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부드럽고 편안하게"…2.7톤 무게 잊게 한 '볼보 EX90'
입력 2026-08-16 09:57:17 | 수정 2026-08-16 09:57:17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볼보 순수 전기 플래그십 SUV…최고출력 680마력·제로백 4.2초
DDP~의정부 왕복 64㎞ 시승…편안한 승차감·정숙성 돋보여
DDP~의정부 왕복 64㎞ 시승…편안한 승차감·정숙성 돋보여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고출력 680마력, 공차중량 2.7톤이 넘는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숫자만 보면 폭발적인 가속력과 육중한 움직임이 먼저 떠오르지만 볼보자동차의 순수 전기 플래그십 SUV 'EX90'의 주행감은 예상보다 차분하고 얌전했다. 강한 힘을 필요 이상으로 과시하기보다 부드러운 가속과 편안한 승차감, 뛰어난 정숙성에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EX90은 볼보가 약 100년간 쌓아온 안전 기술과 전동화·소프트웨어 기술을 집약한 모델이다. 기존 XC90을 단순히 전기차로 바꾼 모델이 아니라 볼보의 차세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플래그십으로 개발됐다. 볼보는 차량 기능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통합하고,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기능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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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90은 볼보가 약 100년간 쌓아온 안전 기술과 전동화·소프트웨어 기술을 집약한 모델이다. 사진은 볼보 EX90 정면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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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정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경기 의정부 아나키아를 왕복하는 약 64㎞ 구간에서 EX90을 시승했다. 도심과 자동차전용도로가 섞인 코스로, 시승차는 국내 판매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였다.
EX90은 전장 5040㎜, 전폭 1965㎜, 전고 1740㎜, 휠베이스 2985㎜의 큰 차체를 갖췄다. 공차중량도 트윈 모터 퍼포먼스 기준 6인승 2710㎏, 7인승 2730㎏에 달한다. 길이 5m가 넘는 데다 무게도 상당하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으면 거대한 차체를 몰고 있다는 부담감은 크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680마력의 강력한 힘을 다루는 방식이다. 시승한 트윈 모터 퍼포먼스는 106kWh 배터리와 앞뒤 전기모터를 조합해 최고출력 680마력(500kW), 최대토크 81.1kg·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2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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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측면./사진=김연지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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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측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
하지만 가속페달에 발을 얹는 순간부터 680마력을 의식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페달을 살짝 밟으면 큰 차체가 매끄럽게 앞으로 나가고, 밟는 힘을 늘리는 만큼 속도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운전자를 긴장시키는 느낌도 적었다.
반대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숨겨둔 힘이 단번에 드러난다. 2.7톤이 넘는 덩치가 무색하게 속도계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지만 차체 앞부분이 크게 들리거나 뒤가 주저앉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속도를 다시 줄일 때도 차체가 앞으로 크게 쏠리지 않고 비교적 차분하게 자세를 되찾았다.
앞뒤 무게를 47대 53으로 배분하고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식 가변 댐퍼를 적용한 영향이다. 강한 힘을 쏟아내는 순간에도 차체 움직임이 흐트러지지 않으니 빠르다는 느낌보다 안정적이라는 인상이 먼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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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후면./사진=김연지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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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프렁크./사진=김연지 기자 | ||
크고 작은 요철을 지나도 운전석으로 전해지는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걸러졌다. 대용량 배터리를 바닥에 깐 대형 전기 SUV에서 종종 느껴지는 단단하고 묵직한 승차감보다는 대형 세단에 가까운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물렁하게 출렁이지도 않았다. 요철을 넘은 뒤 위아래 움직임이 길게 이어지지 않고 빠르게 잦아들어 편안하면서도 안정적이었다.
속도를 높이거나 굽은 길을 지날 때도 2.7톤이 넘는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느낌은 적었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차체 움직임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울트라 트림에 적용된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식 가변 댐퍼는 차체 움직임을 초당 500회 감지해 댐핑을 조절한다.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전기차인 만큼 엔진 소음이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속도를 높여도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크게 올라오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빠르게 속도를 높이는 순간에도 실내는 차분했다. 소리로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워 계기판을 보고서야 생각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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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3열까지 펼친 뒤 트렁크 공간./사진=김연지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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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3열을 폴딩한 모습./사진=김연지 기자 | ||
조용한 실내 덕분에 바워스앤윌킨스 하이 피델리티 사운드 시스템의 존재감도 컸다. 울트라 트림에는 25개 스피커와 1610W 출력의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된다. 헤드레스트와 천장에도 별도의 스피커를 배치하고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해 음악을 틀자 소리가 좌우뿐 아니라 위아래까지 넓게 퍼졌다.
외관은 기존 볼보 SUV의 정체성을 이어가면서 전기차답게 한층 매끄럽게 다듬었다. 전면부에는 볼보의 상징인 '토르의 망치'를 재해석한 HD 픽셀 헤드램프가 자리한다. 전장 5m가 넘는 대형 SUV지만 복잡한 선이나 장식을 덜어내 육중하기보다는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이 강하다.
실내에서도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는 소재와 조명을 활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냈다. 수평형 에어벤트와 우드 패널을 적용했고, 울트라 트림에는 나파 가죽 시트가 들어간다. 대시보드에서는 우드 패널의 나뭇결 사이로 조명이 은은하게 비쳐 볼보 특유의 간결한 실내와 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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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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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실내./사진=김연지 기자 | ||
대형 SUV답게 공간도 여유롭다. 국내에서는 6인승과 7인승을 선택할 수 있으며 6인승은 2열에 독립형 캡틴 시트를 적용해 좌우 승객이 독립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3열을 접었을 때 324L이며 2·3열을 모두 접으면 6인승 2082L, 7인승 2135L까지 늘어난다. 보닛 아래에는 46L 크기의 프렁크도 마련했다.
EX90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안전이다. 차량에는 5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첨단 센서 세트가 기본 적용된다. 운전자 상태를 살피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차량 내부에 남겨진 어린이나 반려동물 등을 감지하는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도 갖췄다. 차체 역시 기존 XC90보다 비틀림 강성을 50% 높이고, 충돌 시 에너지 흡수 성능을 20% 향상시켰다.
실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다. 자체 개발한 '휴긴 코어'가 전기 아키텍처와 코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고 OTA를 통해 차량 기능과 성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퀄컴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 기반의 '볼보 카 UX'와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9인치 운전자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했다. 다만 대부분의 기능이 대형 디스플레이 하나에 집중된 만큼 물리 버튼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초반 적응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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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2열과 3열./사진=김연지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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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보 EX90 2열./사진=김연지 기자 | ||
가격은 트윈 모터 플러스 7인승이 1억620만 원부터 시작한다. 트윈 모터 울트라는 7인승 1억1620만 원, 6인승 1억1820만 원이며 시승한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는 7인승 1억2120만 원, 6인승 1억232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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