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주도권은 누구?... '뛰는' 중국, '갈 길 바쁜' 한국
입력 2026-08-31 14:36:09 | 수정 2026-08-31 14:56:06
배소현 기자 | kei_05219@mediapen.com
반도체·제조업에 AI 기술까지…피지컬 AI 선도할 기반 갖춰
중국 양산·데이터 확보 앞서가…규제 개선·실증 확대 서둘러야
중국 양산·데이터 확보 앞서가…규제 개선·실증 확대 서둘러야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한국이 인공지능(AI)을 로봇과 제조 현장 등 현실 세계에 접목하는 '피지컬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반도체와 제조업에 AI 기술까지 갖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기반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로 인한 부족한 실증 기회가 산업 확산을 늦추는 사이 글로벌 AI강국들은 양산과 데이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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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AI 이미지 | ||
31일 업계에 따르면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세계의 정보를 인식하고 판단한 뒤 로봇이나 기계 등을 직접 움직이는 기술이다. 제조·물류·의료 등 적용 범위가 넓고,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며 축적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생성형 AI가 주로 디지털 공간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학습했다면 피지컬 AI는 공장과 물류센터 등 실제 환경에서 얼마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느냐가 기술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피지컬 AI 경쟁에서 유리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을 비롯해 AI 모델과 로봇, 통신 인프라 등 관련 산업이 두루 발달해 있다. 반도체·전자·기계 등 국내에 구축된 다양한 제조 현장을 로봇의 실증과 데이터 확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피지컬 AI는 아직 세계적으로 시장 주도권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분야다. 생성형 AI에서는 대규모 모델과 컴퓨팅 자원을 선점한 미국과 중국을 뒤쫓는 구도가 형성됐지만, 피지컬 AI에서는 한국이 이미 보유한 제조업과 반도체 경쟁력을 활용해 시장을 선점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정우 신임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도 최근 "(한국은)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분야에서 선도국으로 도약할 잠재력이 있으며, 높은 AI 수용성과 발전·송전·배전을 아우르는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운영 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피지컬 AI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향후 5년간 AI 로봇 전문인력 1만 명을 양성하고 10대 업종별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해 산업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AI 3강'을 넘어 글로벌 AI 핵심 공급망에서 한국의 입지를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 중국은 로봇 뛰는데… 한국은 실증부터 규제 문턱
다만 산업 현장에서는 보다 빠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지컬 AI는 새로운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면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로봇과 자율주행 등 관련 분야의 법과 제도가 기술 발전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과 책임 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서 시험하는 단계부터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최근 열린 'K-피지컬AI 기술 자립으로 여는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대전환' 세미나에서 "미래 산업 기술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포지티브 규제로 가서는 방법이 없다"며 "우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규제를 풀어나가고, 장기적으로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AI·로봇 분야에 최소한의 금지 사항을 제외하고 우선 허용하는 '선허용 후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이미 로봇을 실제 현장에 투입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유니트리와 에지봇 등은 휴머노이드 생산 확대와 함께 부품 공급망과 데이터 수집·학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휴머노이드로봇운동회에서는 화웨이와 차이나유니콤이 5G-A 기반 전용망을 구축해 로봇의 실시간 제어와 다중 로봇 협업까지 시험했다.
엔비디아도 중국을 피지컬 AI의 주요 시장으로 보고 현지 기업들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 규제와 별개로 로봇·자동차용 제품 거래는 열려 있으며 유니트리 등 중국 로봇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가진 제조·상용화 역량과 풍부한 현장 데이터가 글로벌 기업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아직 피지컬 AI 시장의 주도권이 굳어지지 않아 한국에도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5년간 기술 개발과 산업 확산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도 기술 개발에 더해 기업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시험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실증 환경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아직 시장 주도권이 명확하게 정해지진 않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제조업과 반도체 기반을 갖춘 한국에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며 "기업들이 현장에서 빠르게 시험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완화 등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