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확보 차원 넘어 주요 수익원으로…회사별 차이는 여전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 현지 거점 확보를 넘어 해외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이 6000억 원대(4억 5000만 달러 이상)를 돌파하는 등 실적 측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해외진출이 가능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실적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국내 증권사들이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국내 증권회사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현재 16개 증권사가 전 세계 15개국에서 현지법인 83개와 사무소 10개 등 총 93개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들 해외법인이 한 해 동안 거둔 전체 당기순이익은 4억5580만 달러(약 6540억원)로 전년 대비 67% 넘게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 흐름을 보였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글로벌 영토 확장은 지역별 금융 환경의 특성에 맞춘 소위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정교화됐다. 미국과 영국, 홍콩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현지 기관투자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투자은행(IB) 인수금융 주선과 자기자본투자(PI), 세일즈 앤 트레이딩(S&T)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는 고도화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경쟁력을 앞세운 ‘리테일 브로커리지’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식이다.

신흥국 시장 공략의 선봉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서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 세계 20여 개 이상의 해외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전체 자기자본 약 11조원 중 4조원 이상을 해외법인에 배치했다. 특히 약 4800억원(300억 루피)을 투입해 인도 10위권 대형 증권사인 ‘쉐어칸(Sharekhan)’ 인수를 완료했다. 미래에셋은 기존 온라인 플랫폼 ‘엠스톡(m.Stock)’의 리테일 계좌 수 200만 개에 더해 쉐어칸이 보유한 300만명 이상의 고객 기반과 400여개 지점망을 흡수하며 인도 시장 점유율 5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법인 역시 자본금 확충을 통해 현지 주식중개 점유율 상위 10위권 내에 자리잡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미국 종합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과 지분 50대 50으로 설립한 합작사 ‘SF크레딧파트너스’를 통해 미국 미들마켓(중견기업)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 시장에 안착했다. 출범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선진 자본시장에서 현지 우량 딜을 직접 소싱하고 주선하는 역량을 입증했다. 또한 뉴욕과 홍콩 법인을 중심으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 인수, 글로벌 사모펀드(PEF)와의 크로스보더 공동 투자 등 정통 IB 비즈니스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다른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의 추격도 이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현지 주요 공기업 및 중견 제조기업의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대표 주관을 잇따라 따내며 IB 전문성을 확보했다. KB증권 역시 베트남 자회사(KBSV)를 중심으로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와 현지 국채·회사채 인수 주선에 집중하며 동남아 거점의 실적 기여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그러나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양극화와 함께 실적의 질적 구조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금감원 집계 기준 전체 83개 현지법인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49개사에 그쳤고, 약 40%에 달하는 34개 법인은 여전히 순손실을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특정 대형사의 글로벌 투자자산 평가이익이나 일회성 대형 딜에 해외 실적 전체가 좌우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자주 지적된다. 실제로 증권업계 전체 해외 흑자 규모의 상당 부분이 소수 대형사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비상장 유니콘 지분 평가이익, 대규모 인수금융 수수료 등 비경상적 손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지분가치 평가이익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금리 변동, 현지 증시 등락에 따라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분기별 실적 널뛰기 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반면 현지 고객 기반의 안정적인 위탁매매 수수료(브로커리지)나 지속적인 자산관리(WM) 자문 보수 등 경상적 수익 비중은 여전히 낮다. 시장 충격 발생 시 수익 기반이 급격히 훼손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과 비교해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의 자기자본 규모가 작아 수조 원대 글로벌 메가 딜의 단독 주관이나 대규모 언더라이팅(인수) 경쟁에서 밀리는 자본력 격차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사는 막대한 자본과 현지 라이선스를 무기로 글로벌 딜을 확장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는 진출 비용과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국내 기관의 해외 투자를 단순 중개하는 역할을 넘어서 현지 기업과 투자자를 직접 연결하는 자립형 현지화 역량이 향후 수익 격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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