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자동차 35% 이상 중국서 생산…중국 업체 판매 비중 약 25%
전동화·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24개월 신차 개발로 경쟁 압박

"싸지만 품질은 떨어진다" 이러한 인식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중국 제품에 대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은 자동차 업계에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전동화 기술과 자본, 제조혁신을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중국 차는 저가형 중심에서 벗어나 고성능·프리미엄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중국 자본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와 기술·생산 네트워크 안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기지까지 확대하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 범위를 넓히고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기획을 통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확장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짚어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가격은 싸지만 품질과 기술력은 떨어진다'는 중국 차에 대한 인식이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와 전동화 기술, 소프트웨어, 빠른 신차 개발 속도를 앞세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다.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중국차의 핵심 무기다. 다만 최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저가형 차량을 대량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성능·프리미엄 모델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맞붙는 영역도 대중차에서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7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세계 신차 판매의 약 25%를 차지했다. 중국의 승용차 생산량도 약 3000만 대로 세계 생산량의 35%를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판매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중국의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위상도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 BYD 아토 3./사진=BYD 제공


◆ 중국, 내수 '경쟁 악화·성장 둔화'…세계 시장 눈 돌리는 전통 완성차

중국 자동차산업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709만8000대로 전년보다 21.1% 증가하며 처음으로 700만 대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수소전기차 등을 포함한 신에너지차 수출은 261만5000대로 103.7% 늘었다. 내연기관차 수출은 448만3000대로 2% 감소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20% 증가하며 2000만 대를 넘어섰고 중국 완성차 업체가 공급한 차량은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판매 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만 1300만 대를 넘어 세계 판매량의 약 60%에 달했다. 중국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약 55%까지 상승했다. IEA의 전기차 집계에는 순수전기차와 PHEV가 포함된다.

올해 들어서는 내수 둔화와 수출 확대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I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반면 CAAM이 집계한 올해 1~7월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614만 대로 전년 동기보다 66.8%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량의 86.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신에너지차 수출은 290만9000대로 약 120% 늘었다. 7월 자동차 수출도 104만3000대로 전년 동월보다 81.3% 증가하며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러한 수출 위주의 성장은 내수 시장의 둔화 요인과 함께 신흥 기업들의 약진이 자리잡고 있다. IT·테크 기반의 신흥 스타트업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전통의 완성차들이 내수 경쟁에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세대 신흥 3사인 NIO, XPeng, Li Auto와 빅테크 기업과 가성비 중심의 신흥 주자들까지 내수 경쟁에 가세하면서, BYD, 지리, 상하이자동차 등 전통 완성차들은 상대적으로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불모지로 여겼던 한국 시장이 BYD를 기점으로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비추면서 해외 수출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수출 차량의 구성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 35%를 웃돌았던 중국 자동차 수출 중 전기차 비중은 올해 상반기 45% 이상으로 상승했다. 상반기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20% 이상 증가하며 중국 내 전기차 판매 감소분을 모두 상쇄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 증가도 중국의 자동차 생산 감소 폭을 약 6%로 제한하는 완충 역할을 했다.

중국산 전기차의 영향력은 유럽과 미국 이외 시장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중국산 수입 전기차는 전체 전기차 판매의 55%를 차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의 약 6배로 늘어난 가운데 중국산 비중이 90%까지 상승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수입량이 140% 증가했으며 전체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70%에서 올해 상반기 80%로 높아졌다.

◆ 세계 톱10 제조사 중 3곳, 자본 침투까지…'메이드 인 차이나' 확산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세계 완성차 판매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사무총장 추이둥수가 세계 자동차 판매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세계 자동차 판매 점유율에서 BYD와 지리홀딩그룹, 체리자동차 등 중국계 자동차그룹 3곳이 10위권에 들었다. BYD는 점유율 4.8%로 6위, 지리홀딩그룹은 4.6%로 7위, 체리는 4.1%로 포드와 공동 9위에 올랐다.

토요타가 점유율 11%로 1위를 지켰고 폭스바겐그룹이 8.1%, 현대차그룹이 7.6%로 뒤를 이었다. 스텔란티스는 6%,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5.4%를 기록했다. 다만 지리홀딩그룹의 실적에는 지리뿐 아니라 볼보자동차와 폴스타, 로터스, 스마트, 프로톤 등 산하 브랜드가 포함돼 개별 중국 브랜드의 판매량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업체의 경쟁력은 빠른 신차 개발과 공급망에서 나온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과 가상검증, 주요 부품 통합 등을 바탕으로 플랫폼 개발을 포함한 콘셉트 수립부터 출시까지의 기간을 약 24개월로 단축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의 개발 기간이 통상 40∼50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과 기술 변화를 신차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첫 해외 진출은 차나 중국 브랜드가 아니었다. 중국은 완성차 수출 전부터 거대 자본을 발판 삼아 유럽 자동차 산업의 지분과 기술을 흡수했다. 완성차가 아닌 자금이 곧 중국의 첫 수출 상품이었던 셈이다. 중국 자본은 유럽의 명문 자동차 메이커를 인수했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합작회사 명분으로 기술을 탈취했다. 중국 차와 유럽 차의 경계가 흐려지고 기술 차이가 좁혀지면서 저가 판매를 무기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에는 제품 전략도 저가 전기차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BYD는 순수전기차와 PHEV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지리는 지커와 링크앤코 등 서로 다른 수요층을 겨냥한 브랜드를 통해 SUV와 고성능·프리미엄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배터리·충전 성능과 주행거리, 디지털 기능을 더하며 기존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중국은 자국 브랜드뿐 아니라 해외 완성차 업체의 핵심 생산·수출 거점으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BYD·지리·체리 등 중국 업체는 물론 테슬라와 BMW 등 해외 업체도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생산된 전기차 약 2200만 대 가운데 중국에서 만들어진 차량은 약 75%를 차지했다. 중국 브랜드의 약진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가 세계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영향력은 중국 브랜드의 판매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생산기지와 배터리 등 핵심 공급망까지 중국에 집중돼 있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