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컨설팅·금융지원 그쳐…해외선 경영관리·해외진출 등 지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은행권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회성·단발성에 그쳐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외 은행들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게 핵심 인적자원, 경영관리,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는데, 국내 은행들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하나지식플러스(knowledge+)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한 은행의 상생지원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은행권의 지원에도 불구, 성장에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약 0.2%에 불과한데, 연구소는 △생계형 창업 쏠림 △자금 조달 한계 △CEO 1인 의존 경영 및 인재 부족 △글로벌 현지화 역량 결여 △디지털 격차 등이 복합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국내 은행권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회성·단발성에 그쳐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외 은행들은 소상공인·중소기업에게 핵심 인적자원, 경영관리,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는데, 국내 은행들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정부도 최근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성장전략에 따라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금융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 등이 합동으로 지난 6월 지수 도입을 발표했는데, 하반기부터 상위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을 대상으로 본격 시범평가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지수는 △상생금융 실적(40점) △상생협력 실적(40점) △현장 체감도(20점) 등으로 구성되며, 은행과 소상공인·중소기업 간 상생 노력을 계량화해 평가한다. 

상생지수 평가 결과가 곧 은행의 대외 이미지와 정책 인센티브 등으로 직결되는 만큼, 향후 은행 간 사회적 기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지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력·성장성 기반의 신용·성장금융 공급을 확대함에 따라 건전성·수익성과 상생의 균형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은행은 현재의 상생 지원 모델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해외 은행의 기업 지원 사례를 제안했다. 글로벌 은행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잠재 우량 고객으로 재정의하고, 투자 관점에서 이들의 상생지원을 돕는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영국 로이드은행은 시니어 임직원과 전문 인력을 활용해 소상공인에게 수개월 간 밀착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테크 기반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체 혁신 랩인 '이글랩스(Eagle Labs)'를 운영하며, 소상공인 성장 경로를 장기 추적·관리하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은 공공·대기업 공급망을 연계해 기업의 매출 극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자체 확보하기 어려운 공공조달 시장(B2G)과 대기업 공급망(B2B)의 계약 수주 판로를 직접 개척해주는 것인데, 이들 기업에게 입찰교육과 계약 수주도 지원하고 있다.
 
스페인계 산탄데르은행과 영국계 HSBC는 자사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산탄데르는 유럽과 남미 등 12개 주요 국가의 리테일 지점을 활용해 '인터내셔널 데스크(international desk)'를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해외법인 설립 △현지 세무·법률 대행 △현지 계좌 개설 및 대출심사 지원 등을 돕고 있다. HSBC는 중국 소상공인의 글로벌 이커머스 진출을 돕기 위해 디지털 무역금융 플랫폼을 구축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은행도 일회성·단발성 지원을 넘어 장기 밀착형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은행들은 소상공인 대상의 단발성 경영 컨설팅, 소상공인 사관학교 등 비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교육 수료 후 연속성 있는 관리 부족으로 실질적인 매출 증대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단순 지식 전달형 교육을 넘어 기업의 성장 경로를 끝까지 전담 추적하는 연속성 있는 비금융 밀착 시스템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처럼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상공인·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소상공인·중소기업 글로벌 지원은 주로 국내외 이커머스 셀러 대상의 운전자금 대출이나 단순 송금 수수료 감면 등에 편중돼 있다"며 "(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플랫폼 인프라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해외 진출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허브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디지털 데이터 기반의 무역·공급망 금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온라인 소상공인에게 시의성 있는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실시간 데이터 연동 기반의 디지털 금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소상공인에게 수출 대금 조기정산 및 무역 자금 공급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은행이 기업고객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상생금융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의 소상공인 판로 지원은 박람회·전시회 참가 지원 및 단순 구매 알선 등 일회성 이벤트에 치중돼 있다"며 "은행이 가진 우량 기업고객 네트워크와 신용을 활용해 상생형 공급망 금융 생태계를 직접 조성하고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