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없는 기업 승계는 허상"… '한국형 가족재단' 도입 필요
입력 2026-08-24 15:29:05 | 수정 2026-08-24 15:34:42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징벌적 상속세에 사모펀드 매각·국부유출 심화
스웨덴 ‘폐지’·독일 ‘사익재단’ 사례 참고해야
스웨덴 ‘폐지’·독일 ‘사익재단’ 사례 참고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우리나라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과 최근 정부 및 야당이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이 기업의 영속성을 훼손하고 국내 자본의 해외 이탈을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징벌적 과세의 틀에서 벗어나 자본이득세 전환, 독일식 가족재단 도입,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등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사)한국기업법연구소가 주관해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승계법제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현행 상속세제 및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법리적·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비판과 구체적인 대안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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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사)한국기업법연구소가 주관해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승계법제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현행 상속세제 및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법리적·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비판과 구체적인 대안이 논의됐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조우현 기자 | ||
◆ “스웨덴 ‘잃어버린 30년’ 답습 않으려면… 상속세,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명목 최고 상속세율이 50%(최대주주 할증 시 60%)로 OECD 최고 수준인 반면, OECD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스웨덴의 과거 사례를 대표적인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은 1970~80년대 최고 70%에 달하는 상속세와 징벌적 부유세를 부과한 결과, IKEA, 테트라팩, ABB 등 대표 기업들과 인재가 해외로 이탈하고 중소기업 생태계가 파괴되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결국 스웨덴은 2004년 사민당 주도로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고, 이후 창업자 복귀, 유니콘 기업 배출, 법인세수 증가라는 반전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결국 상속세 폐지가 기업의 성장과 국가의 번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농우바이오, 락앤락, 한샘, 넥슨 등 과도한 상속세 부담으로 해외 사모펀드나 타기업에 매각·물납된 국내 사례들을 언급하며, “기업 지분을 상속할 때 과세하지 않고 훗날 제3자에게 매각해 현금화할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Capital Gains Tax)’로 전환해 과세를 이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독일 미텔슈탄트 비결, ‘가족재단’… 한국형 사익재단 도입 시급”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백년기업 육성을 위한 대안으로 독일의 ‘가족재단(Familienstiftung)’ 제도를 제시했다.
최 명예교수는 “독일은 3000만 개의 강소기업(미텔슈탄트)과 수많은 백년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밀레(Miele), 베링거인겔하임 등 세계적 기업들이 세대를 이어 지배구조 흔들림 없이 혁신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가족재단”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가족재단은 공익 목적이 없더라도 특정 가문의 자산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설립하는 사익재단이다. 지분 자체가 재단에 귀속되므로 대를 거치며 지분이 쪼개지거나 상속 분쟁으로 기업이 매각되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한다.
또한, 법인이 영구 존속함에 따라 상속세가 증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30년 주기로 가상의 상속세를 내는 ‘대체상속세(Ersatzerbschaftsteuer)’를 부과하되, 고용 유지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100%까지 면제 혜택을 제공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
최 교수는 “한국은 공익법인의 주식 취득·보유 제한(5~10%)과 의결권 규제로 기업들이 적대적 M&A와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며 “민법과 세법 개정을 통해 ‘한국형 사익재단’을 도입하여 기업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가누르기 평가는 시장 왜곡…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등 전향적 대안 검토해야”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전 국회도서관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론회에서는 현행 가업승계 억제 기조와 상속세 과세 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학계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의견이 개진됐다.
먼저 현 대표는 “상속세를 이야기하면 흔히 부자에게 세금을 얼마나 더 걷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접근한다”며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가가 개인이 평생 축적한 재산을 어디까지 가져갈 권리가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에게 얼마나 세금을 매길 것인가라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기업과 재산에 대한 국가권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기업의 지속상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승계제도는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가업승계 규제의 이념적 오류와 경제적 부작용을 경고했다. 김 교수는 “좌파적 시각은 기업 주식을 개인 사치재로 오인하지만, 주식은 일자리와 생산을 유지하는 ‘물적 자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징벌적 상속세로 기업이 해체되면 노동장비율(노동자 1인당 자본량)이 하락해 결국 실질임금 정체와 고용 불안이라는 피해가 노동자·서민에게 전가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부모가 자손과 기업의 장기 발전을 위해 소비를 유예하고 투자하는 ‘세대 간 이타성’을 저해할 경우, 기업의 장기 R&D 투자가 위축되고 알짜 토종 기업들이 해외 사모펀드 등에 매각되는 기업 엑소더스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세법개정안, 조세원칙 위배…기업 경영환경 악화 시켜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전 한국세무학회 회장)는 최근 논의되는 세법개정안의 조세원칙 위배 가능성을 짚었다.
홍 명예교수는 “정부 개정안의 가업상속공제 요건 강화(경영기간 10년→30년 확대, 행정 허가제 전환 등)와 장부가액 기반의 ‘주가 누르기 평가’ 신설은 시가주의 원칙에서 벗어나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파괴하는 과잉 규제”라며 기업 경영 환경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장부가액은 회계기준 선택에 따라 변동성이 크며, 6년 6개월간의 과거 평균 주가와 1.3배 할증을 결합해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방식은 자칫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로 이어져 재산권 침해 우려가 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는 사망 시점에 일시 과세하는 현행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를 공식 제안했다. 이 제도는 기업이 생전에 법인 명의로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예: 10%)을 7년간 분할 선납하고, 향후 실제 승계 시 저율(3~10%) 분리과세로 과세를 최종 종결짓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모형 추계 결과를 제시하며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업은 상속 시점의 유동성 위기와 승계 불확실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정부 입장에서도 매년 참여 기업으로부터 사전 세수를 원활하게 수혈받아 20년 누계 기준 현행 대비 3배 이상의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곽규태 국민의힘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표)을 비롯해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 정희용 사무총장, 박수현 정책위 수석부의장, 김은혜 의원, 강민국 의원, 이인선 의원, 김소희 의원, 최보윤 의원, 윤용근 의원, 박대출 의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