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1년 새 인력 35% 줄여…크래프톤·엑스엘게임즈도 조직 재편
신작 흥행·인건비 부담에 ‘선택과 집중’…AI로 개발 생산성 제고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게임업계가 인력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장 성장 둔화와 인건비 부담, 신작 흥행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대형사부터 중견·중소 개발사까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채용 축소 등을 통해 조직 규모를 재조정하는 모습이다.

   
▲ 엔씨 판교 R&D센터./사진=엔씨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사들의 인력 효율화는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채용 방식과 개발 조직 재편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 공격적으로 인력을 늘렸던 게임사들이 프로젝트별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따져 인력을 재배치하는 한편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 엔씨부터 중견·중소사까지…게임업계 ‘몸집 줄이기’

엔씨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폭의 인력 조정을 진행한 사례다.2024년 6월 4886명에서 2025년 6월 3165명으로 35.2% 감소했으며 이후 12월에는 3262명으로 소폭 늘었다. 희망퇴직과 조직 분사 등을 통해 인력을 줄이면서 비용 구조를 개선한 것이다.

이후 신규 인력 유입 등으로 2025년 12월 기준 임직원 수는 3262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600명 이상 적은 수준이다. R&D(연구개발)비용도 2024년 4218억 원에서 지난해 3251억 원으로 22.9% 감소하며 조직과 비용을 동시에 줄이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이 진행됐다.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인력 효율화에 들어갔다. 매출이 성장하는 상황에서도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인력 효율화를 추진했다. 지난해 크래프톤 매출은 3조32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했지만 인건비는 7347억 원으로 42.2% 늘었다. 외형 성장보다 비용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효율화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연구개발 투자는 유지·확대하는 방향을 택하면서 엔씨와 달리 R&D 자체를 축소하기보다는 비효율적인 인력과 조직을 조정하고 성장 분야에 인력을 재배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견 게임사들도 인력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신작 부진과 실적 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과 신규 채용 중단을 포함한 조직 효율화에 나섰으며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도 2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정리해고 절차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컴투스 역시 올해 일부 개발·사업 조직을 대상으로 인력 조정을 진행했다.

이는 최근 게임업계의 인력 효율화가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작 개발과 글로벌 사업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는 인력을 투입하면서도 성과가 불확실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에서는 인력을 축소하는 ‘선택과 집중’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인력 효율화…AI·데이터 중심으로 채용도 변화

   
▲ 국내 게임업계가 성장 둔화와 비용 부담에 대응해 인력 효율화에 나서는 가운데 AI를 활용한 개발 생산성 제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제미나이

인력 효율화는 채용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게임업계는 대규모 공개채용을 통해 개발자를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필요한 직무와 프로젝트에 맞춰 선별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최근 국내 게임업계 채용 공고에서는 AI 활용 역량을 우대하는 사례가 늘었다. 넥슨네트웍스는 게임서비스·QA 채용연계형 인턴 모집에서 데이터 분석 역량과 함께 다양한 AI 도구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경험을 우대사항으로 제시했다.

넷마블은 AI 연구·서비스 개발 직군을 별도 채용 분야로 운영하고 있으며 컴투스도 AI 에이전트·AI 모델·AI 아트 등을 별도 직군으로 모집하고 있다.

AI가 기존 개발자를 대체하는 단계보다 기존 인력이 AI를 활용해 업무 처리 속도와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크래프톤은 AI 퍼스트 전략을 내세워 1000억 원 이상을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개발과 업무 전반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인력 수를 늘리는 대신 기술 투자를 통해 동일한 조직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게임 개발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과도 맞물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게임 제작 환경의 인공지능 전환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AI 도입을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인력 감축을 AI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엔씨와 크래프톤, 데브시스터즈 등의 구조조정 배경에는 신작 성과와 시장 성장률, 인건비 부담, 코로나 이후 확대된 조직 규모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AI는 감원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시작된 비용 효율화와 조직 재편을 가속하는 수단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작을 여러 개 동시에 준비하기 위해 개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프로젝트별 성과와 수익성을 따져 필요한 인력을 배치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며 “앞으로도 게임사들의 인력 효율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AI를 활용해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핵심 인력에 투자를 집중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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