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설굴기'에 밀려나는 K-건설…해외시장 경쟁력 확보 비상
입력 2026-08-27 10:41:51 | 수정 2026-08-27 11:12:27
서동영 기자 | westeast0@mediapen.com
ENR 250대 건설사 순위서 현대건설 톱10 밖으로, 대우건설 19계단 급락
중동·아시아·아프리카는 중국이 사실상 평정, 한국 점유율은 5%대 그쳐
미국서 확인된 '기술·금융 경쟁력'을 승부처로…K건설 체질전환 시급
중동·아시아·아프리카는 중국이 사실상 평정, 한국 점유율은 5%대 그쳐
미국서 확인된 '기술·금융 경쟁력'을 승부처로…K건설 체질전환 시급
[미디어펜=서동영 기자]글로벌 해외건설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하지만 K-건설은 중국의 건설굴기로 인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세계적인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이 발표한 '2026 세계 250대 해외건설사(Top 250 International Contractors)'에 따르면, 지난해 250대 건설사의 해외 매출 합계는 5506억 달러로 전년(5012억 달러) 대비 9.7% 증가했다. 신규 해외계약 규모도 7654억달러로 5.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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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 ENR 해외매출 기준 국내 건설사 순위./자료=Engineering News-Record | ||
해외건설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 건설사들은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ENR 순위에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세계 10위에서 올해 13위로 내려앉으며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삼성물산(19→24위), 현대엔지니어링(23→30위), 삼성E&A(32→35위)도 나란히 하락했다. 대우건설은 56위에서 75위로 19계단이나 떨어졌다. 25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주요 대형사 5곳을 포함해 총 10개 사로, 지난해(12개 사)보다 오히려 줄었다.
문제는 순위만이 아니다. 한국 기업 10개 사의 해외매출 합계는 274억6200만 달러로, 지난해 12개사의 합계(316억9600만 달러)보다 13.4% 줄었다. 특히 롯데건설(-60.2%), 포스코이앤씨(-57.2%), 대우건설(-26.8%)의 감소폭이 컸고, 현대건설·삼성물산·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3사도 모두 두 자릿수 %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DL이앤씨와 KEPCO 엔지니어링&건설은 아예 250위권 밖으로 탈락했다.
이는 중국 건설사들의 성장과 무방하지 않다. ENR 순위에 올라온 국가별 보유 기업 수를 보면 해외시장에서 중국의 건설굴기 흐름이 더 선명해진다. 중국은 76개 사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반면 한국은 12개 사에서 10개 사로 줄어 주요국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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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중국의 지역별 시장 점유율 비교./자료=Engineering News-Record | ||
지역별 시장점유율로 들여다보면 한국과 중국의 격차는 훨씬 크고 구조적이다. ENR이 함께 발표하는 '지역별 국적별 매출 점유율'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아프리카 매출의 61.7%, 아시아 매출의 61.5%를 가져간다. 두 지역에서는 사실상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외건설 시장(944억 달러)인 중동에서도 중국의 점유율은 28.0%로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중동 11.7%, 아시아 7.8%, 아프리카 1.1%에 그친다. 전체 해외건설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5.0%로, 중국(25.9%)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동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아프리카에서는 한국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중국이 저가 수주와 국영은행발 금융 지원을 앞세워 이미 아시아·아프리카를 사실상 평정했고, 튀르키예 업체들은 자국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몸집을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건설사들이 중국 건설사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건다면 승산은 낮다는 분석이다.
건설 관련 연구기관 등은 한국 건설사들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원전·가스복합발전·첨단산업 플랜트·데이터센터·친환경 에너지처럼 기술과 엔지니어링 역량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사업, 그리고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개발·금융·운영까지 결합한 새로운 해외사업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시공 물량으로 중국과 정면승부하는 시대는 끝났고, 기술력과 금융 역량을 갖춘 곳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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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건설굴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금융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진단이다./사진=현대건설 | ||
한국건설산업연구원(RICON)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 다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고도화 △중동·중국·튀르키예의 저가 공세에 대응한 기술 중심 차별화 전략 △'팀코리아' 방식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수평·수직적 협력체계 강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2026년 글로벌 건설산업 동향 조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는 전략 자체보다 그 전략을 현장에서 실제로 구현해내는 조직·인력·디지털 기반의 '실행력(execution capability)'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가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틸리티·인프라·재생에너지 분야로의 포트폴리오 이동, 그리고 인재와 디지털 역량 확보가 핵심 대응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 가능성은 이미 숫자로 확인된다. 중동·아시아·아프리카에서는 밀리고 있는 한국이 유일하게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중국(0.6%)을 넘어서는 점유율(5.9%)을 지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인한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배터리 공장, 원전 관련 프로젝트처럼 기술 장벽이 높고 금융 조달 역량이 필요한 영역에서 나온 결과다.
이를 봤을 때 원전·가스복합발전·데이터센터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시공을 넘어 개발·금융·운영까지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갖추지 못한다면, 세계 해외건설 시장이 아무리 커져도 한국 몫으로 돌아오는 파이는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주무 관청인 국토교통부도 건설업계 지원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달 발표한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2026~2030)에서 △기술 기반 수주모델 육성 △글로벌 금융 활용 확대(EPC 위주→EP+F 금융결합형 전환) △산업 지원 기반 확충. 핵심 육성분야로 데이터센터·송배전 인프라·ESS, 그리고 원전 등 타산업 연계사업엔 범부처 지원체계를 명시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이런 기사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