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혼란 속 유동자금 '예금·달러·금' 몰린다
입력 2026-08-24 11:30:39 | 수정 2026-08-24 11:30:39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정기예금 20일새 14조↑…ETF 판매 81% 급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증시가 6000선까지 후퇴한 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성향도 안정지향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이 20일새 14조원 이상 급증하는가 하면, 달러·금 등 안전자산 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증시 변동성 확대 여파로 상장지수펀드(ETF) 판매는 8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998조 7064억원으로 전달 말 984조 9399억원 대비 약 13조 7665억원 급증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5월부터 조단위로 급증하고 있는데, △5월 7조 5327억원 증가 △6월 4조 6837억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한 달 만에 약 35조 5401억원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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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증시가 6000선까지 후퇴한 후 더딘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투자성향도 안정지향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이 20일새 14조원 이상 급증하는가 하면, 달러·금 등 안전자산 투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증시 변동성 확대 여파로 상장지수펀드(ETF) 판매는 8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불안함을 느낀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정기예금에 자금을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예금금리도 오르면서 예금잔액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이날 5대 은행이 판매하는 만기 1년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20~3.25%로 집계됐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3.25%로 가장 높고,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 등이 일제히 최고 연 3.20%를 기록했다.
전달취급평균금리를 고려하면 모든 은행의 인상폭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으로 농협은행의 경우 현재 금리 수준이 전달취급평균금리 3.06% 대비 약 0.19%p 상승했다. 국민은행도 3.04%에서 약 0.16%p 상승했다. 또 우리은행은 평균 3.08%에서 약 0.12%p 상승했고, 신한은행도 3.09%에서 약 0.11%p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3.19%에서 3.20%로 약 0.01%p 상승했다.
정기예금과 더불어 미국 달러화와 금 등 안전자산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49억 2000만달러로 전달 말 694억 4000만달러 대비 약 8%(54억 8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21년 5월 이후 최대치다. 구체적으로 개인 달러예금이 132억 2000만달러로 전달 말 127억 1000만달러 대비 약 5억 1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22년 2월 말 138억 5000만달러 이후 최대치다. 기업 달러예금도 617억달러를 기록해 지난 2022년 12월 말 620억 5000만달러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들은 반도체 수출 등으로 확보한 달러를 외화예금으로 보유하면서 향후 해외투자나 자금 조달에 활용할 시점을 조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달러예금 수요 증가는 안정화된 원/달러 환율 덕분으로 풀이된다. 원/달러는 지난달 초 1550원대에 육박했는데, 이달 21일 장중 1380원선까지 하락하며 11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 거래 증가세도 눈여겨볼만 하다. 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829억 6000만원으로 집계돼 전달 판매액 300억 1000만원 대비 약 2.7배 이상 증가했다. 골드바 판매액은 올해 1월 859억 4000만원을 기점으로 급감해 △2월 518억 5000만원 △3월 505억원 △4월 477억 2000만원 △5월 314억 2000만원 △6월 324억 7000만원 등 300억~500억원대에 그쳤다.
골드뱅킹 잔액도 이달들어 반등했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국민·신한·우리은행의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1조 8107억원을 기록해 지난달 말 1조 7159억원 대비 약 948억원 증가했다. 골드바와 마찬가지로 골드뱅킹 잔액은 1월 2조 4434억원을 기점으로 △2월 2조 3522억원 △3월 2조 1480억원 △4월 2조 1175억원 △5월 2조 648억원 △6월 1조 8370억원 등 매월 감소세를 보였다.
금 거래 증가는 국제 금가격 상승 덕분으로 풀이된다. 국제 금 선물가격은 이달 중순 온스당 4420.4달러를 기록하며 지난달 말 대비 약 9% 상승했다. 미국의 고용·물가 지표 둔화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자연스레 금값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편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이끌었던 ETF 판매는 주식시장 침체와 맞물려 급감했다. 5대 은행의 ETF 판매액은 이달 1~20일 4634억원을 기록해 전달 말 2조 4589억원 대비 약 81%(1조 9955억원) 급감했다. ETF는 개별 종목과 달리 다수의 종목을 묶어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적은 탓에 안정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실제 올해 ETF 판매액을 살펴보면 △1월 7조 7905억원 △2월 8조 6784억원 △3월 7조 1613억원 △4월 9조 9747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 5월에는 4월 대비 약 5조 3423억원 폭증한 15조 3171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증시 하락을 계기로 ETF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6월 판매액은 1조 1757억원 감소했고, 7월에는 약 11조 6825억원 급감한 2조 4589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증시가 조금씩 회복 중이지만 급등락을 거듭하는 탓에 이달 판매액도 크게 저조한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란 대치 등 지정학적 이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계기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ETF 판매가 급감했다"면서도 "공포심리가 심화되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금·정기예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