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매출·영업익 넥슨 첫 추월…게임업계 실적 판도 재편
개발비·마케팅비·운영비 부담 확대…장수 IP·AI 앞세워 수익성 방어
[미디어펜=박재훈 기자]크래프톤과 넥슨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비용 증가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외형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개발·마케팅·운영비를 줄이는 효율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게임업계의 경쟁축도 매출 확대에서 수익성 확보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 게임업계 내에서 개발·마케팅·운영비를 줄이는 효율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게임업계의 경쟁축도 매출 확대에서 수익성 확보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배틀로얄 게임 'PUBG: 배틀그라운드'/사진=크래프톤


8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2분기 매출 1조2902억 원, 영업이익 410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4.9%, 영업이익은 67% 증가한 것으로 역대 2분기 최대 실적이다. 특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넥슨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슨은 2분기 매출 1조1390억 원, 영업이익 2943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엔씨는 매출 7705억 원, 영업이익 17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5%, 1053% 증가했다. 넷마블은 매출 7492억 원, 영업이익 801억 원으로, 매출은 4.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8% 감소했다.

크래프톤의 약진으로 국내 대형 게임사 실적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 넥슨·넷마블·엔씨·크래프톤으로 대표되는 ‘3N+1K’ 구도에서 크래프톤이 실적 선두로 올라서며 ‘1K+3N’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크래프톤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31.8%로 넥슨 25.8%, 엔씨 22.6%, 넷마블 10.7%를 모두 웃돌았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크래프톤과 넥슨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크래프톤은 상반기 매출 2조6616억 원, 영업이익 9725억 원을 기록했으며 넥슨은 매출 2조5603억 원, 영업이익 8379억 원을 올렸다. 넥슨의 상반기 매출이 2조5000억 원을 넘어선 것도 창사 이후 처음이다.

◆ 실적과 체감경기 엇갈려…제작비 급등이 핵심

문제는 이 같은 실적 개선이 게임업계 전반의 분위기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넥슨의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은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게임산업은 지난 30년 사이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지목한 핵심 문제는 게임 제작비 상승과 투자금 회수 구조의 변화다. 특히 서구권 시장 위축과 콘솔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AAA급 게임 개발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한 게임의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사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개발 단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투입 인력이 늘어나 인건비와 외주비가 누적된다. 글로벌 동시 출시를 위해서는 번역과 현지화, 서버 구축 및 운영, 국가별 마케팅 비용까지 추가로 발생한다.

출시 이후에도 라이브 서비스 운영에 지속적으로 비용이 투입된다. 흥행에 성공하면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지만, 반대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이미 투입된 개발비와 마케팅비가 고정비 부담으로 남는다.

실제로 넷마블은 2분기 신작 마케팅비와 지급수수료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신작 공백 속에 서버·클라우드와 운영 인력 등 비용 부담이 이어지며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장수 IP·AI로 효율화…‘매출 경쟁’에서 ‘이익 경쟁’으로

   
▲ 넥슨, ‘메이플 키우기’ 신규 보스 레이드 ‘핑크빈’ 업데이트./사진=넥슨

이 같은 환경에서 게임사들의 대응 전략은 크게 장수 IP 집중, AI 활용, 프로젝트 선별로 압축된다. 우선 장수 IP의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엔씨의 리니지 클래식 등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이미 검증된 IP의 안정적인 이용자 기반과 현금창출력이 재평가되고 있다.

AI(인공지능)를 통한 개발 효율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코드와 아트 제작을 보조하고 품질검증(QA), 번역, 데이터 분석 등 반복 업무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글로벌 게임 개발 현장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력과 개발 기간을 줄이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로젝트 선별도 강화되는 추세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무조건 끝까지 개발하기보다 흥행 가능성과 시장 경쟁력을 따져 조기에 중단하거나 핵심 프로젝트에 인력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작 실패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한정된 개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게임산업의 경쟁 기준이 매출 규모에서 이익을 남기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대형 신작 출시 이후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리는 피크형 흥행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기존 이용자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콘텐츠를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주요 게임사들의 신작 출시가 본격화될 예정인 만큼 마케팅비 부담도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신작의 흥행 여부뿐 아니라 개발 단계부터 출시 이후까지 비용을 얼마나 통제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게임사의 실적과 기업가치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가 과거처럼 단순히 신작을 많이 출시해 매출을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워졌다”며 “검증된 IP를 중심으로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AI 등을 활용해 개발 생산성을 높이는 등 결국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구축하느냐가 앞으로 게임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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