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1일 만에 본교섭 재개…기아, 파업 유보·협상 지속
기아, 15년 만의 선타결 가능성…이번 주 양사 교섭 분수령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올해 노사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생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이미 상당한 생산 차질이 발생한 가운데 기아 노조까지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그룹 전체의 '하투(夏鬪)' 리스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대차가 중단됐던 교섭을 재개하고 기아도 곧바로 파업에 나서지 않고 추가 협상을 택하면서 이번 주가 노사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까지 사흘 연속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18일에도 6시간 파업을 예고했으나, 사측의 교섭 재개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파업은 유보하기로 했다. 노사는 15일부터 사흘간 실무협의를 거쳐 18일 16차 본교섭 테이블에 다시 앉는다. 지난달 8일 15차 교섭 이후 41일 만이다. 기아 노조 역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사측과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 파업으로 조기 퇴근하는 현대차 직원들./사진=연합뉴스 제공


◆ 현대차 노사, 임협 재개…18일 교섭 재개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협상에 돌입했지만 석 달 넘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을 기본급의 800%로 인상하는 방안 등을 요구해왔다. 반면 사측은 지난달 8일 15차 교섭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 원, 자사주 15주 지급을 골자로 한 3차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해고자 복직과 정년 연장, 상여금 인상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사측은 임금협상 취지와 맞지 않는 이들 요구안을 노조가 정리할 경우 임금·성과금 등에 대한 추가 제시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교섭은 한 달 넘게 사실상 멈춰 있었다.

이 사이 노조는 지난달 13~15일 매일 2시간, 20~22일과 29~31일에는 매일 4시간씩 세 차례에 걸쳐 총 9일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근무조별 파업 시간은 총 30시간이지만 오전·오후 근무조가 각각 참여하면서 생산라인 가동 차질은 60시간에 달했다. 여기에 토요일 특근 거부 네 차례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차가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는 지난달까지 4만2510대로 불어났다. 

여름휴가를 마친 노조는 지난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12·13일 근무조별 4시간, 14·18일에는 6시간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실제 12~13일 4시간 파업에 이어 14일에는 파업 시간을 6시간으로 늘리며 사흘 연속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다만 사측이 먼저 교섭 재개를 요청하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치는 일단 숨을 고르게 됐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노조 사무실을 찾아 교섭 재개를 요청했고, 노조는 18일 예정했던 파업을 미루기로 했다. 40여 일 만에 다시 열리는 본교섭에서 추가 제시안 등을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현대차 파업 장기화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가 다시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 기아, 파업 대신 교섭 선택…광복절 특근에 연장근무까지

기아 역시 올해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동시에 조합원 1인당 자사주 246주 이상 지급과 주 4.5일제 도입,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지난달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재적 조합원 대비 82%(투표자 기준 92.5%)라는 높은 찬성률로 쟁위행위가 가결됐다. 이어 27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기아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2020년 이후 6년 만이다. 기아 노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파업 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기아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한 뒤에도 곧바로 파업에 나서지 않고 여름휴가 이후 사측과 교섭을 이어가는 쪽을 택했다. 지난 13일 경기 광명 오토랜드에서 열린 8차 본교섭에서 사측은 올해 첫 일괄제시안을 내놨다. 기본급 9만3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100만 원, 자사주 45주 지급 등이 골자로, 현대차 사측이 앞서 내놓은 3차 제시안인 기본급 8만9000원, 성과금 350%+1000만 원, 자사주 15주보다 높은 수준이다.

노조는 이 제시안에 대해 아직 남은 실무 조항과 공정한 성과 분배 등이 부족하다며 추가 제시안을 요구했지만 즉각적인 쟁의행위 대신 교섭을 통해 입장차를 좁혀보겠다는 방침이다. 파업이나 전면적인 특근 거부 없이 교섭이 이어지면서 기아는 광복절 연휴인 15~17일에도 오토랜드 화성 일부 생산라인에 특근을 편성했다. 

이 때문에 기아가 현대차보다 먼저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현대차 합의안이 그룹 내 임금협상의 기준점 역할을 하면서 통상 현대차가 먼저 타결하고 기아가 뒤따르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기아가 현대차보다 먼저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파업 장기화로 그룹 전체의 생산·판매 차질이 커지는 가운데 기아까지 협상이 틀어질 경우 그룹 차원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주 양사 교섭에서 노사가 얼마나 입장 차를 좁히느냐가 그룹의 하반기 생산 리스크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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