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지난해 금융사고 대부분 '사기'…우리-하나-국민-신한 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 10년간 총 5500억원대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2319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는데, 대부분 사기 사고였다. 은행들이 앞다퉈 '내부통제 강화'를 경영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사기 사고에 휘말리며 안전·신뢰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최근 10년간 4대 시중은행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4대 은행의 금융사고 규모는 약 5495억원(281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금융사고 규모가 약 2319억원(80건)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금융사고는 지난 2021년 약 53억원(17건)에 그쳤지만 이듬해 약 895억원(22건)에 이어 2024년에는 약 1212억원(34건)으로 각각 치솟았다. 

   
▲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 10년간 총 5500억원대의 금융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만 2319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는데, 대부분 사기 사고였다. 은행들이 앞다퉈 '내부통제 강화'를 경영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사기 사고에 휘말리며 안전·신뢰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해 금융사고(약 2319억원, 80건)를 놓고 보면, 사기 사고가 약 1869억원(61건)으로 금액·건수 모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사고 중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금액 기준 80.6%, 건수 기준 76.3%에 달했다. 그 외 △업무상배임 약 388억원(9건) △횡령·유용 약 62억원(9건) △도난·피탈 1건(금액 미집계) 등으로 나타났다. 

개별 은행 사례를 놓고 보더라도 전체 사고 유형 중 사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은행별 전체 금융사고 규모 대비 사기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총 1156억원(금융사고 총 15건) 중 1104억원(11건)으로 4대 은행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약 518억원(28건) 중 약 471억원(27건)을 기록했다. 그 외 KB국민은행이 약 424억원(17건) 중 136억원(10건)을, 신한은행이 약 221억원(20건) 중 159억원(13건)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7월 금융사고 규모는 지난해 대비 크지 않지만 이미 236억 8600만원(30건)에 육박한다. 올해 집계에서도 사기 사고가 236억 1400만원(26건)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124억 8200만원(10건 중 9건)을 사기 사고로, 하나은행은 53억 7200만원(7건)을 모두 사기 사고로 기록했다. 뒤이어 국민은행이 36억 4000만원(9건) 중 35억 7800만원(7건)을, 신한은행이 21억 9200만원(4건) 중 21억 8200만원(3건)을 사기 사고로 채웠다. 연간 통계 집계까지 5개월이 추가되는 만큼, 금융사고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기 사고의 대표 사례로는 외부인 개입을 통한 사기 대출이 꼽힌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한 은행에서는 외부인이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한 뒤 약 22억 2100만원의 대출금을 편취했다. 대출 심사와 검증 과정의 허점을 노린 범죄다.

아울러 한 시중은행 직원은 본인과 지인의 계좌를 이용해 실제 현금 입금 없이 전산상으로만 입금 처리하는 이른바 '무자원 현금 입금' 거래를 하거나 시재금을 직접 편취하는 방식으로 총 37억 4900만원을 횡령했다. 또다른 은행 직원은 지인 등에게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을 임의로 상향 조정하는 등 부당하게 대출을 승인했는데, 사고액만 23억 800만원에 달한다.

은행들이 대형 금융사고를 계기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강화에 집중했지만 실상 금융사고를 막지 못하고 매년 규모를 키운 셈이다. 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경영 키워드 중 하나로 '내부통제 강화' 및 '금융소비자보호'를 내걸은 상태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지난 2월 금융권 최초 AI 기반 내부통제·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하반기 경영회의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과제로 꼽았다. 이에 글로벌 검사 기능을 검사총괄부로 일원화하고, 본부감사부 내 '경영감사팀'을 신설해 내부통제와 감사 기능을 강화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빈틈없는 내부통제는 금융사고 예방을 넘어 금융소비자 보호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이라며 "금융거래 편의성 제고를 위한 인프라와 제도를 지속 보완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 대한 재무·심리 지원 체계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정보보호부'를 신설해 정보보호 전문성과 고객 신뢰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Wide & Deep' 전략이 현장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구동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고객 자산 보호와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박 의원은 "금융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대형 금융사고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국민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시중은행에서 횡령과 배임, 사기가 반복되는 것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은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사고 발생 시 은행과 관련 임직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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