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 감소 빨라지는 한국… AI·로봇 역할 주목
삼성·LG부터 IT서비스까지 현장 적용… 사람 판단 도와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향후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해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것이 기업들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AI와 로봇을 실제 업무에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생산 현장의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작업자의 판단을 돕고, 현장에서 쌓인 경험을 더 많은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 사진=AI 이미지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조·IT서비스 기업 등은 최근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장에 AI와 디지털트윈을 적용하고 있으며 IT서비스 기업들 역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공정·설비·품질 관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이 맞닥뜨린 인구구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섰다. 생산연령인구는 2022년 3674만 명에서 2032년 3328만 명, 2042년에는 2903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 제조 현장에서 사람이 급격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AI를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기존 임직원을 재교육하는 데 적극적이다. 다만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재 인력만으로도 AI와 로봇을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일찌감치 준비해야 할 과제가 됐다.

특히 제조업은 사람의 경험이 생산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같은 설비를 다루더라도 작업자가 이상 징후를 얼마나 빨리 알아채는지,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제조 AI가 단순 반복 작업의 자동화를 넘어 설비 상태를 분석하고 문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거나 작업자의 판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배경이다.

◆ 공장에 들어간 AI… 작업자의 '눈과 판단' 넓힌다

삼성전자는 제조 현장의 AI 적용 범위를 대폭 넓히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거점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고 자재 입고부터 생산과 품질 검사, 출하까지 제조 전 과정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공장에서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실제 생산에 앞서 공정 변화를 가상으로 검증하고 AI가 품질과 생산, 물류 데이터를 분석한다. 품질·생산·물류 분야별 AI 에이전트도 도입해 생산계획 수립과 이상 상황 대응 등을 지원한다. 작업자가 직접 확인하고 판단해야 했던 영역 일부를 AI가 함께 살펴보는 구조다.

LG전자는 자체 공장에서 쌓은 제조 경험을 외부 사업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약 70년간 축적한 제조·생산 데이터와 공장 운영 경험에 AI와 디지털전환(DX)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생산기획부터 공정 설계, 운영까지 제조 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AI 비전검사와 디지털트윈, 설비 이상 예측 등의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이나 설비 정지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회사는 반도체와 제약·바이오 등으로 고객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기존 공장을 운영하며 축적한 데이터의 쓰임새도 커지고 있다. 생산량이나 불량률 같은 결과값뿐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까지 데이터로 쌓이면 AI가 판단을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사람에게 축적됐던 경험을 다른 작업자와 공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한국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자동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수는 1220대로 세계 1위다. 2위인 싱가포르(818대)보다 약 50%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로봇을 많이 사용하는 것과 산업 전체의 생산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이미 충분한 자동화 설비를 갖춘 만큼 AI와 데이터를 기존 생산 과정에 어떻게 연결할지가 생산성을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 제조 경험 연결하는 IT서비스… AX 사업도 확대

기업의 AI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IT서비스 기업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공장에 새로운 설비를 넣는 것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설비와 시스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으고 AI가 이를 분석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생성형 AI와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생성형 AI 서비스 플랫폼 '패브릭스(FabriX)'를 비롯해 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삼성 관계사의 제조·물류 현장에서 축적한 IT 역량도 제조 AX 사업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LG CNS는 AI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팩토바(Factova)'를 통해 생산 현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공정을 최적화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품질검사와 설비 이상 감지, 공정 제어 등으로 적용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SK AX도 제조 현장의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국 씨에스윈드 생산현장에는 자재·설비·인력 등 가용자원을 분석해 작업 일정을 생성하고,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감지하는 AI 에이전트를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과 디지털트윈, 피지컬 AI를 결합해 제조 현장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에 대응하는 제조 RX 사업도 본격화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을 중심으로 제조 현장의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장 내 설비와 센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와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예지보전 기술을 적용하고, 디지털트윈을 통해 공정 변경에 따른 영향을 실제 생산에 앞서 가상으로 검증한다. 이를 통해 설비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장 작업자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조 AI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업별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AI가 사람과 분리된 별도의 기술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데이터를 활용해 더 빠르게 판단하거나 반복적인 업무 부담을 줄이고, 특정 공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다른 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AI를 접목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가 빠른 한국 산업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기업이 보유한 사람과 경험의 가치를 높이면 노동력 감소에 따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에 익숙한 새로운 인력을 키우는 동시에 기존 작업자가 AI를 통해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접근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AI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현장 적용 역량을 꼽는다. 

업계 내 관계자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중요한 것은 부족한 인력을 기술로 채우는 것뿐 아니라 기존 인력이 가진 경험과 판단력을 조직 전체의 생산성으로 연결하는 것"이라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구성원의 경험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AI와 얼마나 잘 연결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기업 간 생산성 격차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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