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않는 가해자와 사라져가는 피해자…47명서 5명 된 위안부 피해자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2016년, 358만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울렸던 영화 '귀향'이 10년의 세월을 지나 확장판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로 다시 스크린에 오른다. 개봉을 단 3일 앞둔 이 시점, 영화의 재개봉은 지나간 명작을 단순히 다시 감상하는 차원의 자리가 아니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 없이 흐른 시간 속에서 진실이 흐려지지 않도록 기억을 일깨우고 행동을 촉구하는 절박한 외침이다.

10년 전 '귀향' 개봉 당시만 해도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47명이었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금, 그 숫자는 단 5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태워지는 처녀들'의 주인공 고(故) 강일출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강 할머니를 떠나보낸 뒤, 생존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조정래 감독에게 "이제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라는 무거운 당부를 남겼다. 이 한마디는 조 감독이 다시 영화의 필름을 매만지며 극장 개봉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영화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가 10년 만에 다시 확장판으로 개봉하면서 '왜 지금 돌아와야 하는가?'라는 문제 의식이 강하게 일고 있다./사진=커넥트픽쳐스 제공


30년이 넘도록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거리에 나와 피맺힌 증언을 이어왔고, 사법부에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까지 이끌어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국가 면제 등을 내세우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진정성 있는 공식 사죄와 배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해국인 일본의 완고한 태도 뒤에는 한국 사회 내부의 뼈아픈 현실도 도사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고개를 든 일부 극우·역사 부정 세력의 준동이다. 이들은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열어 역사를 왜곡하는가 하면, 유튜브 등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피해자들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2차 가해와 모욕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에서 자행되는 이러한 역사 부정 담론은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에게 면죄부와 왜곡의 명분을 쥐여주는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내부의 왜곡과 침묵이 외교적 해결을 더욱 요원하게 만드는 셈이다.

10년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며 반향을 모았던 '귀향'이 지금 이 시점에 더 절실하게 관객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곡과 망각이 피해자들의 피땀 어린 증언을 집어삼키려 할 때, 문화와 예술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똑똑히 기록하고 대중에게 환기하는 것은 강력한 방파제가 된다.

   
▲ 영화 '귀향'은 재개봉을 하면서도 3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후원에 나섰다./사진=커넥트픽쳐스 제공


이번 확장판 개봉 소식에 시민들은 다시 한번 뜻을 모았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약 3000 명의 후원자가 1억 원이 넘는 힘을 보탰다. 후원자들은 "소녀들이 내딛는 발걸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다시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조정래 감독은 이러한 뜻을 기리기 위해 오는 8월 30일부터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후원자 특별 상영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는 말조차 반복할 시간이 없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스러져간 소녀들의 넋을 기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올바른 역사 교육뿐이다. 왜곡과 폄훼에 맞서 진실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람과 연대가 그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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