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인도·한국 등 생산능력 127만 대 확대…현지화 전략 강화
싼타페 EREV 2027년 초 생산…제네시스도 전동화 라인업 확대
로보택시·휴머노이드 등 미래사업 확장…8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대대적인 신차 공세와 원가 혁신을 앞세워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강화에 동시에 나선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 100종 이상의 신차를 투입해 글로벌 판매량을 555만 대로 끌어올리고, 하이브리드차 확대와 생산·조달 현지화 등을 통해 영업이익률도 9%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완성차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은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피지컬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에 재투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6일 현대차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과 박민우 AVP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 이승조 재경본부장(CFO)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CEO·사장)가 26일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진행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해 중장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무뇨스 사장은 "더 많은 모델을 출시하고, 더 많은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신규 차급과 신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미래 신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며 로봇과 로보택시를 생산·배치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신차 100종 '승부수'…2030년 글로벌 555만 대 목표

현대차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완전변경과 부분변경, 파생모델 등을 포함해 전 세계 시장에 100종 이상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가운데 18종 이상은 기존에 현대차가 판매하지 않았던 차급을 공략하는 완전 신차로 채운다. 공용 플랫폼을 활용해 글로벌 모델을 개발한 뒤 각 지역의 수요에 맞춘 파생·특화 모델로 제품군을 넓혀 판매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아직 진출하지 않았거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차급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600만 대로 전체 자동차 수요의 약 29%에 달한다. 현대차는 바디온프레임 차량과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MPV(다목적차량) 등으로 제품 영역을 넓히고 기존 모델의 판매 지역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5년 410만 대였던 글로벌 판매량을 2030년 555만 대로 늘리고, 이 과정에서 늘어나는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현재 판매하지 않는 제품에서 확보한다는 목표다.

신차 출시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앞으로 8개월 동안 아반떼 완전변경 모델과 유럽 전략 전기차 아이오닉3, 투싼·투싼 하이브리드 완전변경 모델, 싼타페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인도 전략형 전기 SUV 등을 포함해 신차 7종을 선보인다. 첫 EREV인 싼타페 EREV는 2027년 초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600마일(약 966㎞) 이상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와 듀얼 모터 시스템을 적용한다.

제품군 확대에 맞춰 생산 기반도 넓힌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능력을 현재보다 127만 대 확대한다. 북미에서 50만 대, 인도에서 32만 대, 한국에서 20만 대,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알제리 등 반조립(CKD) 생산 거점에서 25만 대를 추가 확보한다. 

   
▲ 현대자동차의 유럽 전기차 경쟁력 강화 전략./사진=현대차 제공


권역별로는 현지 수요에 맞춰 상품과 생산 전략을 세분화한다. 북미에서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신차 10종을 투입해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11만6000대였던 전기차 판매량을 2030년 42만 대로 확대하고, 인도에서는 부품 현지화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동시에 생산 물량의 최대 30%를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점도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경쟁력으로 꼽았다. 무뇨스 사장은 북미가 전체 판매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한국과 인도, 유럽이 각각 10% 중반, 나머지는 중남미와 아프리카·중동, 아시아·태평양, 중국 등에 분산돼 있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 같은 판매 기반 분산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도 전동화 라인업과 판매 지역을 동시에 넓힌다.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를 오는 9월 출시하고 국내와 미국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2027년 초에는 1000㎞ 이상 주행을 목표로 하는 EREV SUV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성능 모델인 GV60 마그마의 판매 지역도 북미와 유럽 등으로 확대한다. 스페인을 시작으로 유럽 내 진출 국가를 늘리고 향후 인도와 아세안 시장까지 영역을 넓혀 2030년 40여개국에서 연간 35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 영업이익률 9% 이상…원가 혁신·미래사업 강화

외형 확대와 함께 수익성 목표도 상향했다. 현대차는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높였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중국 업체들의 경쟁 심화, 미국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와 원가 혁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영업이익 규모도 기존 중장기 계획보다 11% 확대한다. 

올해 실적 가이던스는 유지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6.3~7.3%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약 200만 대를 판매했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95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36만3000대로 18% 늘었다. 현대차는 하반기 신차 효과와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 등이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구조 개선도 병행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매출원가율을 기존 계획보다 3%포인트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차량의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비용을 줄여 1.5%포인트를 개선하고, 재료비 절감으로 1%포인트, 생산·조달 현지화로 0.5%포인트를 각각 낮춘다는 계획이다. 

   
▲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배터리 셀의 주요 성능. 기존 대비 셀 출력을 2배 높이고 충전시간은 40% 단축했다./사진=현대차 제공


전동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는 자체 설계 역량을 활용해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보다 출력 성능을 2배 이상 높이고 충전 시간은 40% 줄인 고성능 배터리 셀을 개발했다. 이 배터리는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EREV에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내년 출시 예정인 대중형 전기차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인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적용하고,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2028년까지 배터리 수명을 평균 20%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안전 분야에서는 배터리 셀에서 발생한 고열이 주변 셀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는 '배터리 열전이 방지(TRP)' 기술을 개발해 GV90에 처음 적용했다. 클라우드 기반 BMS가 이상 징후를 감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TRP가 물리적으로 열 확산을 막는 이중 안전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각형·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대상으로 200차례 이상의 반복 시험을 거쳐 해당 기술을 검증했다.  

완성차에서 확보한 수익은 미래 사업을 키우는 재원으로 활용한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피지컬 AI, 로보틱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4분기에는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웨이모에 공급하고, 2028년부터는 HMGMA 생산 현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 학습과 서비스 개선에 다시 활용하는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구축한다. 2028년 첫 SDV 양산 모델에 레벨2+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고 이후 레벨4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데이터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2029년에는 5만 장 이상의 GPU를 수용할 수 있는 100MW급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도 가동한다.  

주주환원 정책도 이어간다. 현대차는 총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유지하고 연간 최소배당금 1만 원과 분기당 2500원의 배당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보유하는 물량을 제외한 기존 자사주는 모두 소각한다. 소각 대상은 전일 종가 기준 약 8000억 원 규모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