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파고에 철강 수출 양극화…‘고부가·저탄소’로 돌파
입력 2026-08-20 16:25:43 | 수정 2026-08-20 16:25:43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7월 대미 수출 53만8000톤 ‘호조’…EU 수출은 부진
미국 AI발 수요 증가…EU는 고관세에 환경 규제까지
글로벌 보호장벽 지속 전망…제품 경쟁력 강화·신시장 개척으로 돌파
미국 AI발 수요 증가…EU는 고관세에 환경 규제까지
글로벌 보호장벽 지속 전망…제품 경쟁력 강화·신시장 개척으로 돌파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글로벌 철강시장 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국내 철강 수출의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과 EU 모두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해 수출이 호조를 보인 반면 EU 시장은 강화된 규제와 탄소 장벽에 가로막히며 부진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과 EU에 고부가·저탄소 철강재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규 시장을 발굴해 수출 활로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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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철강시장 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국내 철강 수출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은 포스코에서 생산된 열연강판./사진=포스코 제공 | ||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량은 53만800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18만8000톤과 비교하면 186.2%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수출량도 273만4000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57만6000톤보다 73.5% 늘었다.
반면 지난달 EU(27개 회원국 및 영국 포함)로의 수출량은 25만5000톤으로 전년 동월 37만2000톤 대비 31.5% 감소했다. 7월 누적 수출량은 214만5000톤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246만3000톤보다 12.9% 줄었다.
두 곳 모두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 실적에서 차이가 나타난 것은 수요 변화와 규제 강도에서 차이가 있기 떄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난 반면 EU에서는 높은 관세에 환경 규제 강화까지 더해지면서 수출 여건이 악화됐다.
먼저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수입산 철강재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속속 진행되면서 철근과 H형강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 현지 철강업체들의 생산능력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자 국내 철강업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장을 공략에 나섰다. 고관세에도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대미 수출 증가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유럽 시장은 수출 환경이 더욱 악화된 상태다. EU는 지난달부터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강화된 수입 관리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무관세 할당량(TRQ)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관세 쿼터가 기존 대비 19.7% 감소해 다른 국가의 감소폭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환경 규제 장벽까지 본격화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체감하는 수출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 똑같이 보호장벽이 강화됐지만 수출량을 보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사례를 보면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틈새를 공략할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호무역 리스크 여전…‘고품질·친환경’ 경쟁력 강화
미국으로의 판매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국내 철강업계가 수출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 내 판매가 장기적인 계약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단기적 발주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보호무역기조가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미 수출 환경이 또다시 급변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미국 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EU에서는 저탄소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미국에서는 단순한 물량 확대보다 현지 수요에 맞는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양적 성장이 아닌 수익성이 높은 제품 위주로 수출을 늘려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EU의 환경 규제에 맞춰 저탄소 철강재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저탄소 철강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 EU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고객사의 탄소 감축 요구에도 부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철강업체들은 전기로 기반의 저탄소 생산체제를 확대하는 동시에 고품질 제품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신규 시장 개척 역시 주요 과제로 꼽힌다. 국내 철강업계는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 투자 등으로 철강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는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철강 시장의 보호무역주의가 당분간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지역별·산업별 수요 맞춤형 강재 공급 전략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순 범용 철강재보다 고부가·저탄소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 경쟁력과 친환경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신규 수요처를 적극 공략해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수출 변동성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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