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상표권 경매 끝 새 주관 단체 확보…11월엔 '대종의 날' 제정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 영화 시상식 대종상영화제가 수년 간의 파행과 중단 사태를 딛고 내년 봄 다시 관객 곁으로 돌아온다.

제60회 대종상영화제는 오는 2027년 3월 12일 개최를 확정 지었다. 지난 2023년 11월 제59회 시상식을 끝으로 멈춰 섰던 대종상은 이로써 약 4년 만에 다시 촛불을 켜게 됐다.

1962년 '대한민국 획기적 영화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대종상영화제는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과 함께 국내 3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며 60년 넘게 한국 영화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함께해 왔다. 그러나 역사의 깊이만큼이나 숱한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은 시상식이기도 했다.

   
▲ 제60회 대종상영화제가 중단 4년 만인 내년 3월 12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 2023년 마지막으로 열렸던 제59회 대종상영화제 장면./사진=ENA 화면 캡처


특히 2015년 제52회 시상식을 앞두고 주최 측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며 대리수상을 불허하는 방침을 밝혀 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을 비롯해 수많은 배우와 감독들이 시상식 집단 불참을 선언하는 사상 초유의 '빈집 시상식' 파행을 겪었다. 이후에도 심사의 공정성 시비, 유료 투표 남발, 주최 단체 내부의 권력 다툼 등이 겹치며 영화인들과 대중의 외면을 받았고, 영화제의 권위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영화제의 직접적인 중단 계기는 주최 단체의 재정적 파탄이었다. 수년간 쌓여온 부실 운영과 내부 갈등 속에서 60여 년간 대종상을 이끌어온 주관 단체가 극심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2023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최종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이다.

이로 인해 대종상영화제의 상표권(업무표장)이 법원 경매에 매물로 나오는 비운을 맞았고, 2024년 이후 영화제 개최는 전면 중단됐다.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최장수 영화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순간이다.

폐사 위기에 몰렸던 대종상을 구원한 것은 영화 현장의 실무를 이끄는 프로듀서들이었다. 영화기획프로듀서 단체 측은 대종상 상표권 매각 공고에 입찰해 최종 낙찰을 받고 매각 대금을 완납, 영화제 개최권을 정식으로 확보했다.

영화 제작의 중심축인 프로듀서들이 직접 영화제를 재정비하고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대종상 부활 프로젝트는 급물살을 탔다. 훼손된 영화제의 공정성과 권위를 회복하고, 영화인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엄정한 심사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3월 제60회 시상식을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대종상영화제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한국 영화인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대종상영화제가 1962년 처음 개최됐던 날인 11월 20일을 '대종의 날'로 제정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대종의 날' 행사를 개최해 영화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연대감을 다질 계획이다.

그 첫걸음으로 오는 11월 20일 서울 중구 스테이락호텔에서 '제1회 대종의 날' 선포식을 개최한다. 얼룩진 과거를 씻어내고 실무 프로듀서들의 손에서 새로 태어나는 대종상영화제가 내년 3월, 60회의 역사적 이정표를 어떻게 세울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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