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OST "태풍이 장마전선·북태평양고기압 흔들어 6일 만에 기온 4.1℃ 상승시켜"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올여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일본 부근을 지나간 태풍이 7월 초 우리나라의 기온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이 직접 한반도를 덮치지 않아도 주변 대기 흐름을 바꾸면서 폭염의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KIOST는 6월 하순 일본 부근을 통과한 제7호 태풍 ‘메칼라(MEKKHALA)’와 제8호 태풍 ‘히고스(HIGOS)’가 동아시아 대기순환에 변화를 일으켜 7월 한반도 폭염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했다./사진=KIOST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6월 하순 일본 부근을 통과한 제7호 태풍 ‘메칼라(MEKKHALA)’와 제8호 태풍 ‘히고스(HIGOS)’가 동아시아 대기순환에 변화를 일으켜 7월 한반도의 기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고 31일 밝혔다.

태풍은 일반적으로 강풍과 집중호우 등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기상현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대기 흐름을 바꾸면서 장마전선과 고기압의 위치 및 세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가 두 태풍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태풍은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공급하면서 한반도 장마전선의 활동과 강수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고기압을 동쪽으로 밀어내 한반도 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았다.

실제로 7월 초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서 잠시 벗어나면서 기온이 낮아졌다.

하지만 태풍이 남긴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태풍으로 유입된 많은 수증기가 비로 내리는 과정에서 대기 중에 열을 방출하는 ‘강수 가열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강수 과정에서 방출된 열은 북태평양고기압을 다시 강화하고 한반도 방향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KIOST가 강수 가열 효과를 기상모형에 적용해 분석한 결과 일본 부근 상공 약 5.5㎞에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졌고 이후 한반도 방향으로 다시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 6월 20~30일 강수 편차와 메칼라·히고스 이동 경로(왼쪽)와 강수 가열에 대한 500 hPa 지위고도 반응과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확장 모습./사진=KIOST


기온 변화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됐다.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는 기상청 종관기상관측장비(ASOS) 60개 지점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7월 1일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3℃ 낮았지만 7월 7일에는 평년보다 2.8℃ 높아졌다. 불과 6일 사이 평년 대비 평균기온이 4.1℃ 상승한 것이다.

이번 분석은 태풍의 영향 범위가 예상보다 넓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거나 상륙하지 않더라도 주변 대기순환을 흔들어 며칠 뒤 우리나라의 기온과 강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훈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이번 사례만으로 올해 폭염의 원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반도에 직접 접근하지 않은 태풍도 장마전선과 북태평양고기압에 변화를 줘 우리나라 기온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유사 사례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태풍과 동아시아 대기순환의 연계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여름철 기후 감시와 전망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해양기후예측센터는 앞으로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연관성을 찾고 조기경보와 계절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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