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제3자 송금 강요 안돼”… 어업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식별기준 강화
입력 2026-09-02 12:00:00 | 수정 2026-09-02 12:00:00
구태경 부장 | roy1129@mediapen.com
성평등가족부,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지표 개정… 3일부터 시행
하선 후 귀국비용 미지급·상륙 제한 등 어업 특화 지표 신설
계약 연장 거부·재입국 추천 거부 등 부당처우도 피해 징후로 명시
하선 후 귀국비용 미지급·상륙 제한 등 어업 특화 지표 신설
계약 연장 거부·재입국 추천 거부 등 부당처우도 피해 징후로 명시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어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급여를 제3자 계좌로 강제로 송금하게 하거나 정박 중 상륙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가 인신매매 피해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마련됐다. 선박이나 외딴 작업장 등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어업분야 강제노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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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급여를 제3자 계좌로 강제로 송금하게 하거나 정박 중 상륙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가 인신매매 피해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마련됐다./사진=미디어펜 | ||
성평등가족부는 어업분야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 피해를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인신매매등피해자 식별 및 보호에 대한 지표’를 일부 개정해 3일부터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해양수산부와 협업해 지난해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의 권고사항인 어업분야 특화지표 개발을 반영한 것이다. 원양어업과 양식업·염전 등 업종별 특성과 다양한 고용 형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사례를 구체적인 식별 기준에 담았다.
개정 지표에는 경제적 속박과 물리적·정서적 통제 등 강제노동을 판단할 수 있는 사례가 세분화됐다.
우선 근로자 본인 명의 계좌로 급여가 입금된 뒤 중개업자나 고용주 또는 이들이 지정한 제3자 계좌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자동이체·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강요받는 경우를 피해 징후로 명시했다. 고금리 대부계약이나 연대보증 등을 이용해 노동자를 경제적으로 묶어두는 행위도 포함됐다.
어업분야에서는 선원이 거주지나 근로계약 체결지가 아닌 항구에서 하선했을 때 귀국에 필요한 법정 최소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 신설했다.
취업 당시에는 단순 노무로 알고 입국했지만 원거리 조업선에 태우거나 계약서에 없는 업무에 투입하는 행위도 물리적 통제수단으로 규정했다. 부상이나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의료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와 내국인 선원보다 비싸게 식비 등을 부담시키는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경우도 피해 징후에 포함됐다.
선내에서의 이동과 외부와의 연락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기준도 강화됐다. 특별한 사유 없이 개인 연락기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인터넷 등 선내 연락체계를 다른 선원보다 불리하게 제한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입국 후 승선 전이나 귀국 전 하선 후 이동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곳에 구금하거나 항구에 정박했을 때 상륙허가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의 행위도 명시했다.
계약 연장이나 재입국을 이용한 통제도 피해 판단 대상이 된다. 임금·숙소·근로시간 등에 대한 정당한 불만을 제기할 경우 계약 연장이나 재입국 추천을 거부하거나 비자를 무효화하고 강제추방할 수 있다고 믿게 해 부당한 처우를 강요하는 경우가 포함됐다. 근무기간 연장을 조건으로 부당한 근로조건을 요구하는 행위도 새 기준에 담겼다.
이와 함께 근로조건과 위생·보건시설 등을 국적에 따라 차별하거나 불리하게 제한하는 경우도 노동력 착취 판단기준으로 구체화했다.
피해자의 법적 보호 범위도 명확히 했다. 인신매매 과정에서 피해자가 범죄행위를 했거나 착취에 사전 동의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인신매매 피해자로서의 보호가 배제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지표에 반영했다.
김성철 성평등가족부 안전인권정책관은 “어업분야는 선박이나 외딴 작업장 등 외부와 단절되기 쉬운 환경에서 근무해 피해사실이 밖으로 드러나기 어렵다”며 “이번 지표개정을 통해 현장에서 피해징후를 보다 세밀하게 살피고 조기에 발견해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어업분야 특화지표 개발을 위해 성평등가족부와 시민사회·선원노조 등이 공동으로 협의해 마련했다”며 “어업분야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 예방과 인권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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