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빅딜의 진화... 거래 전략 '양방향' 대형화
입력 2026-08-28 15:02:37 | 수정 2026-08-28 15:02:37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한미약품·알테오젠 잇단 기술수출…전통제약사까지 ‘파는 딜’ 확대
삼성바이오·SK바이오팜 조 단위 베팅…해외 자산 확보 경쟁 본격화
삼성바이오·SK바이오팜 조 단위 베팅…해외 자산 확보 경쟁 본격화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을 해외에 넘기는 '기술 수출'과 해외 '신약·기술'의 인수가 동시에 큰 규모로 커지고 있다. 올해 기술수출 규모가 17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조 단위 라이선스인과 M&A(인수합병)까지 이어지면서 K-재약바이오의 거래 전략이 양방향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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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과 인수가 활발해지면서 거래 전략이 양방향에서 확장되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 ||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는 계약 규모가 공개된 12건 기준 17조2472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술수출액 26조8898억원의 64% 수준으로 연내 남은 기간 추가 계약에 따라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전통 제약사·바이오벤처까지…‘파는 딜’ 저변 확대
올해 기술 수출 시장의 특징은 특정 바이오기업에 집중됐던 대형 계약이 전통 제약사와 플랫폼 기업 등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알테오젠은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ALT-B4’를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했고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과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을 최대 7조 원 규모로 이전했다.
바이오텍이 아닌 전통 제약사중 한미약품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 일라이 릴리에 소네페글루타이드를 기술수출한 데 이어 지난 24일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23억500만 달러(약 3조1892억 원)로 국내 단일 후보물질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계약금만 1억9000만 달러(약 2629억 원)이며 나머지는 임상·허가·상업화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이다.
기술 수출의 질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계약금이 공개된 주요 계약에서는 단순히 총액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초기 선급금 규모가 커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제넨텍 계약처럼 수천억 원대 선급금을 확보하는 거래가 늘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에서 기술 가치를 이전보다 높게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수출 대상 분야 역시 항암제 중심에서 비만·대사질환, 알츠하이머,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장기간 축적한 연구개발 성과가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술 수출의 배경으로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R&D(연구개발) 투자 증가도 꼽힌다. 유한양행·종근당·한미약품·대웅제약·GC녹십자 등 상위 5개사의 올해 상반기 R&D 투자액은 56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다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셀트리온이 2843억 원, SK바이오팜이 973억 원을 각각 R&D에 투입했다.
◆ ‘사는 딜’도 본격화…현금 확보한 기업들이 글로벌 자산 직접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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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6일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오파칼림 도입 관련 간담회에서 (사진 왼쪽부터) 최우진 US BD 담당, 이동훈 사장, 유창호 전략부문장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 ||
기술수출과 함께 국내 기업이 해외 자산을 직접 사들이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달 스위스 폴리펩타이드그룹을 약 2조7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 M&A로 기존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서 펩타이드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투자다.
SK바이오팜도 지난 26일 미국 바이오헤이븐과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계약 규모는 7억95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이며 선급금만 4억 달러(약 5532억 원)에 달한다. 오파칼림은 현재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이 진행 중이며 SK바이오팜은 임상 성공 시 2029년 미국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거래는 국내 기업의 ‘사는 딜’ 전략이 단순한 파이프라인 확보를 넘어 자체 상업화 역량과 결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회사는 미국 현지 직판 조직을 활용해 오파칼림을 엑스코프리와 함께 판매하는 멀티 프로덕트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셀트리온은 지난 5월 헬스케어 사업 확장을 위해 프랑스 지브레를 인수했으며 대웅제약도 미국 바이오 기업 턴 바이오테크놀로디스의 핵심 자산인 ERA 플랫폼의 권리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펩타이드처럼 전망이 밝은 사업으로의 확장과 SK바이오팜의 기존 제품과 상호보완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처럼 장기적인 계획 구현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대형 딜의 총액만으로 산업 경쟁력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수출 계약액에는 임상·허가·상업화 성공을 전제로 한 마일스톤이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기업에 유입되는 현금은 계약 규모보다 적을 수 있다. 반대로 라이선스인과 M&A는 대규모 자금이 선투입되는 만큼 임상 성공과 상업화 성과가 투자 회수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기술수출을 통해 확보한 자금과 기존 사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바탕으로 해외 유망 자산을 직접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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