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농가 피해 ‘국가책임’ 강화, 재해보험법·재해대책법 15일 시행
대규모 재해 보험료 할증 제외…손해평가·보험가격 투명성 강화
재해 전 투입 생산비도 지원…“피해농가 영농 재개 안전망 두터워져”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기후위기로 폭염과 집중호우 등 농업재해가 갈수록 빈번해지는 가운데 정부가 농업재해의 범위를 이상고온과 지진으로 인한 피해까지 확대하고 대규모 피해 농가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등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 정부가 ‘재해 2법’ 개정으로 농업재해의 범위에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고온과 지진으로 인한 피해까지 확대하기로 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된 ‘농어업재해보험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이 오는 15일부터 시행된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 8월 14일 개정된 법률에 따라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한 것으로, 전문가와 농업인단체, 지방정부, 국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세부 제도가 마련됐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기후위기로 인해 농업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규모 재해 피해를 보험과 재해복구 지원이라는 이중 안전망을 통해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분담한다는 데 있다.

먼저 재해보험 제도가 대규모 재해 발생 이후 농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는 구조가 일부 보완된다. 개정된 재해보험법 시행령은 폭염·집중호우·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과거 피해 규모의 상위 10분위 값을 초과하는 경우, 해당 피해로 발생한 손해를 보험료 할증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이례적으로 큰 재해가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농업인이 다음 보험 가입 과정에서 다시 보험료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기후위기로 재해의 강도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농가가 재해 피해와 보험료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는 것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농업재해보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도 강화된다. 손해평가인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정기교육을 강화하고, 정부가 손해평가 결과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조사 근거를 마련했다.

보험가입자가 손해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당초 배정된 손해평가인력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보험금 산정 과정에서 농가의 권리를 확대하는 조치다.

또 농업재해 발생 빈도와 피해 정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전문기관을 통해 실시할 수 있도록 해 향후 현장 맞춤형 재해보험 상품과 정책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통계 기반도 구축한다.

특히 보험상품에 적용되는 가격을 정부가 공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보험상품별 기준가격과 수매기준가격을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또는 보험사업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도록 했다.

재해대책법 개정에서는 농업재해의 범위를 보다 현실화했다. 기존 폭염·호우 등에 더해 ‘지진’과 ‘이상고온’을 농업재해 범위에 새롭게 포함​했다. 특히 이상고온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병해충 피해도 국가가 지원하는 재해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의 전통적인 자연재해 범주만으로는 농가 피해를 충분히 포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제도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고온으로 작물 생육이 저하되거나 병해충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까지 국가 재해지원의 범위를 넓혀 농업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피해 농가에 대한 복구 지원 방식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면 재파종이나 재정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재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미 투입된 생산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농가 입장에서는 수확을 앞두고 재해가 발생할 경우 그동안 투입한 종자·비료·농약·농작업 등 생산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위험이 컸다. 이번 개정은 이 같은 농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해 발생 이후 영농을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비용뿐 아니라 재해 이전까지 투입된 생산비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반복되는 농업재해의 규모와 대응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체계도 마련된다.

농어업 세부 피해 규모와 중앙·지방정부의 지원 현황, 농가의 정책 만족도, 재해 대응 요령에 대한 인식 수준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다.

정부는 재해지역 농가에 피해 사실 신고 방법을 알리도록 의무화해 피해 신고 과정에서 정보 부족으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번 ‘재해 2법’ 개정은 기후위기로 농업재해의 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재해보험의 위험 분담 기능과 정부의 직접적인 재해복구 지원을 동시에 강화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농업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의 범위를 줄이는 동시에 재해보험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기존 제도로 포괄하기 어려웠던 이상고온과 지진까지 국가 지원체계에 포함해 책임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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