시 자치구도 도입 가능

농번기 인력난과 직결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도 현실에 맞게 손질됐다.

기존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신청을 시장·군수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역시 자치구에도 농업 현장이 존재하는 만큼, 실제 농업인력 수요가 있어도 자치구 차원에서는 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농식품부는 법무부와 협력해 지난 7월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신청 자격을 시장·군수에서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광역시 내 자치구도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도입해 농번기 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농촌의 인력 수요와 행정구역상 제도 적용 범위가 맞지 않았던 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현장 체감도가 높은 개선으로 평가된다.

식품명인 지정 7개월→2개월…지정절차 개선·전통식품 승계 문턱 낮춰

전통식품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운영되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도도 절차가 간소화됐다.

그동안 식품명인 전수자가 실제 명인으로 지정되기까지 약 7개월 이상이 걸리면서 전통식품의 신속한 승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식품명인 지정지침’을 개정해 전수자 신속 지정절차를 도입했다. 지정계획 공고를 생략하고 신청 접수부터 시·도 검토, 전문가 검토, 심의 등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절차를 손질했다.

이에 따라 식품명인 지정에 걸리는 기간은 기존 약 7개월에서 2개월 수준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식품명인 전수자의 경영상 부담을 줄이고 전통식품의 기술과 노하우가 세대 간 단절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췄다는 점이 핵심이다.

액비 시비처방 ‘늑장 발급’ 개선…민간업체도 분석 가능

축산분야에서는 가축분뇨에서 유래한 액체비료, 즉 액비의 시비처방서 발급 절차가 개선됐다.

액비를 농경지에 살포하려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시비처방서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영농 준비가 집중되는 2~3월에는 발급 신청이 몰리면서 처방서 발급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었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시비처방 분석 주체를 농업기술센터에서 민간업체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최근 3년 이내 검정 결과와 리·동 단위 검정 결과의 평균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토양검정 처방 기준도 합리화했다.

농번기 행정수요가 특정 기관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던 병목현상을 완화하고, 농가가 보다 신속하게 액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화한 것이다.

복지용 쌀, 백미에서 친환경 쌀로 확대…현미 도입도 검토

취약계층의 식생활 지원을 위한 복지용 쌀 공급체계도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일반 백미 중심으로 공급됐지만, 농식품부는 지난 6월 복지용 쌀 공급체계를 개편해 7월부터 경로당과 무료급식단체, 기초생활보장시설 등에 친환경 인증 쌀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등의 수요를 고려한 현미 공급도 확대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전 서구·중구와 세종시 등 3개 지역에서 현미 공급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2027년부터 현미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용 정부양곡을 단순한 쌀 공급에 머물게 하지 않고, 수요자의 건강과 선호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한 셈이다.

농기계 ‘정책자금 받으면 더 비싸게’…이중가격 판매 제한

농업기계 분야에서는 농업인의 비용 부담을 키웠던 이중가격 판매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그동안 정책자금을 지원받는 구매자에게 농업기계를 일반 구매자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농업기계화 촉진법’을 개정해 농업기계를 이중가격으로 판매한 업자에 대해 정책자금이 지원되는 농업기계를 2년 범위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구체적인 지원 제외 기준과 세부 절차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1월까지 관련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책자금이라는 공적 지원을 활용하면서도 농업인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정한 판매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개선’에서 ‘현장 체감’으로…정상화 과제 상시 점검

이번 7개 과제는 농업·농촌 정상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구거 불법 점·사용처럼 현장의 불법·편법을 바로잡는 과제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식품명인 지정, 액비 시비처방 등 농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행정 불편을 해소하는 과제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39개 정상화 과제의 이행상황을 상시 점검하면서 과제별 핵심 성과 창출에 집중할 방침이다. 동시에 추가적인 정상화 과제를 발굴해 농업·농촌 현장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한영 농식품부 농촌정책국장은 “단순한 제도 정비를 넘어 농업·농촌 현장에서 지적돼 온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적 사각지대를 손질하는 ‘정상화’ 작업에 나선 결과 7가지 과제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현장의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 공백을 바로잡아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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