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C·기업 AX·로봇까지… AI 따라 기업 사업 영역 확장
본업서 쌓은 데이터, AI로 연결… 새로운 경쟁 구도 형성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는 모습이다. 각사가 본업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인프라, 기술을 AI와 연결해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가 산업 전반의 공통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만큼 기존 업종보다 각사가 AI 밸류체인에서 어떤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 사진=AI 이미지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AI 관련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대규모 연산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부터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AX(AI 전환), 실제 공간에서 작동하는 로봇과 스마트홈까지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통신·플랫폼·IT서비스·전자 등 여러 업종의 사업 영역도 맞물리고 있다.

AI 사업은 여러 산업의 기술과 인프라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AIDC에는 GPU와 전력, 냉각,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기업 AX에는 클라우드와 AI 모델, 데이터 관리와 업무 시스템 구축 역량 등이 함께 요구된다. 각 기업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자산이 AI를 매개로 다른 산업에서도 활용되면서 사업 영역이 겹치는 배경이다.

◆ 통신·포털·IT서비스, AIDC·기업 AX서 접점 확대

가장 빠르게 경계가 흐려지는 곳은 AIDC와 기업 AX 시장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SK하이퍼를 출범시키고 최대 15기가와트(GW) 규모의 AIDC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KT도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기업 AX를 중심으로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경기 파주에 200메가와트(MW)급 AIDC를 건설하고 있다. 통신3사가 기존 네트워크와 기업 고객 기반을 활용해 AI 인프라와 서비스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플랫폼 업계도 AI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과 클라우드, 대규모 GPU 인프라를 연결해 기업과 공공 분야까지 AI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에이전트와 생성형 AI 서비스를 접목하며 기존 플랫폼의 AI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플랫폼에서 확보한 이용자와 데이터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AI와 연결하며 사업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삼성SDS와 LG CNS, SK AX 등 IT서비스 업체도 AI를 기반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생성형 AI 플랫폼 패브릭스(FabriX), AI 에이전트를 연결한 'AI 풀스택'을 내세우고 있다. LG CNS는 기업 AX와 함께 AI를 로봇에 접목하는 RX(로봇 전환)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며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SK AX도 제조·금융 등 산업별 AI 전환과 AI 인프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통신사와 플랫폼, IT서비스 등 기업들의 출발점은 각기 다르지만 AI 사업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부터 모델·솔루션까지 연결되면서 기업 고객을 두고 사업 영역이 겹치는 지점도 늘고 있다. 동시에 한 기업이 AI 밸류체인 전반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 글로벌 AI·클라우드 업체 등과 손잡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 AI 만나 쓰임새 넓어진 기술… 산업 간 연결고리 확대

AI는 기업이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 제품의 활용처도 다른 산업으로 넓히고 있다. AI 인프라와 서비스에 여러 분야의 기술이 함께 필요해지면서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이 하나의 사업에서 협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를 스마트홈과 주거 공간으로 연결하고 있다. 지난 6월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삼성 AI 모듈러 홈'을 출시했으며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가전과 냉난방, 보안 등을 연결한 주거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완공된 주택에 가전을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모듈러 주택 제작 단계부터 AI 가전과 스마트싱스 연동 기기를 설치·등록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주거 산업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 기술을 AI 데이터센터로 연결하고 있다. 고성능 GPU 사용으로 서버 발열이 늘면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자체 개발한 600킬로와트(kW)급 냉각수 분배장치(CDU)로 엔비디아 품질 인증을 받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공조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공기·액체냉각 솔루션을 공급하고 액침냉각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건설 중인 파주 AIDC에도 LG전자의 냉각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로봇도 여러 산업의 기술이 만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실제 공간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로 확장되면서 가전과 모바일, 센서, 제조 자동화 등에서 확보한 기술을 로봇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시장이 커질수록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얼마나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사의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포털의 데이터와 서비스, IT서비스 업체의 기업 시스템 구축 경험, 전자업체의 디바이스·공조 기술처럼 각자 다른 강점이 AI 사업에서 맞물리고 있어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부터 모델, 디바이스까지 여러 기술이 함께 필요한 만큼 기존 업종만으로 사업 영역을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각자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AI와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기존에는 경쟁하지 않았던 기업과 같은 시장에서 만나는 사례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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