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열렸지만 높아진 문턱"…K-게임, '장기 흥행' 시험대
입력 2026-08-31 15:28:51 | 수정 2026-08-31 15:28:51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판호 발급 회복에도 외자 비중 5%…한국 게임 상반기 7종 그쳐
텐센트 등 현지 퍼블리셔 의존…출시 이후 흥행·수익 배분 변수
텐센트 등 현지 퍼블리셔 의존…출시 이후 흥행·수익 배분 변수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중국 게임 시장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체감하는 기회는 판호 발급량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호 확보 이후에도 현지 퍼블리셔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중국 게임사들의 경쟁력까지 높아지며 판호 정상화는 중국 매출 확대라는 공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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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씨, 리니지2M 중국 정식 출시./사진=엔씨 | ||
31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발급된 내자 판호는 91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반면 외자 판호는 35개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전체 판호 발급량이 늘면서 중국 게임 시장의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해외 게임에 대한 문턱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 판호 회복에도 외자 게임 문턱은 여전
올해 상반기 한국 게임 및 국내 IP와 관련된 외자 판호는 7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9종과 비교하면 오히려 감소한 수준이다. 2024년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전체 판호 시장에서 외자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발급 건수만으로 시장 개방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발급된 게임 판호는 총 1771개로 2024년보다 2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내자 판호는 1676개, 외자 판호는 95개로 외자 게임 비중은 약 5%에 그쳤다. 2025년에는 외자 판호가 매달 발급되면서 과거보다 심사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전체 시장에서 중국산 게임에 대한 허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구조는 유지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 수출액은 85억346만 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9.7%로 가장 높았다.
아울러 중국 수출 비중은 전년보다 4.2% 확대됐다. 중국은 여전히 가장 큰 해외 시장인 만큼 판호 발급 확대는 국내 게임사의 해외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주요 변수다.
다만 중국 시장의 위상은 과거와 달라졌다. 판호 발급이 사실상 중단됐던 기간 동안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이 크게 높아졌고 텐센트와 넷이즈를 비롯한 현지 업체들은 MMORPG뿐 아니라 서브컬처, 오픈월드, 슈팅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체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 게임이 중국에서 장기간 흥행했던 과거와 달리 현지 이용자들이 한국 IP라는 이유만으로 게임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판호 확보를 중국 사업의 성과로 해석하기보다는 실제 출시와 장기 흥행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호를 받은 뒤에도 현지화와 콘텐츠 검수, 서버 구축, 마케팅 등의 절차가 필요해 허가와 실제 출시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 판호보다 중요한 ‘누가 중국 매출을 가져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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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판호 발급이 재개되고 있지만 국내 게임업계의 본격적인 수익화 공식이 변화되고 있는 분위기다./사진=AI 이미지 제작 | ||
특히 중국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가 직접 서비스하기 어려운 구조는 국내 게임의 수익성과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중국 시장에서는 해외 게임의 유통 과정에서 현지 사업자와의 협업이 필수적이어서 국내 게임사는 텐센트와 넷이즈, 셩취게임즈 등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현지 업체가 판호 신청부터 유통·결제·마케팅·운영까지 맡고 국내 게임사는 IP와 개발 역량을 제공하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씨의 리니지2M이다. 지난해 외자판호를 받은 이 게임은 지난 6월 중국에서 ‘천당2: 맹약’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며 텐센트게임즈가 현지 서비스를 맡았다. 출시 직후 중국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올랐고 초기 이용자 유입에 대응해 서버를 12개에서 36개로 늘리는 등 강한 출발을 보였다.
스마일게이트의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도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출시 직후 중국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매출 순위 8위까지 올라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역시 중국 퍼블리셔 XD를 통해 현지에 출시된 뒤 유료게임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초기 순위가 장기 매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에 출시된 일부 게임은 서비스 초기 높은 순위를 기록한 뒤 현지 운영과 이용자 대응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순위가 빠르게 하락하기도 한다. 현지 퍼블리셔가 실제 서비스와 업데이트, 이용자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파트너사의 운영 역량이 게임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익 구조도 변수다. 중국에서 게임이 흥행하더라도 국내 개발사가 현지 매출 전부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퍼블리셔와 플랫폼 비용 등을 반영한 뒤 계약에 따라 로열티나 매출 배분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따라서 중국 매출 규모가 커지는 것과 국내 게임사의 실적이 같은 폭으로 증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하반기에는 판호 발급 건수보다 올해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게임들의 장기 성과가 시장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도 중국 시장 진출의 핵심 지표가 판호 확보 여부에서 출시 후 이용자 유지율과 매출, 수익 배분, 현지 운영 주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호 발급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중국 사업을 다시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판호 자체가 매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는 누가 현지 서비스를 맡는지 국내 게임사가 어느 정도의 수익을 가져가는지 출시 이후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중국 시장 정상화의 실질적인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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