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시간 멈춰 설 생산 라인…누적 손실만 2조8500억원 육박
‘사내유보금’ 왜곡하며 3조원 성과급 요구…“귀족노조 횡포”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오는 21일 8시간 전면 파업과 서울 양재동 본사 상경 투쟁을 확정했다. 지난 5년간 유지해 온 무파업 상생 기조가 무너진 데 이어, 완성차 공장 전체가 하루 동안 완전히 멈춰 서는 ‘전면 셧다운’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전면 셧다운이 현실화 되자 재계에서는 ‘파업 잔혹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누적 파업 일수 430여 일, 누적 손실 20조 원에 달하는 악순환을 이어온 바 있다.

   
▲ 지난 5월 1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내유보금 101조 원’ 착시 유도…3조 원 성과급 요구의 허구성

20일 재계에 따르면 노조 측은 최근 유인물을 통해 “사내유보금이 101조 원에 달해 곳간이 터질 지경”이라며 순이익의 30%(약 3조 원 이상) 성과급과 상여금 800% 인상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회계적 개념을 왜곡한 것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내유보금은 현금으로 쌓아둔 돈이 아닌 공장 부지, 설비, R&D 자산 등에 이미 투자된 회계상 금액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3조 원은 현대차가 1년간 국내 공장 및 미래 모빌리티 R&D에 집행하는 전체 시설 투자금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미국 관세 장벽,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및 AI 전환이라는 유례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도요타, 테슬라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미래 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적자 속에서도 R&D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회계상 숫자를 빌미로 3조 원대의 단기 성과급 잔치를 벌이자는 것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음서제’ 논란부터 해고자 복직·대체근로 방해까지…‘귀족 노조’식 떼쓰기

현대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 장기 근속자 자녀의 우선 채용 특혜를 의미하는 이른바 ‘노조 음서제(고용 세습)’ 조항을 요구해 사회적 공분을 샀던 사례는 대기업 노조의 특권의식과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 표본으로 꼽힌다. 

특히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귀족 노조’라는 수식어는, 2000년대 들어 평균 연봉 1억 원 안팎을 누리면서도 매년 파업과 세습 요구를 반복해 온 현대차·기아 노조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정착했다.

이번 요구안 역시 법과 상식을 벗어난 ‘귀족노조식 무리수’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노조는 법원 최종 판결이나 중징계로 해고된 전·현직 조합원들의 ‘원직 복직’을 단체교섭 요구안으로 내걸며 사규와 사법 판단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 부품 공급망 마비를 막기 위한 사측의 최소 방어책인 대체인력 투입마저 ‘파업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방해하는 실정이다.

사회적 합의 없는 만 60세 이상 정년 연장 요구 역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AI와 로봇 도입으로 생산 인력 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선제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층의 신규 채용 이 축소되며 세대 간 고용 갈등을 야기한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노조 내부의 MZ 세대 조합원들 사이에서 “명분 없는 정치 파업과 세대 이기주의적 요구가 노조의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 멈춰 선 시간만 136시간… 손실액 2조8500억 원 돌파

문제는 이 같은 비판이 명확함에도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노조의 행보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재무적 타격은 단기 파업의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 사업보고서 기준 시간당 생산 대수(460대)와 차량 평균 판매 단가(4544만 원)를 토대로 추산하면, 지난달 교대 근무 중단(60시간)과 이달 닷새간의 부분·전면 파업(76시간) 등으로 공장이 멈춰 선 시간은 총 136시간에 달한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 규모는 6만2500여 대로 매출 손실액만 무려 2조8500억여 원이다. 하루 8시간 전면 파업 시에만 최소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증발한다. 현대차가 6월 그랜저, 8월 아반떼 등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내수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결정적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파업 파장은 현대차 울산공장을 넘어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완성차와 부품사가 함께 참여하는 ‘자동차 업종 공동 파업’을 선언하면서, 현대모비스 등 핵심 부품 계열사 노조까지 교차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자동차 산업은 약 2만 개의 부품이 적시 공급(JIT) 시스템으로 얽혀 있다. 부품 공장과 완성차 공장이 동시에 멈춰 서면 재고 여력이 부족하고 영업이익률이 1~2%대에 불과한 2·3차 영세 부품 협력사들은 즉각적인 가동 중단과 자금난에 직면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지금 현대차에 필요한 것은 단기 결실 배분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투자”라며 “파업으로 얻어낼 실리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과 부품 생태계의 생존보다 우선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