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계약도 동일 체계·시행일” 예고했지만 최종 기준 달라
총한도 70% 같아도 추가 지급엔 발주처 판단·이행 확인 필요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중소기업을 배려해 남겨둔 소규모 공사 선금 우대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계약과 달리 지자체 발주 공사에서는 이 같은 우대가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방계약도 같은 체계로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던 만큼 제도 취지가 반쪽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가계약은 소규모 공사에 40~50%의 선금 우대를 유지한 반면 지방계약은 30%로 일원화되면서 중소업체 지원 취지가 반쪽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미디어펜 기자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가계약 공사의 선금 의무지급률은 계약금액에 따라 △100억 원 이상 30% △2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 40% △20억 원 미만 50%다. 지난 7월부터는 최초 선금을 이 의무지급률 범위에서 지급하고, 이후 계약 이행 상황을 확인해 추가로 지급하는 단계지급 방식이 시행됐다.

정부가 소규모 공사에 40~50% 기준을 둔 데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지난 2월 내놓은 '선금 제도 합리화 방안'에서도 최초 선금은 30%를 원칙으로 하면서 2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 공사는 40%, 20억 원 미만은 50%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시 소규모 계약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등을 고려해 차등(우대)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선금을 한꺼번에 과도하게 지급하는 관행에는 제동을 걸었다. 코로나19와 경기 대응 과정에서 최대 100%까지 늘렸던 지급한도를 70%로 되돌리고, 추가 선금은 계약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지급하도록 했다. 관리 문턱은 높이면서 소규모 공사에 대한 우대는 남겨둔 셈이다.

이 기준을 지자체 발주 공사에 대입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2일부터 적용한 지방계약 기준에는 공사금액별 구분이 없다. 최초 선금 의무지급률을 계약금액과 관계없이 30%로 통일했다. 국가계약에서 20억 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50% 기준이나 20억~100억 원 공사에 적용되는 40% 기준이 지방계약에는 없는 것이다.

공사 규모가 작을수록 차이도 커진다. 2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은 국가계약과 지방계약이 각각 40%, 30%로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20억 원 미만으로 내려가면 국가계약은 50%인 반면 지방계약은 그대로 30%여서 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진다.

선금 산정 기준금액이 10억 원인 공사라면 국가계약에서는 최초 의무지급 기준이 5억 원, 지방계약에서는 3억 원이다. 같은 규모의 공사를 맡아도 처음 확보하는 선금에서 2억 원 차이가 나는 셈이다. 다만 지방계약 중 노무비 구분관리·지급확인제 대상 공사는 직접노무비를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선금 지급률을 산정한다.

눈에 띄는 점은 당초 정부가 국가와 지방의 선금 제도를 같은 방향으로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대책에서 지방계약 관련 규정도 국가계약과 '동일한 체계 및 시행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달라졌다. 지방계약의 선금 개정규정은 6월 2일부터 적용됐지만 최초 의무지급률은 30%로 일원화됐다. 국가계약은 한 달 뒤인 7월 1일부터 소규모 공사에 40~50% 기준을 두는 단계지급 방식을 시행했다.

선금은 공사 초기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지급하는 돈이다. 자재와 장비를 마련하고 노임 등을 지급하면서 첫 기성금을 받기 전까지 현장을 운영하는 데 쓰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선금이 공사 착수 초기 자금 융통에 기여하며 그 효과가 첫 기성이 발생하기 전인 1~2개월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지자체 공사의 선금 한도가 30%에 묶인 것은 아니다. 총 지급한도는 국가계약과 마찬가지로 70%다. 다만 최초 신청 때 30%를 넘겨 요청하면 발주처가 계약 목적과 특성 등을 따져 불가피하다고 인정해야 초과분을 지급할 수 있다.

한 차례 선금을 받은 뒤 추가 지급을 요청할 때도 이미 지급된 선금의 사용내역이나 해당 공정률을 확인해야 한다. 처음부터 40~50%가 의무지급 기준으로 적용되는 국가계약의 소규모 공사와는 출발점부터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선금 사고를 막기 위해 관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성은 있지만 소규모 계약을 배려해 국가계약에 둔 40~50% 기준이 지방계약에서는 빠진 부분은 아쉽다"며 "추가 선금은 발주처의 판단과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소규모 업체 입장에서는 처음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선금 비율의 차이가 자금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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