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은 ‘먹는 비만약’ 판매 돌입…K-비만약, 개발 속도 격차
기술력·가격 경쟁력 검증 과제…상용화 이후 약가 정책도 주목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주사 중심이던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용 GLP-1 치료제가 새로운 경쟁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경구용 GLP-1 신약이 허가를 받아 상용화에 들어간 반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전임상과 임상 1상 등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기업과의 개발 속도 격차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경구제 상용화 이후에는 복약 편의성에 따른 시장 확대와 함께 약가 및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정책적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일라이 릴리, 경구용 비만치료제 파운데요./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을 지난 4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승인받은 데 이어 영국에서도 허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르포글리프론은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저분자 경구제로 개발됐으며 음식이나 물 섭취와 관련한 복용 제약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 해외는 상용화, 국내는 전임상에서 임상 1상

국내 기업들도 경구용 GLP-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격차가 크다. 국내 후보물질 가운데 상대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의 ‘ID110521156’은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1상은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약력학적 특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이후 임상 2·3상을 통해 실제 체중 감소 효과와 장기 안전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

종근당의 경구용 GLP-1 후보물질 ‘CKD-514’도 비임상 단계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양행 역시 경구용 후보물질 ‘YHC1140’과 ‘YH34160’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선두 기업과는 개발 단계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기업들의 후보물질이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기업은 기존 GLP-1 계열 약물의 경구화나 개량에 집중하고 있으며 해외 기업의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도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경구용 GLP-1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개발에 참여보다 실제 임상에서 어떤 차별성을 확보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체중 감소 효과와 부작용, 복용 편의성, 약물의 생산성과 원가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해야 글로벌 제품과 경쟁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개발 단계만으로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후보물질 대부분이 임상 초기인 만큼 향후 임상 2·3상에서 확보할 데이터에 따라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국내 기업과 글로벌 선두 기업 사이에 상용화 시점과 임상 개발 단계에서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 알약 전환에 커지는 시장…건보 재정은 변수

   
▲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새로운 경쟁축으로 부상하면서 제약사에는 기회지만 건강보험 재정에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사진=AI제작

경구용 GLP-1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주사제보다 복약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가 장기간 투여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주사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경구제의 등장은 잠재적인 환자층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확대는 제약사에는 기회지만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는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비만치료제는 비만 적응증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제다.

다만 향후 비만치료제의 급여화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약가와 함께 처방 규모에 따른 재정 영향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특히 경구제는 주사제에 비해 투약 편의성이 높아 실제 처방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급여화가 이뤄질 경우 동일한 환자 수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치료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 경구용 GLP-1 국내 후보물질의 구체적인 출시 시점과 가격, 급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재정 부담 규모를 수치로 예측하기에는 이르다.

가격 경쟁력 역시 아직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후발 비만치료제가 글로벌 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가격은 허가 이후 제약사의 가격 전략뿐 아니라 유통 구조와 보험 급여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에는 글로벌 기업 간 경쟁도 현재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어 단순히 ‘국산 제품은 저렴하다’는 구도로 시장을 전망하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경구용 GLP-1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글로벌 선두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임상 단계에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후보물질들이 후속 임상에서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 복약 편의성 측면의 경쟁력을 얼마나 입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구제는 주사제보다 환자의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시장이 커질 수 있지만 국내 출시 이후에는 약가와 급여 여부, 건강보험 재정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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