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본배분 등 경영권 영역 침범… “기업 미래 재투자 동력 훼손”
낡은 규제·단기 현금에 안주… 글로벌 반도체 ‘기술 격차’ 확대 우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의 경영 간섭 시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리스크 분담이나 기업 생존을 위한 책임은 외면한 채, 경영권 고유 영역을 침범하고 단기 보상만 요구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과 출범을 앞둔 SK하이닉스 통합노조는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과 보상 체계를 둘러싸고 사측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조가 경영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의 경영 간섭 시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리스크 분담이나 기업 생존을 위한 책임은 외면한 채, 경영권 고유 영역을 침범하고 단기 보상만 요구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노조가 투장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 메가프로젝트 교섭·성과급 고정… 경영권 고유 영역 흔드는 노조

실제로 삼성전자 노조는 대규모 투자 사업(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일방적 반대는 아니다”라면서도 이를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적 사안인 대단위 투자와 경영진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노조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라는 요구를 지속하며 경영진의 자본 배분 권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반도체가 사이클 변동성이 극심해 흑자기에 확보한 영업이익을 차세대 기술(HBM, CXL 등) R&D와 팹(Fab) 증설로 직결시켜야만 살아남는 초고위험 산업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자본 배분이라는 경영진 고유의 권한에 개입해 단기 현금 유출을 압박하는 것은, 기업의 미래 장기 가치는 물론 주주 이익까지 훼손하는 명백한 경영권 침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 삼성 노조, 경영권 침해 노리며 R&D 유연성엔 ‘선 긋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특구법 내 ‘주52시간 예외 적용’과 연구직 초과근로 수당 미적용 방안 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대규모 투자 사업인 메가프로젝트를 교섭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실리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핵심인 노동 유연화 요구에는 노동권 후퇴를 이유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거부감의 배경에는 ‘투입 시간 중심의 보상 체계’ 등 낡은 법적 규제에 안주하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현행 근로시간 규제 체제에서는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투입한 시간만큼 수당이 보장된다. 

반면 주52시간 예외나 연구직 유연근무제는 보상의 축을 ‘투입 시간(Input)’에서 ‘성과(Output)’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성과 중심 보상 체계가 도입될 경우 집단적 울타리가 약화되고 구성원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초미세 공정과 수율 잡기가 핵심인 첨단 반도체 R&D가 멈춰 설 수 없는 속도전이라는 점이다. TSMC, 엔비디아 등 글로벌 경쟁사 연구진이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 연속 연구를 수행하고 파격적인 보상(스톡옵션, RSU)을 받는 상황에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공장식 근로시간 집계에 안주한다면 기술 격차 축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 SK하이닉스 노조, 주식 보상 거부… 리스크는 외면, 현금 챙기기 몰두

SK하이닉스 역시 노조의 위험 회피와 단기 실리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전임직과 기술사무직을 아우르는 과반 노조 구축을 목표로 출범을 추진 중인 통합노조는 ‘성과급(PS) 100% 현금 지급’을 최우선 의제로 내걸며, 사측이 검토 중인 주식 기반 성과급안에 반대하고 있다.

주식 형태의 보상은 임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기업의 장기 가치 상승을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 보상 모델이다. 

반면 노조의 현금 100% 요구는 주가 변동이나 반도체 다운사이클에 따른 손실 위험은 전적으로 사측과 주주에게 밀어 넣고, 흑자 구간의 단기 현금 유출만 극대화하겠다는 ‘위험 회피형 이기주의’에 가깝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들이 유연한 근무 환경과 주식 보상으로 혁신을 도모하는 반면, 국내 반도체 노조는 경영 권한만 탐내면서 책임과 위험은 거부하고 있다”며 “노조의 단기 과실 집착이 계속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격차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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