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막을 땐 PASS 활용… AI 위조 논란엔 신분확인 폐지까지 검토
정부 모바일 신분증 확대 속 민간 서비스 존폐 기로… 이용자 선택권 우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정부가 통신3사의 PASS(패스)를 두고 상황에 따라 상반된 잣대를 적용하면서 통신업계의 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보이스피싱과 대포폰을 막겠다며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 PASS 안면인증을 도입한 정부가 이번에는 인공지능(AI) 위·변조 우려를 이유로 PASS 앱 모바일 신분확인서비스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같은 보안 문제를 두고 정부가 민간 서비스를 필요에 따라 활용하거나 폐지 대상으로 달리 보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AI 이미지


18일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AI 기술을 활용해 실제 서비스와 유사한 위조 화면을 만들어 성인 인증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서비스 유지 여부를 원점에서 들여다보는 것으로, PASS와 정부24 등을 통한 기존 서비스의 축소·폐지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행안부는 정부 모바일 주민등록증이 기존 확인서비스보다 보안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통해 기존 서비스를 대체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통신업계는 위·변조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모바일 운전면허와 주민등록증 확인서비스를 합쳐 가입 규모가 1380만 건에 이르는 서비스를 폐지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서비스를 없애기보다 현장의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 같은 '보안' 명분인데… PASS 두고 달라진 정책 방향

정부의 최근 인증정책을 함께 놓고 보면 업계의 문제의식은 보다 선명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 6일부터 휴대전화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과정에 강화된 본인확인 절차를 도입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등이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범죄에 악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마련한 본인확인 수단 가운데 하나가 PASS 안면인증이다. 이용자가 PASS 앱을 통해 얼굴을 촬영하면 신분증 사진과 비교해 실제 본인인지 확인한다. 정부가 대포폰이라는 보안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통신3사가 구축한 민간 인증 인프라를 활용한 셈이다.

반면 행안부는 AI를 활용한 신분확인 위·변조 우려를 이유로 PASS 모바일 신분확인서비스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두 정책의 목적과 대상은 다르지만 같은 보안 문제를 두고 한쪽에서는 PASS를 본인확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PASS 서비스를 폐지 대상으로 삼는 셈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이 민간 인증서비스의 역할을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맞춰 민간이 인증 인프라를 구축·운영해온 상황에서 정책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기존 서비스의 존폐가 흔들릴 경우 민관 협력 서비스의 지속성과 정책에 대한 신뢰도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PASS 신분확인서비스 폐지 논의는 정부가 직접 발급하는 모바일 신분증 확대와 맞물려 있다. 정부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PASS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와 별개의 디지털 신분증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본인확인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는 영역이 일부 겹친다.

업계에서는 정부 모바일 신분증의 보안성을 높이고 활용처를 확대하는 것과 기존 민간 서비스의 존치 여부는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새로운 정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이미 자리 잡은 민간 서비스를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 1380만 건 자리 잡은 PASS… 폐지보다 병행·보완 목소리

PASS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는 주민등록증에 수록된 정보를 스마트폰 화면에 QR코드와 함께 표시해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편의점과 음식점 등의 성인 인증은 물론 공항 탑승수속과 병원 등 일상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발급하는 모바일 주민등록증과 PASS는 발급 절차와 이용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PASS는 기존 주민등록증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 반면, 정부 모바일 주민등록증은 별도의 디지털 신분증을 스마트폰에 발급받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각각의 이용 방식과 편의성이 다른 만큼 하나로 일원화하기보다 이용자가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병행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AI 위조 사례 역시 기존 검증 절차를 강화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PASS 신분확인 화면에는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가 함께 표시된다.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화면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QR코드를 검증앱으로 스캔하면 화면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QR 검증을 생략하고 사진과 생년월일 등 화면만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AI로 실제 서비스와 비슷한 화면을 만드는 것 자체를 막기 어려워진 만큼 위조 화면이 실제 신분확인 수단으로 통용되지 않도록 검증 절차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통신업계에서도 편의점과 주류 판매점 등을 중심으로 QR 검증을 활성화하고 이용자와 사업자 안내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미 구축된 인증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실제 위조물이 사용되는 현장의 확인 절차를 촘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정부 모바일 신분증 확대를 이유로 기존 민간 서비스를 정리할 경우 신분확인 수단이 사실상 정부가 마련한 체계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 서비스를 확대하더라도 민간 서비스와 병행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유지하고 서비스 간 상호 보완이 가능하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PASS를 활용한 안면 인증을 강화하면서 신분증 위·변조 문제가 나오자 다른 PASS 서비스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사업자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정책의 기준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이미 많은 국민이 사용하는 민간 서비스를 없애기보다 현장 보완책을 먼저 적용하고 여러 인증수단이 함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일관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