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3대 중 1대 '중국산'…빗장 건 미국·유럽, 한국은 '무방비'
입력 2026-08-14 15:11:04 | 수정 2026-08-14 15:37:15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중국 생산 전기차 상반기 178.7% 급증…국내 비중 35%로 확대
미국, 중국산 제3국 우회 수출 경계…'환적 위험' 국가에 한국 지목
미국, 중국산 제3국 우회 수출 경계…'환적 위험' 국가에 한국 지목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국산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가운데 나라별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고율 관세와 기술 규제를 동원해 사실상 중국차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섰다.
반면 한국은 중국산 승용차에 기본 관세만 적용할 뿐 별도의 추가 관세나 무역구제 조치가 없어 중국차 공세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를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진입장벽이 낮은 한국을 향한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1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은 19만85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6% 증가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 판매가 178.7% 급증하면서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6.8%에서 올해 35.0%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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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6.8%에서 35.0%로 확대됐다./사진=AI 생성 | ||
◆ 관세에 기술 규제까지…중국차 빗장 거는 미국·EU
미국은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하는 무역법 301조 추가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00%로 대폭 인상했다. 여기에 지난해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가 추가되면서, 중국산 전기차에 매겨지는 관세율은 기본관세 2.5%를 포함해 총 127.5%에 달한다.
관세 장벽에 더해 기술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된 차량연결시스템(VCS) 하드웨어·소프트웨어와 자동주행시스템(ADS)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커넥티드 차량의 수입·판매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가격 경쟁력을 관세로 낮추는 동시에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차량 기술까지 규제 범위를 넓힌 셈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행 규제보다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국제자동차딜러협회(AIADA)는 최근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미국 시장 진입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미국 최대 딜러 단체인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도 중국 자동차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높은 관세를 피해 중국 업체들이 멕시코 등 제3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뒤 미국으로 진입하는 우회로까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웠다. EU는 2024년 10월부터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불공정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기존 10% 기본관세에 업체별 상계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상계관세율은 BYD 17.0%, 지리자동차 18.8%, 상하이자동차(SAIC) 35.3% 등으로, SAIC는 기본관세까지 더하면 총 45.3%에 달한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테슬라에는 7.8%의 추가 관세가 적용된다.
◆ 규제 사각지대 놓인 '한국'…우회 수출 통로 우려까지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상대적으로 장벽이 낮은 국가를 통한 우회 수출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40여개국을 활용한 이른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를 통해 고율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기업이 제3국을 거쳐 원산지를 세탁하거나 최소한의 가공을 거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도 중국산 제품의 잠재적인 환적 경로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자동차에 국한된 지적은 아니지만, 미국이 중국산 제품의 제3국 우회 수출까지 견제하고 나서면서 중국 기업의 해외 생산·수출 거점 확대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 업체들은 실제 수출을 넘어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의 공급 과잉과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 압박이 커진 데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의 무역장벽까지 높아지면서 현지 생산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입되는 승용차에 적용되는 관세는 8%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승용차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돼 기본 관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미국의 무역법 301조 추가 관세나 EU의 상계관세처럼 중국산 전기차를 별도로 겨냥한 추가 관세는 현재 없다.
중국차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까지 줄어들 예정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는 현재 최대 300만 원에서 2027년 200만 원, 2028년 10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정부가 신설한 국내생산 관련 세액공제 대상에도 전기차 완성차는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유입을 단순히 막기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생산·투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국내 생산 업체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 기반과 공급망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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