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AI·인프라에 스타트업 전문기술 결합… 공동개발·사업화 확대
모델·반도체·플랫폼까지 협력 다변화… 'AI 오케스트레이션' 경쟁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가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키우는 동시에 외부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AI 기술이 모델과 반도체, 플랫폼, 인프라 등으로 빠르게 세분화되면서 필요한 기술을 자사 인프라와 고객 기반에 결합해 사업화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적합한 기술을 선별하고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이 통신사의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AI 이미지


24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최근 AI 스타트업을 비롯해 AI 반도체와 모델·플랫폼 기업 등으로 기술 협력 대상을 넓히고 있다. 과거 스타트업 지원이나 기술검증(PoC)에 무게를 뒀던 협업도 공동개발과 고객 프로젝트, 실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하나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도 모델에서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응용 서비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각 영역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이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적절히 조합하고 하나의 서비스로 구현하는 능력도 중요해지는 흐름이다.

이에 통신사들은 자체 AI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과 협력하며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특히 통신사가 보유한 네트워크·클라우드 등 인프라와 기업 고객 기반을 외부 기술과 연계해 실제 서비스와 고객 사업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 자체 모델 열고 고객 사업까지… SKT·KT 협업 범위 확대

우선 SKT는 자체 AI 기술과 인프라를 외부 스타트업에 개방하고 서비스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연계하는 방식으로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SKT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모두의 챌린지 AX-LLM'을 통해 팀리미티드와 퍼셀리, 데브올컴퍼니 등 스타트업 3곳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에는 SKT의 독자 AI 모델 'A.X K1'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한다. 선정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개인화 쇼핑 큐레이션과 AI 기반 마케팅·프로모션 자동화, 연체채권 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고 검증한다.

자체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 'SKTCH with AI'를 통해서는 올해 AI 스타트업 15곳을 선발했다. 이들의 기술을 SKT 사업부서 및 관계사의 AI 사업과 연계해 PoC와 공동 사업화를 추진하고, 성과에 따라 실제 서비스 적용과 후속 사업·투자로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재헌 SKT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MWC 2026'에서 향후 5년간 스타트업 500곳과 협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KT도 'AX 플랫폼 컴퍼니'를 목표로 외부 전문기업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K-PATH 2026'에 참여할 AI 스타트업 16곳을 선정했으며 관련 사업부서와 연결해 PoC부터 실제 고객 사업까지 공동으로 추진한다. 지난 6월부터 진행된 공모에는 193개 기업이 지원했다.

KT는 다음 달부터 단기간 내 사업화가 가능한 '퀵윈(Quick-win)' 과제를 참여 기업들과 발굴하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동 제안과 프로젝트 수행에도 나선다. 기술을 검증과 더불어 통신사가 가진 기업 고객 접점을 활용해 실제 매출로 이어질 사업을 함께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KT는 스타트업 발굴과 함께 AI 모델·플랫폼·인프라 분야 기업들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KT는 정부의 '모두의 AI' 공모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업스테이지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NC AI, 액션파워를 비롯해 래블업과 리벨리온, 베슬AI코리아 등 국내 AI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모델·플랫폼부터 AI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까지 각 기업의 전문기술을 KT의 통신·클라우드 역량과 연계해 대규모 AI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 AI 반도체까지 손잡는 LGU+… '잘 연결하는 능력' 경쟁으로

LG유플러스 역시 자체 AI 플랫폼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기업의 기술을 결합하며 기업용 AI 사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와 기업용 '소버린 AI 어플라이언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기업의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로 나가지 않고 내부 인프라에서 처리되는 일체형 AI 장비로, LG유플러스의 기업용 AI 플랫폼과 엑사원에 퓨리오사AI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결합한다. 양사는 향후 AI 데이터센터(AIDC)와 피지컬 AI까지 협력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AI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쉬프트(Shift)'도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5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페어리와 르몽, 테크노매트릭스, 에임인텔리전스 등 AI 스타트업 4곳에 투자했다. 투자 기업을 내부 기술·사업 조직과 연결해 PoC와 공동개발, 사업화를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다.

통신3사의 행보는 AI 기술 확보 방식이 한층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체 모델과 플랫폼, 데이터센터 등 핵심 역량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필요한 기술은 외부 전문기업과 협력해 빠르게 보완하고 이를 기존 사업과 연결하는 전략이다.

특히 기업간거래(B2B) AI 시장에서는 기술 자체의 성능만큼 고객의 업무와 환경에 맞는 모델·반도체·인프라를 조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마다 보유한 데이터와 기존 시스템, 필요한 AI 성능과 비용이 다른 만큼 하나의 기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워서다.

통신사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갖춘 데다 제조·금융·공공 등 다양한 산업의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외부 전문기업의 기술을 실제 고객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규모 있는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AI 시장에서 통신사가 활용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어떻게 조합해 실제 고객 가치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분야별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자체 개발과 외부 협업을 적절히 조율하는 역량에도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시장은 기술 영역이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어 기업 한 곳이 필요한 역량을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방식만으로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통신사가 가진 인프라와 고객 기반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전문기술을 선별하고 이를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