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시간 늘리는 '락인' 경쟁 본격화…MTS 전면개편 사례 이어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경쟁이 주식 매매 창구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소셜 커뮤니티, 맞춤형 자산관리를 아우르는 '종합 디지털 플랫폼' 대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 'MOUM'을 공개했고, 기존 대형사와 중소형사들도 세부 기능을 꾸준히 개선하고 개편하는 등 MTS 경쟁이 리테일 시장 공략의 격전지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 국내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경쟁이 주식 매매 창구 기능을 넘어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소셜 커뮤니티, 맞춤형 자산관리를 아우르는 '종합 디지털 플랫폼' 대전으로 확대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MTS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과거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앞세운 출혈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이제는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과 고도화된 투자 정보로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플랫폼 락인(Lock-in)' 싸움으로 경쟁의 틀이 진화한 양상이다.

메리츠증권이 지난 1일 공개한 '모음'은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획 단계부터 AI 데이터 분석과 글로벌 소셜 기능을 전면에 배치한 모음은 자사 대표 상품인 비대면 종합투자계좌 '슈퍼365'와 연동된다. 이를 통해 외신 뉴스, 글로벌 애널리스트 리포트, 소셜미디어 여론을 금융 특화 AI 엔진이 실시간으로 요약해 번역한 뒤 제공한다. 종목 발굴부터 정보 탐색, 투자자 토론, 주문 체결까지 전 과정을 단일 화면에서 유기적으로 해결하도록 설계해 이른바 '4세대 투자 플랫폼'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로빈후드(Robinhood)가 촉발하고 토스증권이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투자 플랫폼의 일상화·단순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로빈후드는 간결한 UI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 주식 선물하기, 소수점 매매 등을 통해 미국 밀레니얼 세대를 증시로 끌어들였다. 

마찬가지로 국내 시장에서도 토스증권이 복잡한 호가창과 보조지표를 걷어내고 음원 차트 형태의 테마 분류와 직관적인 소셜 피드를 앞세워 리테일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후 전통 증권사들 역시 단순히 HTS의 축소판에 머물던 과거 개발 방식을 버리고 플랫폼 전면 개편에 나섰다.

대형사들은 저마다 구축한 리서치 역량과 방대한 데이터를 최신 디지털 기술로 포장해 반격하고 있다. 개인 주식 위탁매매 1위인 키움증권은 대표 앱 '영웅문S#'에 전문 투자자를 위한 심층 분석 기능과 초보자를 위한 간편 인터페이스를 동시에 탑재하는 투트랙 UX 전략으로 충성 고객의 이탈을 막아섰다. 미래에셋증권의 'M-STOCK'은 생성형 AI를 결합해 미국 증시 실적 발표 속보를 실시간 한국어로 정제해 전달하는 한편 AI 기반 초개인화 포트폴리오 진단 기능을 정교화했다.

KB증권은 'M-able(마블)'에 맞춤형 자산관리 알고리즘을 강화했고, 동시에 PC와 태블릿에서도 모바일과 동일한 사용 경험을 지원하는 웹 트레이딩 시스템(WTS) '마블 와이드'를 선보이며 다중 기기 환경에 익숙한 '스마트 개미'들을 흡수했다. 

NH투자증권의 '나무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의 '신한 SOL증권' 역시 배당금 시뮬레이션, 소액 적립식 투자 서비스, 종목별 주주 토론방을 고도화하며 플랫폼 체질 개선에 공을 들였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직관성을 극대화한 해외주식 소수점 투자 플랫폼 '미니스탁'과 자산관리 중심의 '한국투자' 앱을 병행 가동하며 세분화된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 역시 틈새시장을 겨냥한 앱 리뉴얼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IBK투자증권은 비대면 금융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지난 2024년 말 MTS를 전면 개편했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심플한 동선을 구축해 원하는 메뉴에 도달하는 클릭 수를 최소화했다. 또한 낯설고 어려운 증권 전문 용어를 일상 언어로 순화해 초보 투자자의 접근 문턱을 크게 낮췄다. 

카카오페이증권 또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한 주식 선물하기와 일상 결제 리워드를 활용한 투자 모델을 앞세워 2030 세대의 유입을 꾸준히 이끌어내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손바닥 안의 플랫폼 혁신에 매달리는 핵심 동력은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주식 투자자의 급증이다. 미국 증시 투자가 일상적 재테크 수단으로 정착하면서 시차와 언어 장벽을 메워주는 실시간 기술력이 곧 증권사의 기초체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새벽 시간대에도 끊김 없는 안정적인 서버 운영과 해외 공시의 즉각적인 AI 번역 역량이 투자자 유치의 필수 조건이 됐다.

또한 단발성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에만 의존하던 천수답식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고객 자산을 묶어두는 장기 예탁 자산 확보가 시급해진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단순히 수수료 무료 혜택이나 주문속도 개선만으로는 플랫폼을 언제든 갈아타는 '디지털 노마드' 성향의 투자자를 붙잡을 수 없다"면서 "결국 자체 데이터의 깊이와 AI 분석 역량을 얼마나 매끄럽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으로 녹여내느냐가 향후 리테일 브로커리지 생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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