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 위한 조직 역량 취약…현장 성과지표 검증도 부족"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제조업 인공지능(AI) 전환(AX)'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AI 도입률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려한 목표와 수천억 원대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현장에 전혀 도달하지 못하면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가 '제조업 인공지능(AI) 전환(AX)'을 국가 핵심 전략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AI 도입률은 0.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미지 생성=chatgpt


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을 보유한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16만3273개사) 중 AI를 도입한 기업은 0.1%, 향후 도입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6%에 불과해 현장 체감도는 바닥을 기었다.

정부는 그동안 범부처 차원의 거창한 목표를 쏟아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대한민국 AI행동계획'을 통해 '2030년 피지컬 AI 세계 1위'를 선언했고, 산업통상부는 민관 협력체 'M.AX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2030년까지 10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또한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을 통해 AI 전문기업 500개 사 육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제조 현장에서의 AI 도입률은 정부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책 수혜 대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체감도는 매우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4월 중기부가 발표한 '제1차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데이터·AI 관련 전담 부서와 인력을 보유한 기업은 0.8%, 관련 교육을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한 기업은 6.6%에 그쳐 AI 전환을 위한 조직 역량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 전 단계인 스마트공장 구축률은 겨우 19.5%였고, 그나마 이를 도입한 기업 중 75.5%는 단순 데이터 수집 수준인 기초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AI 활용 격차도 극심해 대기업(48.8%)과 중소기업(28.7%), 수도권(40.4%)과 비수도권(17.9%) 간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이같이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인력 확보를 시장에만 맡겨 둔 채 AI 도입률만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정책의 선후가 뒤바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는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정부의 부실한 사업 관리와 행정 난맥상 등을 꼽았다. 정부는 올해 M.AX 얼라이언스 관련 사업에만 약 7000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성과 지표를 단순 '참여 기관 수'나 'AI 팩토리 개수' 등 투입 실적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 즉, 생산성 향상이나 불량률 감소, 리드타임 단축 등 실제 현장의 핵심성과지표(KPI) 검증은 부실한 상태라는 의미다. 

게다가 산업부, 중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가 유사한 제조 AX 사업을 제각각 추진하면서 지원 창구가 분산되고 중복 신청 부담만 늘어나는 등 재정 투자 비효율성이 심각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세계 1위'와 같은 구호성 목표보다는 현장 도입률 자체를 핵심 성과지표로 설정해 관리해야 한다"며 "세 부처가 추진하는 제조 AX 사업을 연계·통합해 수요기업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