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6개월 출연금 1.5조 중 은행 48% 점유…국민-신한-농협-하나-우리 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권이 정책서민금융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담한 출연금이 지난 4년 6개월간 1조 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출연금 부담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는데,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 은행들의 부담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의 대위변제가 확대되고 있어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금융사로부터 돈을 걷어 부실을 메우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이 지난 4년 6개월간(2022~2026년 6월) 납부한 서민금융 출연금은 총 1조 4797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의 출연금은 △2022년 2296억원 △2023년 2741억원 △2024년 3028억원 등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출연금은 이보다 1300억원 이상 급증한 4396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올해도 6월까지 이미 2393억원이 걷히며 지난해 출연금의 절반을 넘어섰다.

   
▲ 금융권이 정책서민금융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담한 출연금이 지난 4년 6개월간 1조 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출연금 부담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는데,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 은행들의 부담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의 대위변제가 확대되고 있어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금융사로부터 돈을 걷어 부실을 메우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해당 기간 업권별 출연금을 살펴보면 은행권이 7099억원으로 전체의 약 48%를 차지했다. 이어 △상호금융 3807억원 △저축은행 2110억원 △보험 1000억원 △여신전문금융 839억원 순이었다. 특히 은행권 출연금은 △2022년 1078억원 △2023년 1184억원 △2024년 1291억원 등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약 67.5% 급증한 2162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1384억원이 납부됐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4년 6개월간 115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신한은행 958억원 △NH농협은행 849억원 △하나은행 745억원 △우리은행 644억원 순이었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경영과제인 인터넷은행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38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토스뱅크 234억원 △케이뱅크 139억원 순이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JB전북은행이 751억원을 기록해 전체 은행권 중 네 번째로 많은 출연금을 부담했다.

금융권의 출연금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민금융법에 따라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금융사는 공통출연금과 차등출연금을 납부하고 있다. 공통출연금은 가계대출 잔액에 일정 요율을 곱해 산정하고, 차등출연금은 보완계정 신용보증금액에 금융회사의 대위변제율 등을 반영한 요율을 적용한다. 문제는 지난 4월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공통출연요율이 상향조정된 것이다. 은행권이 0.06%에서 0.10%로, 비은행권이 0.030%에서 0.045% 각각 인상됐다.

출연금 확대와 더불어 부실위험도 커지고 있다. 정책서민금융의 대표 상품인 '햇살론15'의 올해 6월 말 기준 대위변제율은 29.0%,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33.7%에 달한다. 같은 기간 햇살론뱅크는 18.7%, 햇살론카드는 22.9%를 각각 기록해 대신 갚아주는(대위변제) 사례가 많아졌다. 대출자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고, 이를 메우기 위해 금융권에서 더 많은 출연금을 지불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은행들의 자산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실제 출연금 상위권에 랭크한 전북은행을 비롯 인터넷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5대 시중은행 대비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전북은행의 올해 2분기 연체율은 1.69%로 전년 동기 1.58% 대비 약 0.11%p 악화되며 지방은행 5개사(부산·경남·광주·전북, iM뱅크 포함)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전북은행은 지난해 2분기 0.89%에서 올해 2분기 1.34%로 약 0.45%p 악화하며 비교군 중 가장 심각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북은행의 가계대출 포트폴리오가 정책서민금융과 중·저신용자대출에 집중된 까닭이다. 은행연합회 7월 공시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정책서민금융대출 10.8%(평균금리 7.12%) △중·저신용자대출 63%(평균 9.03%)로 약 73.8%를 포용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매분기 중·저신용자대출 목표치를 채워야 하는 인터넷은행도 자산건전성 관리가 장기적인 과제다. 카뱅의 올해 2분기 연체율은 0.51%로 전년 동기 0.52% 대비 소폭 하락했다. 케뱅은 같은 기간 0.60%로 지난해 동기 0.59% 대비 약 0.01%p 개선됐다. 토뱅은 지난해 말 1.11%를 기록했다. NPL비율의 경우 카뱅이 지난해 2분기와 대동소이한 0.54%로 나타났다. 케뱅은 지난해 2분기 0.51%에서 올해 2분기 0.59%로 약 0.08%p 악화했고, 토뱅은 지난해 말 0.85%를 기록했다.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은 보증서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은행들로선 자체 재원으로 하는 중금리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을 낮추고 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출자가 대출을 갚지 못해 부실화되더라도 보증기관인 서금원이 대신 갚아주는(대위변제) 만큼, 은행의 손실 위험이 적은 것이다. 다만 대출 확대에 따른 대위변제율 상승은 은행들의 출연금 확대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성훈 의원은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부실이 커질 때마다 금융회사에 더 많은 돈을 걷어 메우는 방식이 지속가능한 해법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비용 증가는 결국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출연금 확대에만 기대지 말고 대위변제율을 낮추고 회수율을 높이는 등 정책서민 금융의 부실 관리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