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반기 경쟁제한 규제 6건 개선안 발표
중소 회계법인 대형기업 감사 기회도 확대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류 제조사와 주정 제조사 간 직거래 물량을 현행의 5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시장의 관외 업체 진입을 촉진하기로 했다. 감사품질이 우수한 중견·중소 회계법인이 대규모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을 수 있는 길도 넓힌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류 제조사와 주정 제조사 간 직거래 물량을 현행의 5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시장의 관외 업체 진입을 촉진하기로 했다./사진=미디어펜


공정위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상반기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은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거나 영업 활동을 제약해 경쟁을 제한해 온 규제를 손질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정위는 주정 유통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기업 회계감사, 환경표지 인증 등 6개 과제에 대해 관계 부처와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

우선 주정 유통 시장의 경쟁을 확대한다. 

현재 주류 제조사는 전체 주정 판매량의 약 2% 범위에서만 주정 제조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주정은 도매업자를 거쳐 주류 제조사에 공급되는 구조다.

공정위는 내년부터 주정 제조사와 주류 제조사 간 직거래 허용 물량을 전체 판매량의 1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보다 5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주정은 녹말이나 당분이 포함된 원료를 발효·증류해 만든 고순도 알코올로 희석식 소주의 주원료로 사용된다. 공정위는 직거래 확대를 통해 주정 제조사 간 경쟁을 촉진하고 주류 제조사의 원료 구매 선택권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시장 경쟁 상황과 양곡 수급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추가 확대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 김동연 경쟁정책국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이 25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시장에서는 기존 관내 업체 중심의 구조를 완화한다.

김동연 경쟁정책국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은 "현재 특정 시·군·구에서 생활폐기물을 수집·운반하려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지자체가 입찰 권역 수에 맞춰 허가 업체 수를 제한하거나 관할구역 밖 업체의 영업 진입을 제한하면서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며 "공정위는 앞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업체가 다른 시·군·구에 영업지역 확대나 변경을 신청할 경우 다른 법령상 문제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가하도록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외 업체의 진입이 늘어나면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선정 입찰에도 더 많은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어 경쟁 촉진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기업 회계감사 분야에서는 중견·중소 회계법인의 기회를 확대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의 인력 규모 등에 따라 4개 군으로 나누고 감사할 수 있는 기업 규모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기업 감사가 대형 회계법인에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으로 금융당국의 감사품질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나군과 다군 회계법인에는 한 단계 높은 군의 기업을 감사할 수 있는 '군 상향 특례'를 부여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감사품질이 우수한 나군 회계법인은 자산 2조~5조 원 규모의 기업 감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지방 회계감사 시장의 경쟁도 확대한다. 회계법인이 지방에 분사무소를 설치할 때 필요한 상근 공인회계사 요건을 기존 3명 이상에서 1명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환경표지 인증 제도도 손질한다. 현재 대변기가 환경표지 인증을 받으려면 도자기 본체와 모든 부속품을 하나의 포장단위로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 유통되는 위생도기 상당수가 해외에서 생산되면서 국내 부속품 제조업체가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위생도기와 부속품을 반드시 하나의 포장단위로 공급하도록 한 인증 기준을 삭제하기로 했다. 다만 물 사용량과 관련된 부속품 등이 유통 과정에서 임의로 변경되지 않고 하나의 세트로 공급되는 경우 인증 기준을 충족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 과장은 "이번 개선을 통해 오랜 기간 구조적으로 경쟁이 제한돼 온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정위는 하반기에도 추가 개선이 필요한 경쟁제한적 규제를 발굴해 관계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고 연말 추가 개선 과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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