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작업시설 내 통제·차별에 맞서는 뇌병변장애인 5인의 유머와 분노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연극 '크립스(원제 Creeps)'를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모두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낭독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번 작품은 올해 장애인배우들과 함께 완성도 높은 본공연으로 새롭게 제작됐다.

연극 '크립스'는 1970년대 캐나다의 장애인보호작업시설을 배경으로 장애가 마주하는 제도적 장벽과 사회적 위계, 차별에 대한 동시대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반복되는 단순 노동과 통제적인 환경에 반발한 뇌병변장애인 피트, 톰, 샘, 짐, 마이클이 자신들만의 피난처인 화장실에 모여 벌어지는 대화를 다룬다.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를 향해 거침없는 대화와 신랄한 유머, 분노를 터뜨리며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향한 강렬한 열망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 연극 '크립스'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모두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사진=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이 작품은 캐나다 극작가 데이비드 프리먼이 1971년 발표한 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 본인이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 보호작업시설에서 일하며 겪었던 좌절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1971년 초연 당시 장애인의 삶과 사회적 통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큰 호평을 받았으며,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연이어 상연됐다. 프리먼은 이 작품으로 뉴욕 연극계의 비평가상인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우수 신인 극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16일부터 18일까지는 오후 7시 30분, 19일과 20일에는 오후 3시에 각각 상연된다. 특히 19일 공연 종료 후에는 제작진 및 배우들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회가 진행된다. 공연 시작 전에는 무대 미니어처와 의상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터치투어 프로그램도 마련해 시각적 접근성을 높였다.

관람권 예매는 모두예술극장 홈페이지와 NOL 티켓에서 할 수 있으며, 휠체어석과 단체관람은 모두예술극장 전화 예매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방귀희 이사장은 "크립스는 보호라는 명목 뒤에 존재했던 제약과 억압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며 "이번 공연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제도적 한계를 돌아보고, 다양한 신체와 삶이 존엄성을 지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 환경에 대해 사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공연이 열리는 모두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 아트홀을 개보수해 2023년 10월 개관한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이다. 장애 예술가의 창작을 촉진하고 배리어프리 공연을 확대하며, 장애예술인 및 단체 대상 우선 대관과 사용료 할인 등을 통해 장애예술의 저변을 지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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