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자격시험까지 번진 AI 안경 부정행위… 기존 감독 한계
삼성 등 AI 안경 개발 속도… 기술 살리고 시험 관리는 강화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AI(인공지능) 안경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국가자격시험과 어학시험 등에서 잇따라 적발되면서 기존 시험 관리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일반 안경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AI 안경의 활용 가치는 살리면서도 시험 결과가 개인의 실제 역량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관리·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부정행위가 확산될 경우 자격과 점수가 개인의 노력과 전문성을 증명해온 사회적 신뢰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진=AI 이미지


21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 이어 최근 국내에서도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지난 5월 전기산업기사와 소방설비기사 시험에서 AI 안경을 착용한 응시자 3명이 적발됐고 토익 정기시험에서도 응시자 2명이 연이어 적발됐다. 이후 지난 6월에도 가스기능사와 주택관리사보 등 국가자격시험에서 관련 부정행위가 확인됐다.

AI 안경은 카메라로 문제를 인식한 뒤 생성형 AI를 활용해 답을 찾고 이를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별도의 기기를 꺼내거나 화면을 조작하지 않아도 돼 시험 감독관이 응시자의 행동만으로 AI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문제는 AI 안경이 빠르게 작아지고 가벼워지면서 일상에서 쓰는 안경과 외형상 차이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 제품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현재 일부 자격시험과 어학시험에서 확인된 부정행위가 입시나 전문자격시험 등 다른 평가 영역에서도 새로운 관리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 일반 안경과 구별 어려워진 AI… 시험 감독은 '육안' 의존

AI 안경은 일반 안경과 외형이 비슷해 시험장 반입 단계부터 식별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기기 소형화까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육안으로 착용 여부를 가려내기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존 대응 방식은 육안 확인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AI 안경을 반입 금지 물품에 포함하고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살피도록 안내했으며 일부 대학은 안경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운지 확인하거나 응시자가 안경다리를 반복적으로 만지는지 관찰하는 방식 등을 지침에 담았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이런 방식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최신 AI 안경은 얇은 프레임과 50g 안팎의 무게를 구현하면서 일반 안경과 외형 차이가 크게 줄었다. 불과 1년 전 마련된 육안 중심의 적발 방식이 기술 변화에 빠르게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확인된 사례는 국가자격시험과 어학시험 등이지만 AI 안경이 대중화되면 대학 입시와 각종 전문자격시험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나 안전과 직결된 전문 분야까지 부정행위가 확산될 경우 시험의 공정성을 넘어 자격 취득자의 실제 역량을 신뢰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이 목표를 세우고 공부해 시험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 경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살펴볼 부분이다. 정답을 얻는 과정에서 AI에 의존하는 일이 반복되면 지식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노력과 성취를 연결해온 경험 자체가 약해지면서 개인의 성장 과정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AI 기기의 반입을 막는 방식과 함께 평가 방식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AI 활용을 전제로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하거나 결과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한 과정까지 확인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 시험 밖에선 번역·길 안내… 삼성도 AI 안경 시장 본격화

시험 부정행위와 별개로 AI 안경은 생성형 AI를 일상에서 활용하는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이용자가 보고 듣는 정보를 AI가 바로 인식할 수 있어 스마트폰을 직접 조작하지 않고도 번역이나 길 안내, 정보 검색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안경형 AI 기기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구글이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글 제미나이를 결합했으며 카메라와 센서, 마이크, 스피커 등을 탑재했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이용자가 외국어로 대화하는 상대방이나 해외 식당의 메뉴판을 바라보면 실시간 번역 결과를 음성으로 전달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이동 경로를 안내하고 화이트보드나 문서, 회의 장면을 촬영하면 주요 내용을 갤럭시 스마트폰의 삼성 노트 앱에 정리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한 장치도 제품에 적용했다. 촬영 중에는 제품 안쪽과 바깥쪽의 발광다이오드(LED)가 모두 켜지며 외부 LED가 가려지거나 이용자가 안경을 벗으면 촬영 기능이 비활성화된다. 음성과 영상, 화면 공유 데이터는 AI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일상 속 맥락을 자연스럽게 인식해 더욱 개인화된 AI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접점"이라고 말했다.

AI 안경은 스마트폰 화면을 거쳐야 했던 AI 이용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용자가 보는 장면과 듣는 소리를 기기가 바로 인식할 수 있어 번역이나 길 안내뿐 아니라 업무와 교육, 콘텐츠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기 쉽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스마트안경의 연간 매출이 2032년 440억 달러에 달해 전체 웨어러블 시장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도 완제품을 넘어 관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안경 내부에 들어가는 카메라의 소형화·고성능 기술과 웨어러블용 소형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안경 렌즈에 정보를 표시하는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RGB 올레도스(OLEDoS·실리콘 기반 OLED)를 개발하며 AI 안경 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AI 안경은 이용자의 시야에서 곧바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을 앞세워 일상적인 기기로 발전하고 있다. 시험 부정행위 역시 기술 자체의 활용을 제한하기보다 시험장에서 AI의 개입을 어떻게 구분하고 차단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안경은 스마트폰을 직접 꺼내지 않아도 이용자가 보고 있는 정보를 AI와 연결할 수 있어 향후 활용 범위가 상당히 넓은 기기"라며 "제품의 기능을 제한하기보다 시험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 AI 사용 여부가 중요한 영역에 맞는 별도의 기준과 관리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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