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7~2030년 발주 1만2000→2만 가구 확대
지역업체 공동수급 추진…실제 제작 참여 기준은 하위법령에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정부가 공공 모듈러 주택 발주를 2만 가구로 늘리고 국회에서도 지역업체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생산공장이 없는 중소건설업체가 모듈 제작 일감을 수주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업체가 공동수급체에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제작시장까지 진입하려면 지속적인 발주와 생산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 정부가 공공 모듈러 주택 발주를 확대하는 가운데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공동수급 참여를 실제 모듈 제작 일감으로 연결할 세부 기준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GS건설의 모듈러 주택./사진=GS건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발주하는 모듈러 공공주택을 기존 1만2000가구에서 2만 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연평균 발주 물량은 3000가구에서 5000가구로 늘어난다.

모듈러 주택은 주요 구조물과 내부 설비 등을 공장에서 만든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현장 작업을 줄여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정부는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공공 모듈러 공동주택 사업은 종합건설사가 사업을 총괄하고 전문제작업체가 모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2층 규모로 추진되는 의왕초평 A4블록은 극동건설이 대표사를 맡고 모듈러 전문기업 엔알비가 모듈 제작·시공을, 포스코A&C가 설계를 담당한다. 세종 5-1생활권 L5블록에서는 계룡건설·현대엔지니어링·KR산업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행하고 유창이앤씨가 전체 1327가구 가운데 450가구의 모듈을 제작한다.

GS건설이 수주한 시흥거모 A1블록도 별도의 전문제작업체가 모듈 생산을 맡을 예정이다. 대형·종합건설사가 공공사업을 수주해 공사와 기술을 총괄하고, 생산설비를 보유한 업체와 협업하는 구조다.

문제는 신규 지역업체가 이 구조에 진입할 수 있느냐다. 일반 건설공사는 수주 이후 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지만, 모듈러 제작은 일감을 확보하기 전에 공장과 자동화 설비부터 갖춰야 한다. 발주가 끊겨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투자비를 회수하기도 어렵다.

공공주택 물량이 공장을 보유한 전문제작업체의 제조사업 성장으로 연결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엔알비의 올해 상반기 제조사업 매출은 24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억 원보다 약 6.7배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제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에서 66.1%로 높아졌고, 콘크리트 모듈러 공장 가동률도 올해 1분기 25.3%에서 2분기 40.5%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진입 기회를 넓히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 등 12명이 지난 6월 발의한 ‘모듈러 건축 활성화 및 지역 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공공 모듈러 공사의 공동수급체에 지역업체를 일정 비율 이상 참여시키도록 했다.

지역업체의 범위에는 모듈러 공장뿐 아니라 종합·전문건설업체와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 공사업체 등이 포함된다. 법안에는 수도권 밖 모듈러 공장과 지역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 부품·공정 표준화와 생산인증제 도입 근거도 담겼다.

지역업체 참여의 실효성은 하위법령에서 갈릴 전망이다. 의무 적용 대상이 되는 공사 규모와 지역업체의 참여 비율·자격이 대통령령과 국토교통부령에 위임됐기 때문이다. 지역업체가 공동수급체에서 현장 공사만 맡을지, 모듈과 부품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을지에 관한 구체적인 역할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신규 업체의 제작시장 진입을 위해 지역별 공동생산 거점을 조성하고 부품과 생산공정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개별 중소업체가 공장을 단독으로 짓는 부담을 줄이고, 여러 사업에서 같은 부품과 설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업체의 공동수급 참여 자체도 시장 진입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모듈 제작에는 공장 투자와 숙련인력이 필요하다”며 “공공 발주가 일정한 규모로 이어지고 실제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까지 구체화돼야 신규 업체도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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