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53.55%→45%…‘기준 시점’ 놓고 정부·제약업계 충돌
입력 2026-09-01 14:25:08 | 수정 2026-09-01 14:25:08
박재훈 기자 | pak1005@mediapen.com
정부, 9월 약제급여목록 기준으로 53.55%→45% 적용
2012년 이후 약가 추가 인하된 4000여개 품목 ‘이중 인하’ 논란
2012년 이후 약가 추가 인하된 4000여개 품목 ‘이중 인하’ 논란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정부의 약가 개편이 본격적인 적용 단계에 들어갔다. 특히 기등재 의약품의 새 약가를 산출할 기준 시점을 정부가 9월 1일로 확정하면서 제약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 |
||
| ▲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정부의 약가 개편이 본격적인 적용 단계에 들어갔다. 사진은 보건복지부 정부세종청사./사진=복지부 | ||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은 9월 1일자 약제급여목록표를 기준으로 기등재 의약품의 새로운 약가를 산정한다. 이날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된 품목은 총 2만2045개로, 정부는 해당 시점의 상한금액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간주한 뒤 새로운 산정률인 45%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현재 동일제제 최고가가 1000원이라면 이를 오리지널 기준으로 환산한 뒤 45%를 적용해 약 840원의 새로운 기준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가격에 단순히 8.55%를 빼는 방식이 아닌 현행 약가를 다시 오리지널 가격으로 환산해 새 산정률을 적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 2012년이냐 2026년이냐…‘기준 시점’ 놓고 충돌
논란의 핵심은 새로운 45% 산정률 자체보다 어느 시점의 약가를 출발점으로 삼느냐다. 제약업계는 53.55% 산정률이 도입된 2012년 4월 일괄 약가인하 당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12년 이후 사용량-약가 연동제, 실거래가 조사에 따른 약가인하 등 별도의 사후관리 제도가 작동하면서 이미 약가가 추가로 낮아진 품목이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월 당시 등재된 품목 가운데 2026년 9월까지 급여 지위를 유지한 품목은 6633개다. 이 가운데 약가가 추가로 낮아진 품목은 4033개로 집계됐다. 업계가 '이중 인하’를 주장하는 근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오츠카제약의 아빌리파이정10㎎이다. 2012년 4월 4687원이었던 약가는 제네릭 진입과 가산기간 종료, 실거래가 조사, 사용량-약가 연동 등의 영향을 받아 올해 1월 2175원까지 내려갔다. 14년간 약가가 9차례 조정되며 약 53.6% 떨어진 셈이다.
플라빅스 사례에서도 기준 시점에 따른 차이가 나타난다. 2012년 4월 동일제제 최고가인 1445원을 기준으로 45%를 적용하면 새 약가는 1214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2026년 9월 최고가 1164원을 기준으로 하면 978원이 된다. 현재 약가가 이미 여러 차례 조정된 상황에서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제약사의 추가적인 매출 감소 폭이 달라지는 구조다.
정부는 업계의 기준 시점 변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과도하게 약가가 조정된 품목에 대해서는 업체 신청을 받아 2단계 약제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과도하게 조정된’이라는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될지를 두고 추가적인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모든 품목의 약가를 당장 일괄적으로 45%까지 낮추는 방식은 아니다. 정부는 산업계 충격을 고려해 기등재 의약품을 약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한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산정률을 45%로 낮추고, 기등재 약제는 등재 시점 등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눠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 제약업계 손실 우려…정부는 건보재정 절감
![]() |
||
| ▲ 정부가 제약 업계의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인하를 9월부터 시작한 가운데 약가 산출의 기점을 놓고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사진=AI 이미지 제작 | ||
제약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약가 인하에 따른 단순 매출 감소를 넘어 수익성 악화가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투자, 고용 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제조시설을 보유한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약가 산정률이 40%대로 낮아질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R&D(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등이 모두 감소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약가 인하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약품 매출에서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의 경우 약가 인하가 제품별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절감된 재원을 신약과 필수의약품 지원에 활용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약가 산정체계를 현행 53.55%에서 45%로 조정하고 기등재 약제는 약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약품비 증가를 관리하면서 절감 재원을 혁신 신약 보장성 확대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가 개편의 정책적 필요성이 크다. 반면 제약업계에서는 약가를 낮추는 과정에서 이미 시행된 사후관리 제도로 인한 가격 변동까지 새 산정률의 출발점에 반영하는 것은 제도 간 효과가 중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향후 쟁점은 실제 재평가 과정에서 어느 품목을 ‘과도하게 조정된 약제’로 판단할지 업체의 조정 신청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9월 1일 기준 가격을 토대로 산정된 재평가 결과가 개별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화될수록 업계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현재 확인된 제도 일정과 업계 반응을 토대로 한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사용량-약가 연동이나 실거래가 인하 등으로 이미 가격이 여러 차례 조정된 품목들이 있다”며 “새로운 산정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사후관리로 인한 약가 변동과 이번 제도 개편에 따른 인하를 구분해 제약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