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개막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서 '가능한 사랑' 수상 가능성 높아
이탈리아·프랑스 영화 평단 "거장의 인간 구원 탐구, 최고의 예술적 도달점" 극찬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둔 이탈리아 리도(Lido)섬이 한국 영화계의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Possible Love)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9월 2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 '가능한 사랑'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쥘 최유력 후보 중 하나로 이탈리아 및 유럽 현지 주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베네치아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23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가능한 사랑'을 포함한 총 20편의 경쟁 부문 초청작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 영화는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이어 2년 연속 베네치아 리도섬 경쟁 부문 카펫을 밟게 됐다. 역대 한국 장편 영화로는 통산 12번째 경쟁 부문 진출이다.

   
▲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가능한 사랑'이 이창동 감독에게 황금사자상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언론 등이 보도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이번 초청은 이창동 감독 개인에게 있어 2002년 영화 '오아시스'로 제59회 베네치아영화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 등을 휩쓴 이후 정확히 24년 만의 리도섬 복귀라는 점에서 세계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감독이 2018년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작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가 제작을 맡았으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진이 총출동해 일찍이 높은 화제성을 확보했다.

개막을 앞두고 이탈리아 현지 주요 일간지 및 유럽 권위의 영화 매체들은 이창동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치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는 영화제 사전 전망 기사를 통해 "올해 베네치아 경쟁 부문은 어느 때보다 거장들의 다채로운 신작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중에서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오랜 시간 갈증을 느끼며 기다려온 작품은 단연 한국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라며 "사회 구조적 비극과 인간 존재의 심연을 정교하게 결합해 내는 그의 독보적인 시네마틱 어법이 다시 한번 최고 상을 겨냥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영화 매체 '치네포럼(Cineforum)' 역시 "이창동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리도섬을 매료시켰고, 2007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전도연, '밀양'), 2010년 칸영화제 각본상('시') 등을 거치며 현대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치열한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는 감독으로 입지를 다졌다"면서 "24년 만에 베네치아로 돌아온 그의 신작은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시기와 명분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네치아영화제 예술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창동은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위대한 거장 중 한 명"이라며 "신작 '가능한 사랑'은 폴란드의 전설적인 거장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연작 시리즈 '십계'(Dekalog, 1989)의 한 에피소드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도덕적 딜레마 속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놀라운 걸작"이라고 직접 언급하며 찬사를 보냈다.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십계'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세 가지 색: 블루' 등으로 유명한 거장이 성경의 십계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던 10부작 명작 드라마다.

프랑스의 영향력 있는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역시 사전 리뷰에서 "키에슬로프스키의 윤리적 탐구 정신이 이창동 특유의 날카로운 리얼리즘과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예술적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며 '가능한 사랑'을 올해 수상작 목록 최상단에 올렸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를 맞닥뜨린 해고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이들 부부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이라는 두 부부가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심리적 파경과 구원의 여정을 다룬다. 서로 다른 계층과 삶의 조건을 지닌 네 인물이 마주하는 숨은 욕망과 현대 사회의 균열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 '가능한 사랑'이 본상을 수상한다면 이창동 감독은 24년 만에 베네치아에서 수상하게 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2002년 '오아시스'에서 절정의 호흡을 맞추며 베네치아의 영예를 안았던 설경구와 문소리에 이어, 이번 신작에서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밀양'), 설경구가 다시 만났다는 점도 현지 언론의 비상한 흥미를 끌고 있다. 여기에 조인성과 조여정이 가세해 신선하면서도 묵직한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은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기 만화 '체인소 맨' 작가 후지모토 다쓰키의 동명 원작을 실사화한 청춘 영화 '룩백'으로 초청장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5월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상자 속의 양')에 이어 연달아 3대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외에도 대니 보일 감독의 '잉크'(Ink), 케이시 애플렉 연출의 '컴퍼니',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 연출에 케이트 마라·루니 마라가 주연을 맡은 '버킹 패스터드'(Bucking Fastard), 마틴 맥도나 감독의 '와일드 호스 나인'(WILD HORSE NINE) 등 세계적인 거장과 거대 자본이 투입된 북미·유럽 거장들의 신작 20편이 경합을 벌인다.

한국 영화는 지난 2012년 제69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고(故)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13년 만에 경쟁 부문에 오르며 기대를 품었으나 아쉽게 무관에 그쳤다.

이창동 감독이 이번 '가능한 사랑'을 통해 '피에타' 이후 14년 만에 한국 영화 두 번째 황금사자상 낭보를 전해줄 지, 9월 2일 개막해 12일까지 펼쳐지는 리도섬의 붉은 융단 위에 전 세계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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