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30년물 금리 19년 만에 최고치…"결국 안정될 것" 전망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 자산시장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연 5.31% 안팎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약 19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자산가격 산정의 기준점이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연 4.7% 턱밑까지 바짝 다가서며 1년여 만에 최고치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 글로벌 금융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 자산시장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국내는 물론 해외 증시에까지 큰 불확실성 재료로 부각되고 있다. 이달 들어 안정되는가 싶었던 국내 증시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후 현재 다시금 5% 넘게 급락하며 6500선이 재차 붕괴됐다. 

이번 국채 금리 급등세의 핵심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에 따른 국채 수급 불균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약 40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미 재무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와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장기 국채 발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러나 채권 시장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흡수 여력은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 시장의 불안 요인까지 겹쳤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에서 91달러 선을 단숨에 돌파했고, 이는 공급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자극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는 '끈적한(Sticky)' 흐름을 보이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 또한 급격히 후퇴했다. 최근 연준 지도부가 고용지표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정책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한 점도 채권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장기 무위험 수익률'로 통하는 미 국채 금리의 수직 상승은 주식시장, 특히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던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 섹터의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나스닥 지수가 1.3% 넘게 하락하는 등 간밤 뉴욕증시에선 성장주 중심의 매도세가 거세졌다.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과 맞물린 엔화의 변동성 역시 글로벌 유동성의 핵심 뇌관으로 부상했다.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두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일본의 30년 만기 국채(JGB) 금리는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엔화 가치가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내면서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전 세계 고수익 자산과 미국 빅테크 주식에 투자했던 소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공포가 재차 확산하고 있다. 엔화 강세 및 차입비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자금 회수 움직임은 기술주를 비롯한 위험자산 투매 압력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유럽 채권시장 역시 미국발 충격에 연쇄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독일 국채(분트채) 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고 프랑스 국채 금리 역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미 국채 금리 급등과 글로벌 외환시장 불안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큰 악재다.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10원대 후반까지 오르내리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국내 3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미국 시장과 동조화 흐름을 나타내며 2012년 발행 이후 최고치 수준에 근접했다.

국내 자금조달 비용 상승도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국고채 전 구간의 금리 상승세가 은행채와 회사채 발행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이 한계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대출금리 반등은 민간 소비 회복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유동성을 한층 더 위축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극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국채금리 리스크는 증시에 큰 변동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 시장의 변동성과 엔화 환율의 향방이 글로벌 증시를 가를 절대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입찰 수요와 국제 유가 흐름, 일본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행보가 단기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낙관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금리는 결국 하향 안정화되며 주식시장의 안도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 발행에 따른 수급 부담은 이미 소화되고 있으며, 트럼프의 전략 변화를 감안하면 중동의 군사적 긴장 역시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면서 주식시장의 안도 랠리는 지속될 것이고, 금리 부담 완화의 수혜가 큰 성장주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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