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무력 충돌에 국제유가 상승세…두바이유, 100달러 돌파
정유업계, 재고평가이익 있지만 장기화 시 수요 감소·비용 부담 확대
석화업계,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 불가피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 조달 비용 상승과 석유제품 수요 위축 가능성을, 석유화학업계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양 업계는 당분간 미국과 이란의 교전 상황을 지켜보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여부와 공급 차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정유업계는 수요 감소를, 석화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석유화학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싱가포르 현물 기준)은 배럴당 102.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8월 평균가격은 배럴당 88.75달러를 보였는데 이보다 15.4% 상승했다. 지난 7월 평균가격(76.75달러)과 비교하면 33.4% 올랐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상승했다. 2일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11월 인도분)은 배럴당 95.63달러를 보였으며, WTI(10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같은 날 91.0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월 24일 이후, WTI는 7월 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꼽힌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공습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진 상태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 재고평가이익에도 장기적으로는 수요 감소 우려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국제유가 상승이 악재로 보기 어렵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업계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원유 재고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고유가가 장기화되는 경우다. 원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게 되면 정유사의 원료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석유제품 가격에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여기에 휘발유와 경유 등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면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길어지면 원유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세계 주요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겹치면 전 세계적으로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중동이 아닌 북미나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하더라도 운송거리가 길어지는 데 따른 물류비 증가와 해상운임 상승 등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국내 정유설비 자체가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는 만큼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원유 비중이 커질수록 수익성 확보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는 중질유인 반면 북미산은 경질유로 산지에 따라 원유의 성상이 다르다”며 “기존 정유설비가 중동산에 맞춰져 있는데 다른 지역의 원유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효율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석화업계, 나프타 가격 오르면서 원가 부담 가중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석유화학제품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으로 생산된다. 이에 국제유가 상승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나프타 가격도 오르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당 863달러로 지난 7월 평균가격인 톤당 807.13달러 대비 6.9% 상승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까지 반영되면 나프타 가격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까지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이전에 사들인 저가의 재고를 통해 버텼지만 현재는 해당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하반기 들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나프타가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가운데 가격 상승세까지 이어질 경우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원유 수급이 어려워지면 나프타 역시 공급이 줄어든다는 점도 석유화학업계에는 부담이다. 나프타 공급이 부족해지면 스팟성 거래를 통한 조달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원료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 과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업체들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하기도 쉽지 않아 수익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정유와 석유화학업계 모두 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단기간에 해소될 경우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유 수급 불안과 원가 부담 확대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에 따른 원가 변동성은 개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에서는 단기적인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 불안감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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