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사고액 53.1% 감소…가입 기준 강화·역전세 완화 영향
기준 밖 주택 평균 공시가 1억3000만 원…저가주택에 집중
9월 위험등급·10월 사전심사…계약금 보호장치도 필요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줄고 정부도 내달부터 전셋집의 위험도를 계약 전에 알려주기로 했지만, 저가주택 세입자의 불안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보증 밖에 남은 계약은 위험등급만으로 보증금 반환이나 계약금 회수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정부가 내달부터 안심전세앱을 통해 전셋집과 집주인의 위험도를 ‘안전·주의·위험’으로 제공하는 가운데, 보증 기준 밖에 놓인 저가주택 세입자를 위한 실질적인 보증금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6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1% 감소했다. 반환보증 사고는 전세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사고가 줄어든 데는 전셋값 상승으로 역전세 위험이 완화된 것과 함께 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강화한 영향이 작용했다. HUG는 2023년 5월부터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가율 기준을 주택가격의 100%에서 90%로 낮췄다.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연립·다세대주택의 가격 인정 범위도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축소했다. 두 기준을 함께 적용하면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 한도는 공시가격의 126% 이하다.

가입 문턱을 높이면서 위험이 큰 계약의 보증사고는 줄었지만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위험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기준을 넘은 계약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도 HUG 반환보증을 통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

보증 기준에서 제외되는 주택은 저가주택에 집중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2년 전세계약을 분석한 결과,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1억3000만 원이었다. 대부분은 공시가격 3억 원 미만이었다.

정부는 내달 안심전세앱을 개편해 세입자가 계약 전에 전셋집의 위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부동산 등기와 확정일자, 선순위 보증금, 근저당권, 집주인의 세금 체납·대출 연체 등 57종의 정보를 모아 주택과 임대인의 위험을 각각 ‘안전·주의·위험’으로 표시한다.

여러 기관에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 세입자가 위험한 집을 가려내도록 돕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험등급 자체에는 계약을 제한하거나 보증금 반환을 보장하는 기능이 없다. 다른 집을 구하기 어려운 저가주택 세입자에게는 위험을 감수할지 판단하는 책임만 남을 수 있다.

오는 10월 말에는 전세계약 후 잔금을 치르기 전에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HUG 사전심사도 시행된다. 현재는 세입자가 잔금을 지급하고 이사와 전입신고까지 마친 뒤 보증을 신청하기 때문에 가입이 거절되면 이미 건넨 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사전심사가 시행되면 세입자는 계약을 체결한 뒤 안심전세앱에서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잔금을 치를 수 있다. 전세금 대부분을 집주인에게 건넨 뒤 가입 거절 사실을 알게 되는 문제는 줄어드는 셈이다.

사전심사는 보증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시점만 앞당길 뿐 가입 기준 자체를 완화하는 제도는 아니다. 기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저가주택이 보증 밖에 남는 문제는 그대로다.

계약금 보호에도 빈틈이 남는다. 사전심사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신청하는 방식이어서 계약금이 먼저 집주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 보증 가입이 불가능하면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돌려받는다는 특약을 넣어도 집주인이 반환을 거부하면 분쟁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보증 가입이 불가능할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특약을 맺고도 보증금 반환을 두고 소송까지 간 사례가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보증 가입이 불가능해진 데 집주인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세입자에게 보증금 1억7000만 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국회에는 보증심사가 끝날 때까지 전세보증금이나 계약금을 HUG 등에 맡기는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보증 가입이 승인되면 집주인에게 지급하고, 거절되면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위험등급이 실제 피해 예방으로 이어지려면 위험을 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증 밖 세입자를 위한 지원과 계약금 보호장치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위험등급은 세입자가 계약 전에 위험한 집을 가려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보증 가입이 어려운 저가주택 세입자까지 보호하려면 보증료 지원과 사전심사, 계약금 예치 등 실질적인 보호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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