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이재용 회장과 잦은 대면… 최태원 회장과도 연쇄 회동
호남 반도체·대미 투자 요구 대응 명분…“잦은 소환, 경영에 부담”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지며 총수들과의 면담을 이어가고 있다. 미 행정부의 ‘추가 반도체 투자’ 압박과 국내 3대 메가 프로젝트 이행을 점검한다는 명분에서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과도한 연쇄 소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대기업을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가 요구해온 규제 혁파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치 논리만 앞세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잦은 접촉… 소통 넘어선 ‘정치적 주입’ 우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올해에만 이재용 회장과 공개·비공개 접촉을 합쳐 총 13번 만났다. 최태원 회장과는 8번 자리를 가졌다. 민관 협력은 필요한 일이지만,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를 수시로 호출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회동은 단순 간담회를 넘어 호남권 반도체 팹 구축, 새만금 혁신 거점 등 정부가 공을 들이는 특정 지역 투자 프로젝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대통령은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며 조기 집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외교 성과 및 지역 공약 이행을 위해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에 ‘정치 논리’를 주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정경유착과 관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해온 진영이 집권 후 대기업 총수들을 정권의 치적 홍보나 외교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규제 혁파는 외면, 노동 입법엔 속도… 외신도 “위험한 정치적 위험”

문제는 오랫동안 재계가 요구해온 실질적인 경영 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이나 배임죄 개선 등 숙원 과제는 정체돼 있는 반면,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입법은 속전속결로 추진됐다. 

상속세와 법인세 완화 역시 여전히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 갇혀 논의는커녕 정치권에서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말로는 민관 협력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규제 혁파는 없고 대규모 투자 압박만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외신의 시선도 차갑다.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는 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연쇄 회동에 대해 “정권의 필요에 따라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협력을 요구받고 있다”며 “민간 투자를 외교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사태를 언급하며 “정권과의 거리 조절에 실패할 경우 큰 정치적 위험이 뒤따르며, 이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 재벌의 숙명”이라고 분석했다.

◆ “이벤트성 소환 대신 과감한 규제 완화·인프라 지원 시급”

재계에서는 민관 협력이 실질적인 결실을 보려면 정례적인 총수 소환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앞장서서 신속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첨단 산업단지 조성에 필수적인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의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기술 개발 현장에서의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낡은 규제 혁파가 선행돼야 기업의 대규모 국내 투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인세, 상속세를 비롯한 세제 완화와 노동 개혁 역시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는 “미국의 반도체 추가 투자 요구 등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핵심 역할은 직접 미 정부와 협상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울타리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투자 역시 총수를 호출하는 것이 아닌, 묶인 규제를 풀고 인프라를 깔아 기업 스스로 뛰어들 수 있게 만드는 지원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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