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국내 앱 MAU 첫 네이버 추월… 20여년 지켜온 '포털 안방' 흔들
네이버, 검색·커머스 넘어 AI·RX까지 확장… 독자 플랫폼 경쟁력 가치↑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세계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지만 한국은 오랫동안 예외로 꼽혀왔다. 네이버가 검색을 기반으로 쇼핑과 지도, 콘텐츠, 결제 등 국내 이용자의 일상과 맞닿은 서비스를 촘촘하게 구축하며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에도 안방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런 네이버가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 처음 구글에 자리를 내줬다. 근소한 격차 이상의 상징적인 경고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 사진=AI 이미지


11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지난달 구글 앱의 MAU는 4702만2854명으로 네이버 앱의 4684만5017명을 17만7837명 앞섰다. 모바일인덱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21년 3월 이후 구글이 네이버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5월 처음 4000만 명을 넘어선 구글 앱 MAU는 올해 5월 46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6월 네이버와의 격차를 24만5836명까지 좁힌 데 이어 한 달 만에 순위를 뒤집었다. 구글 크롬 역시 지난달 4245만7506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까지 겹치면서 국내 이용자의 정보 탐색 경로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챗GPT의 지난달 MAU는 1645만6151명으로 다음 앱 630만7395명의 약 2.6배에 달했다. 구글도 제미나이와 AI 검색 기능을 기존 서비스 전반에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이번 역전이 당장 국내 검색시장의 주도권까지 구글로 넘어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검색·AI 사업자가 국내 이용자의 핵심 접점에서 처음 네이버를 넘어섰다는 사실 자체가 국내 플랫폼 산업에는 가볍지 않은 신호다.

◆ 세계서 드문 '토종 포털 강국'… AI 공세에 흔들리는 안방

한국은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보기 드문 시장으로 평가받아왔다. 구글이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검색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네이버는 그간 국내 이용자에게 가장 익숙한 인터넷 관문으로 자리해왔다.

그 배경에는 국내 이용자에게 특화된 서비스가 있다. 네이버는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뉴스와 블로그, 카페, 지식iN을 비롯해 쇼핑·플레이스·지도·예약 등으로 서비스를 넓혀왔다. 검색 과정에서 축적된 이용자의 관심이 콘텐츠 소비와 장소 탐색, 상품 구매 등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췄다.

이러한 기반은 국내 디지털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플레이스와 예약을 통해 이용자를 만나고 판매자는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창작자는 블로그와 웹툰 등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를 확보한다. 네이버페이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결제로 연결한다.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 때마다 국내에서 이른바 '플랫폼의 넷플릭스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온 것도 이 때문이다. 콘텐츠 시장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확대됐듯 검색과 지도, AI에서도 국내 이용자 접점을 해외 사업자가 장악할 경우 국내 사업자가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지도 영역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구글이 요청한 1대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승인했다. 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표시 제한 등 조건 이행을 전제로 한 결정이지만 구글이 국내 지도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는 길이 이전보다 넓어진 셈이다.

검색에 이어 지도와 AI까지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네이버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생활형 서비스 영역에서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MAU 역전을 일회성 순위 변화로만 넘겨보기 어려운 배경이다.

◆ 검색부터 RX까지 넓힌 네이버… 위기 속 더 커진 플랫폼 가치

네이버도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를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네이버의 사업을 보면 검색을 중심으로 축적한 국내 서비스와 데이터를 AI와 결합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색에서는 AI 브리핑을 통해 생성형 AI를 기존 검색 경험에 접목하고 있다. 별도의 AI 서비스로 이용자를 이동시키기보다 이용자가 이미 사용하는 검색 안에서 AI가 질문의 맥락을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주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오랫동안 확보해온 검색·쇼핑·플레이스·콘텐츠 데이터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된다.

AI 적용은 실제 사업 성과로도 연결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광고 사업에서는 AI 기술이 매출 성장의 60% 이상에 기여했다. AI 브리핑에 적용한 광고는 기존 검색광고와 비교해 클릭률이 약 30% 높았고 구매 전환은 약 3배 수준을 기록했다. AI 투자가 이용자 경험 개선을 넘어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커머스와 금융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2분기 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3% 증가했고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25조2000억 원으로 21.0% 늘었다. 검색에서 발견한 상품을 쇼핑과 결제까지 연결할 수 있는 구조는 범용 검색·AI 서비스와 구별되는 네이버의 강점으로 꼽힌다.

기술 영역도 인터넷 서비스의 경계를 넘어섰다. 네이버는 로봇과 디지털트윈, 공간지능 등을 결합한 로봇 전환(RX) 사업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 1784에서 로봇과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기술을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하며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으로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구상이다.

AI 인프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AI 모델,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기술 기반을 구축해왔고 최근에는 AI 팩토리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키우고 있다. 검색에서 출발한 네이버가 커머스와 핀테크를 거쳐 AI 인프라와 산업 현장까지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네이버가 확보한 경쟁력은 하나의 포털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국내 이용자의 검색과 소비, 이동, 콘텐츠 이용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이를 연결하는 서비스, 자체 AI와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함께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대체하기 쉽지 않은 플랫폼 자산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이번 구글의 첫 MAU 추월은 네이버 한 기업의 순위 하락보다 넓게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색과 지도, AI 등 디지털 경제의 핵심 접점에서 국내 플랫폼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이용자 데이터뿐 아니라 광고와 커머스, 콘텐츠 등 주변 산업의 가치까지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용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은 필요하다. 동시에 세계 최대 플랫폼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사업자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산업 경쟁력의 한 축이다. 네이버가 지난 20여년간 구글의 세계적인 확장 속에서도 국내 시장을 지켜온 경험과 현재 확보한 서비스·기술 기반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도 자체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플랫폼이 경쟁력을 유지해온 몇 안 되는 시장인데 이번 구글의 MAU 역전은 그 기반도 더 이상 당연하게 볼 수 없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분야든 이용자 접점을 한 번 내주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와 부가가치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쏠리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어 토종 플랫폼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