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죽은 시인의 사회'청춘들, 강희수·시우·김주민의 '카르페 디엠'
입력 2026-09-05 13:45:23 | 수정 2026-09-05 13:46:23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상업 연극 무대 데뷔한 생동감 넘치는 신인들의 당찬 자기 이야기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서 얻어낸 미래 대한 통통 튀는 생각들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 속에서 얻어낸 미래 대한 통통 튀는 생각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로빈 윌리암스 불멸의 명작이라고 얘기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세대를 건너 살아남은 작품이다. 그렇게 1989년 스크린을 통해 세상에 나온 감동의 이야기는 4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연극 무대에서 다시 숨을 쉰다.
그리고 그 무대의 중심에는 이제 막 첫 상업 공연으로 관객을 만난 세 명의 배우가 있다. 크리스 역의 강희수, 카메론 역의 시우, 녹스 역의 김주민이다.
이들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는 단순한 데뷔작이 아니다. 오랜 시간 갈고닦은 끝에 처음 세상과 마주한 출발선이자, 배우라는 이름으로 관객 앞에 서게 된 첫 약속이다. 아직 이름보다 가능성이 먼저 소개되는 배우들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이미 각자의 얼굴을 분명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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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처음 상업 연극 무대에 데뷔한 당찬 신인들. 사진 왼쪽부터 시우, 강희수, 김주민./사진=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 ||
세 사람의 이야기는 닮은 듯 달랐다. 강희수는 누구보다 오래 배우를 꿈꿨다. 초등학교 시절 뮤지컬 동아리 무대에서 처음 연기의 즐거움을 알았고, 안양예술고와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를 거치며 '준비된 배우'가 되기를 선택했다. 더 빨리 데뷔할 기회도 있었지만 학교를 떠나는 대신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을 택했다. 그 결실이 졸업식 당일 본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오디션이었다.
시우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코로나로 멈춘 고등학교 시절, 연극영화과 입시학원에서 즉흥 연기를 하며 '연기가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아직도 배우를 평생 직업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재미있는 삶을 살아야 매력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는 조용한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소설을 쓰는 꿈도 품고 있다.
김주민은 군대에서 배우를 선택했다. 공연을 좋아해 대학에 들어갔지만 확신은 없었다. 오히려 군대에서 영화를 보며 '나는 무조건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도 그는 배우가 되는 과정 한가운데 있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에는 첫 작품을 마주한 신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세 사람이 바라본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 해석이다. 강희수는 영화보다 훨씬 커진 크리스를 '녹스를 성장시키는 사람'으로 읽었다. 시우는 많은 관객이 배신자로 기억하는 카메론을 가장 현실적인 학생이라고 해석했다. 김주민은 녹스의 가장 큰 매력을 순수함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했다. 사랑을 향해 행동하는 용기,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실천하는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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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역을 맡은 강희수는 유치원 시절 장래 희망이었던 배우의 길을 이제 한걸음 성큼 디뎠다./사진=본인 제공 | ||
세 배우는 입을 모아 말했다. 이 작품은 40여 년 전 교육 제도를 비판하던 이야기가 아니라고. 누군가를 만나 사람이 변하고, 관계를 통해 성장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라는 이야기라고.
무대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는 것은 대사가 아니라 사람일지 모른다. 강희수, 시우, 김주민은 이제 첫 작품을 마쳤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태도는 한 작품의 성공보다 긴 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언젠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이들의 첫 무대는 분명 오래 기억될 시작이다.
☆ 강희수 시우 김주민 일문일답 ☆
* 미디어펜 : 세 사람 다 이 작품이 첫 상업 무대다. 데뷔작으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난 소감은 어떤가?
강희수 : 대학 졸업식 당일 오디션을 보러 갔고, 졸업하자마자 이 작품으로 데뷔하게 됐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으로 첫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뜻 깊었다.
시우 : 학교(용인대 연극학과 연기 전공) 공연은 했지만 상업 무대는 처음이었다. 워낙 큰 작품이라 오디션 공고를 봤을 때도 '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래서 더 감사한 데뷔작이다.
김주민 : 첫 상업 공연이다. 첫 작품이 오래 사랑받아 온 명작이라는 점이 부담도 됐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많이 배울 수 있는 작품이다.
* 미디어펜 :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서로 달랐다고 들었다.
강희수 : 유치원 장래 희망에도 뮤지컬 배우라고 쓸 정도로 정말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뮤지컬 동아리 무대에 섰는데, 그 어린 나이에 밤 늦게까지 연습해도 피곤하지 않을 만큼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숙명처럼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우 : 고등학교 2학년, 그러니까 코로나 시기 사실상 학교 생활이 단절됐을 때 우연히 연극영화과 입시 학원에 다니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친구들과 즉흥 연기를 하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고, 학교보다 학원이 더 기다려졌다. 지금도 연기는 '가장 재미있는 일'이어서 하고 있다.
김주민 : 공연을 좋아해서 대학(동국대 연극학부 연기 전공)에 진학했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런데 군대에서 영화를 보며 '나는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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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론' 역의 시우는 아직도 배우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력 넘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늘 고군분투한다./사진=본인 제공 | ||
* 미디어펜 : 연극의 원작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디션에 임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작품이었나?
강희수 : 너무 잘 알고 있는 영화었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 추천으로 처음 봤다. 그러다가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그 배역을 오디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오디션을 준비하며 다시 영화를 봤을 때는 감정이 완전히 달랐다. '어떤 역할이든 좋으니 이 작품 안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사실, 이 연극에 여성 배역은 딱 하나 뿐이어서...^^
시우 : 오래 전부터 제목은 알고 있었는데 영화는 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친한 친구와 서로 좋아하는 영화를 추천해 보는 놀이를 했는데, 친구가 그 영화를 추천했고 그래서 처음 봤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극 오디션 공고를 발견했다. 뒤늦게 영화를 본 게 지금 생각하면 어떤 운명 같다.
김주민 : 이 영화를 군대에서 봤으니까 그리 오래 전 본 건 아니다. 그때는 연극으로 만들어질 줄은 전혀 몰랐고, 워낙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고, 그냥 명작이니까 찾아봤다. 시우 형처럼 저도 지금에서는 어떤 운명에 이끌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뒤늦게 보고 오디션에 참여하는 데 많은 시간이 흘렀던 건 아니니까.
* 미디어펜 : 각자 자신의 캐릭터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강희수 : 연극 속 크리스는 단순히 녹스의 연애의 대상이 아니다. 똑똑하기는 하지만 철없는 녹스를 성장시키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사람에게 감정으로 다가가 함께 울기보다 현실의 필요한 말을 건네는, 생각보다 훨씬 성숙한 학생이다. 사실 이 연극에 여성 캐릭터가 크리스 딱 한 사람 뿐이라, 녹스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 크리스는 이상향, 선망의 세계, 그들 모두에게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준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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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스' 역의 김주민은 "늘 배우는 사람이 배우'라는 마음으로 배움에 게으르지 않는 배우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 ||
시우 : 카메론은 평범한 열여덟 살 소년이다. 겁도 많고 공부도 잘하고 싶고 친구도 좋아한다. 그런데 또한 복잡한 캐릭터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그에게는 그의 '카르페 디엠'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달리 보일 수는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카메론을 배신자로 기억하지만 카메론은 가장 현실을 생각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김주민 : 녹스는 순수하지만 사랑에는 서툰 인물이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그 순수함이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면 녹스는 웰튼 고등학교의 이 학생들 중 가장 '카르페 디엠'을 실천한 인물인 듯 하다. 그는 명예와 전통과 규율만을 강조하는 이 학교의 엄격한 질서를 크리스를 향한 사랑으로 가장 과감하게 깼다. 그는 틀을 벗어나는 용기를 가진 학생이다.
* 미디어펜 : 만약 자신들이 1959년의 웰튼 고등학교 학생이었다면 마지막에 책상 위에 올라갔을까?
강희수 : 그 장면에 크리스가 등장하지는 않아서 오히려 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저는 아마 책상 위에 올라섰을 것 같다. 키팅 선생님이 차인표 선배님, 오만석 선배님, 연정훈 선배님인데 어떻게 책상 위에 올라가지 않을 수 있을까? ^^
시우 : 저는 올라갔을 것 같다. 연극 속 카메론은 결국 책상 위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카메론을 연기하면서 저도 같이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다만 연극 속 카메론은 끝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그 마음을 억누르며 연기했다. 그래서 더 실제 저였다면 책상 위에 가장 먼저 올라갔을 것이다.
김주민 : 당연히 올라갔을 것 같다. 책상 위로 올라가는 행위는 대단히 용감하고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책상 위에 올라간 토드도 이해되지만, 끝내 오르지 못한 카메론도 이해한다. 그래서 저라면 책상 위로 올라갔을 것 같다. 다만 연극 속 녹스처럼 크리스를 행한 사랑을 용감하게 행동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
* 미디어펜 : 세 사람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강희수 : 누군가를 성장시키는 사람의 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크리스도, 키팅 선생님도 결국 누군가의 변화를 만드는 존재다. 웰튼의 학생들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학교가 정해 놓은 규율을 세상의 보편적인 원칙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이 정해 놓은 미래를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에게 '그것이 아니다'라고 얘기한 사람이 키팅 선생님이고, 또 크리스다. 웰튼의 아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닐 페리와 퇴학을 자처한 찰리 달튼을 제외하고는 결국 웰튼의 질서 속에서, 그리고 부모님들이 정해 놓은 미래를 행해 갈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분명 키팅 선생님과 크리스를 만나기 이전과는 다른 아이들이 됐을 것이다. 이 연극은 바로 그걸 얘기해준다고 생각한다.
시우 : 흔히 알고 있는 교육 제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기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변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변화는 혼자 만의 노력이나 아주 작은 집단 간의 일방적인 억압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그 생각의 좋은 길을 열어주는 어떤 사람이 함께 한 관계 안에서 시작된다는 희망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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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수와 시우, 그리고 김주민의 첫 상업 무대가 된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에서 공연된다./사진=마스트 인터내셔널 제공 | ||
김주민 :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행동하라는. 키팅 선생님이 처음 교실에 등장했을 때 칠판에 적은 글이 '카르페 디엠'이었고, 아이들은 마치 그 말을 성경의 구절처럼 가슴에 새겼다. 그건 키팅 선생님이 웰튼을 떠났다고 해서, 또 아이들이 그 학교를 졸업해 각자의 삶을 향해 나아간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관객들도 공연장을 나설 때 그것을 조금이라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
* 미디어펜 : 세 사람은 연기 인생으로 보면 이제 첫 발을 뗀 어린 아기같은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10년 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강희수 : 요즘 연예계에서는 너무 흔하게 표현되는 말이지만 그래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믿고 본다는 것은 단지 그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만 들을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작은 위로도 받을 수 있고, 삶을 보는 방향이나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을 때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 속의 내가 아니라 내 이름만 보고도 작품을 선택할 만큼 대중들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시우 : 매력 넘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배우가 매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매력 넘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매력이 넘치는 배우가 되려면 연기가 아닌 실제 삶 속에서 먼저 매력 넘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더 풍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
김주민 : 끊임없이 배우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작품을 많이 했다고 배우가 되는 게 아니라 계속 연구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진짜 배우라고 생각한다. 함께 공연하는 선배님들은 연기 경험이 30년, 40년에 이르면서도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말씀을 들었다. 사람들이 톱스타라고 부르는 분들 중에서 연기 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지혜와 지식에 대해 계속 익히고 배운다는 얘기도 들었다. 늘 배우는 사람이 배우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